[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경기도 안양에서 15년째 안세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안재숙 약사는 최근 `제약회사 사장님들께 올리는 글'을 작성했으나 어느 곳에 발송해야 좋을지 모를 만큼 많은 제약회사들이 덕용포장을 고집하고 있어 틈틈이 막막한 현실을 고스란히 담은 편지만 애꿎게 읽어보곤 한다고 말했다. -약사공론-
“덕용포장, 동네약국의 무거운 짐, 안재숙 약사 본지에 `눈물의 호소' ”라는 제목으로 실린 이 기사를 보자니 우리가 모르는 말 못하는 고민이 약사들에게 있는 모양이다. ‘덕용포장’이란 말을 글쓴이가 처음 들은 것은 두루마리 화장지가 등장 했던 때로 기억한다. 요즘 화장실용으로 쓰고 있는 두루마리 화장지가 처음 나왔을 때 낱개로도 팔았지만 대부분 열 개를 한 봉지에 담아 팔았다. 그때 어른들은 그것을 ‘덕용화장지’라 불렀고 줄여서 ‘덕용’이라고 했다. 고등학생 무렵이던 글쓴이는 그래서 그것이 ‘상표’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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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덕용포장, 요즘은 득용(得用)이란 한자를 많이 쓴다 |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니 “덕용”이 나와 있는데 “‘덕용(德用):「1」덕이 있고 응용의 재주가 있음「2」쓰기 편하고 이로움”으로 되어 있을 뿐 일본말이라는 말은 없다.
일본어대국어사전 《大辞林》을 보면, “【徳用/得用】1 値段のわりに利益のあること。安くて得なこと。2 徳があり、応用の才を備えていること。”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해석은 《표준국어대사전》이 이것을 베꼈으므로 생략한다. 번호만 1과 2가 바뀌었다. 그런데《표준국어대사전》의 해석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특히 1번 해석의 ‘덕이 있고 응용의 재주가 있다’ 라는 풀이는 코미디에 가깝다. 정말 우리말에서 ‘덕용’이라는 말이 그런 뜻으로 쓰이고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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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도 모르고 쓰던 '덕용'이란 말 |
화장지는 물론이고 만두도 덕용포장이 있으며 의약품사회에서도 ‘덕용포장’ 이 될 만큼 이 말은 우리사회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당장 바꿀 수는 없겠지만 우리 나름의 ‘득이 되는 포장 단위’를 뜻하는 말을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그것이 어렵다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일본말이라고 밝혀주고 정확한 뜻을 말해주기라도 하던지 말이다.
**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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