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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참의 저 뻔뻔스러운 모습 (제주 선녀와 나뭇꾼 제공) |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고참(古參) : 오래전부터 한 직위나 직장 따위에 머물러 있는 사람. 선임(先任), 선임자, 선참(先站), ‘선참자’로 순화” 하라고 되어 있다. 내친 김에 ‘선참’을 보면 “「1」남보다 먼저 시작하거나 자리를 잡음.「2」다른 사람이나 다른 일보다 먼저 하는 차례. 또는 그런 사람.「3」먼저 길을 떠남.”으로 나와 있다.
국어사전 설명이 논리적인 것인지는 몰라도 일반인들이 느끼는 ‘고참’이란 말은 ‘못된 인간’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왜 우리 토박이말에는 ‘고참’에 해당하는 말이 없을까? 조선시대에 관리로 뽑혀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던 사람'이 분명히 있을텐데 말이다. 물론 병사들 집단도 있었을 터인데 그때 고참들은 아래사람들을 심하게 다루지 않았나보다. 그렇다면 위 예문처럼 군대에서 후임병을 막 다루는 버릇은 대관절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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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 내무반 모습 (제주 선녀와 나뭇꾼 제공) |
그렇다고 처음부터 ‘고참’이 나쁜 이미지로만 쓰인 것은 아니다. “법과(法科) 제1회(조선교육회에 의한 전문학교) 한진용(韓普容) 씨는 함남 정평(咸南 定平)출생으로 현재 미국(米國)에 유학하야 정치경제를 연구하며 미국(米國) 유학생 중에는 고참자로 장래를 촉망하는 분이다.”라는 기사 (삼천리 제4권 제2호, 1932년 2월 1일)에 보면 ‘고참자’란 말이 나오는데 반드시 나쁜 이미지는 아님을 알 수 있다.
일본어대사전 《大辞泉》에는, ‘こ‐さん【古参】:ずっと以前からその職や地位に就いていること。また、その人 ⇔新参(しんざん)。’라고 나와 있는데 딱히 번역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국어사전이 충실히 베꼈으니 그걸 보기 바란다.
▲ 사병은 고참의 눈에 띄지 않는 변소에서 엄마의 편지를 읽어야 했다(제주 선녀와 나뭇꾼 제공)
이처럼 원뜻에는 ‘나쁜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없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쳐 황량한 군사문화가 광풍처럼 한국을 휩쓰는 사이에 고참들이 알량한 지위로 아래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과정에서 ‘고참’이란 말이 ‘나쁜인간’이란 뜻으로 변질된 느낌이 든다. 그나저나 ‘고참' '신참' 같은 일본말이나 '선임’ 따위의 한자말을 우리 토박이말로 뭐라 부르면 좋을지 함께 고민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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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참 팔자 상팔자 |
**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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