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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왕과 신하 23회

[그린경제=유광남 작가]  오표는 허리를 굽혔다.

“영상마저도 군왕 선조를 버리려는 겁니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오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놀랐다.

“그럼 영상이 이순신과 손을 잡았단 말입니까?”

방안 구석의 내부로부터 싸늘한 질책이 쏟아져 나왔다.

“오표, 너무 입이 가볍구나.”

순간 오표는 자신이 흥분했음을 상기하며 몸을 도사렸다.

“황송하옵니다.”

은은한 향기가 감도는 목청이 새어나왔다.

“그래서 김충선을 너에게 제거하라는 밀명이 내려졌단 말이냐?”

“어명이옵니다.”

혀를 차는 소리가 들였다.

“쯧쯧, 여전히 하성군은 바보로구먼.”

하성군(河城君)이란 왕위에 오르기 전에 불렸던 선조의 호칭이었다. 여인은 당돌했다. 일국의 왕에 대하여 이렇게 함부로 내뱉을 수 없는 것이었다. 오표는 그녀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급히 달려왔습니다.”

오표는 주렴의 옥구슬 속에 숨겨져 있는 주인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지난 수년간 조선에서 경험하고 수집했던 모든 일에는 오표 자신도 관여했던 일이었다. 특히 항왜 장수 김충선에 대해서는 그들은 예민했다. 오표는 그 숨어있는 주인이 김충선에 대해서 지니고 있는 감정을 눈치 채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왕위에 오르기에 부적합한 위인이다. 그냥 하성군으로 살았어야 할 사람이었어. 그에게 있어 조선은 매우 버거워.”

여인은 선조에게 매우 좋지 않은 감정을 지니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성군의 명령 따위는 개나 줘 버리고... 오표, 넌 사헌부 지평 강두명이란 작자를 계속 감시하고 이용해라.”

오표는 무릎을 꿇고 경건한 자세를 취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오표는 명령을 받자 순식간에 암자를 나섰다. 잠시 정적이 찾아 들었고 암자의 내부를 감추고 있던 장막이 걷혀졌다. 거기에는 단아한 자세의 여인이 구석에 앉아 있었고, 중앙에는 뭔가 깊은 상념에 잠겨있는 남장여인이 있었다. 바로 여진의 일패공주였다.

“모두 들었죠?”

구석의 여인에게 일패공주는 흐트러지지 않은 몸가짐으로 물었다.

“예......!”

그리고 그녀는 바로 장예지였다. 장예지는 맥박이 빨리 뛰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대화에 있어서 핵심은 선조가 김충선을 죽이라는 것이 아닌가. 익호장군 김덕령의 죽음 배후에는 선조가 있었다. 김덕령이 누구인가? 바로 장예지와 혼인을 약속했던 사이였다. 그런데 선조가 이번에는 또 김충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 장예지를 두렵게 한 것이다.


 ** 유 광 남 :

   
 
서울 생으로 대중성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역사와 팩션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5년 간 강의 했으며 조일인(朝日人) ‘사야가 김충선(전3권)’ 팩션소설 ‘이순신의 반역(1부)’ 등을 출간 했다. 현재 '스토리 바오밥'이란 전문 작가창작 집단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