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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왕과 신하 25회

[그린경제=유광남 작가] 장예지는 순간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왕으로부터 김충선을 구원 할 방도가 어디 있겠는가. 왕의 명령은 바로 법이었다. 그 말도 안 되는 왕법에 의해서 약혼했던 장수 김덕령이 지난 병신년(丙申年)에 매질 당해 죽었다. 이번에는 또 그녀가 온 몸과 정신으로 사랑하고 있는 김충선이 표적이다. 장예지는 자신의 기구함에 맥이 풀렸다.

“절대 그 사람을 잃고 싶지는 않아요.”

장예지는 가까스로 입술을 떼었다. 일패공주는 이때 미소 짓지 않았다.

“그가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하나 뿐 이예요.”

장예지는 그녀의 다음 말이 무서웠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알려줘요.”

“듣게 되면 후회 할 수도 있어요. 아니, 분명 후회하게 될 겁니다.”

그녀는 정색했다.

“내게 그 말을 듣기를 강요하지 않았나요? 사부를 살리기 위해 내가 선택해야 할 일이 있는 거죠?”

일패공주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장예지는 생각보다도 현명한 여자라는 것을 일패공주는 느끼고 있었다.

“난 이제 준비 되었어요.”

장예지는 어떤 운명이든지 받아드릴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처럼 말했다. 일패공주는 그녀에게 또박또박한 어조로 설명했다.

“김충선이 죽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그는 일본을 배신했을 뿐 아니라 조선에서도 살아갈 수 없어요. 왜냐하면 조선에서 새 하늘을 열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조선의 왕에게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어요. 역모를 꾀하고 있는 것은 삼족이 멸문을 당할 대역죄지요.”

“아......!”

“그의 죽을 운명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은 그 반역을 성공시키면 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희생이 요구되는 건가요?”

“장예지, 낭자의 헌신이 필요합니다.”

장예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부를 내가 포기해야 하는 거군요?”

“비상한 사람이군요. 장낭자도.....”

“사부를 원하나요?”

“그래요.”

일패공주 역시도 깨끗하게 인정하고 있었다. 장예지는 황당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사부가 당신에게 간다고 운명이 달라질 수 있겠어요?”

“김충선은 건주여진의 칸 사위가 됩니다.”

건주여진의 칸이라면 누루하치(愛新覺羅)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여진족 부족들을 하나로 통일시킨 칸 누루하치는 야심이 매우 큰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장예지는 일패공주의 신분을 그때서야 짐작할 수 있었다.

“당신은 여진의 공주로군요.”

일패공주는 부인하지 않았다.

“맞아요. 난 그를 위해서 건주여진까지 다녀왔어요. 만일 역성혁명이 발생한다면 이순신을 위해서 우리 여진의 군대를 움직일 수 있는가를 칸과 협의하기 위해서였지요. 이 모든 것은 사실 김충선을 위한 행동이었어요. 그런데 김충선은 당신과 만남으로 인해서 목표를 실종했더군요.”

 
** 유 광 남 :

   
 
서울 생으로 대중성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역사와 팩션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5년 간 강의 했으며 조일인(朝日人) ‘사야가 김충선(전3권)’ 팩션소설 ‘이순신의 반역(1부)’ 등을 출간 했다. 현재 '스토리 바오밥'이란 전문 작가창작 집단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