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유광남 작가] “물론 전사한 의병장과 의병들에게 장군의 이름으로 애도(哀悼)를 표하고 그들의 공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을 다짐해 주고!”
김충선은 세심한 부분까 지 설명했다. 이울은 이른바 그가 포석(布石)을 시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역시 이 일본에서 온 조선 놈은 대단했다. 존경심이 봄날의 싹처럼 피어올랐다. 푸른빛이었다.
“명심하겠네. 그리고 곽재우 장군님도 물론 찾아뵙겠네.”
“내가 여진으로 떠났다고 말씀 올리시면 곽장군은 모두 이해하실거야.”
김충선은 홍의장군 곽재우를 신뢰하고 있었다. 그는 이순신의 무고를 애초에 믿고 있었고 그 자신 역시 한때 모함에 빠져서 위기에 직면한 적이 있었지 않은가. 그때 곽재우는 가까스로 누명을 벗었으나 김덕령은 덫에 빠져 나오지 못했었다. 이울 역시 곽재우라면 능히 이순신의 한 팔이 되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가장 기뻐하실 분이시지.”
이울은 물론 김충선 까지도 홍의장군 곽재우의 가담을 기정사실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때는 이것이 크나 큰 오산(誤算)이라는 것을 그들은 미처 모르고 있었다.
“그럼 다녀오겠네.”
김충선은 마치 이웃집에 놀러가는 사람처럼 가볍게 거동을 하였다. 불쑥 이울이 물었다.
“괜찮겠나?”
“풋, 무엇이 염려되나?”
“예지낭자 말일세.”
이울의 입에서 그녀의 이름이 꺼내지자 김충선은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다. 이울은 아차 싶었으나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지금은 때가 아닌 모양일세.”
“어디로 사라졌는지 전혀 짐작 가는 곳이 없는가? 정녕?”
김충선이 낮게 웃었다.
“알고 있다면 내가 이리 있었겠는가?”
“자네는 지금 중요한 임무가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그녀와는 통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어. 한 번 만이라도 다시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어볼 수 있다면 좋겠네.”
이울은 순간적으로 가슴이 저려왔다. 말꼬리를 흐리는 김충선의 가슴이 얼마나 애절한 것인지 느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를 위하는 마음이 극진할수록 그 친구의 애달픔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반드시 무사히 돌아 올 걸세. 그때처럼.”
“그때처럼 말이지.......!”
김충선은 밤늦도록 육조(六曹) 거리와 청계천 주변을 헤매고 다녔다. 이순신의 구명을 위해서 잠시 머물었던 주막과 유성룡의 북촌으로 향하는 길목도 배회하였다. 통행금지를 알리는 인경의 종소리가 그렇게 슬피 들릴 수가 없었다. 밤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뜻의 28수 별 자리(동서남북 각 7개의 별자리)는 2경(밤 10시 경)에 맞춰서 종을 울렸다.
‘예지낭자! 대관절 어디로 잠적한 것이요?’
김충선은 순라꾼들의 눈을 피해서 그녀와 헤어졌던 부근을 다시 한 번 더듬었다. 그녀를 만난다는 기대는 물론 없었다.
** 유 광 남 :
서울 생으로 대중성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역사와 팩션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5년 간 강의 했으며 조일인(朝日人) ‘사야가 김충선(전3권)’ 팩션소설 ‘이순신의 반역(1부)’ 등을 출간 했다. 현재 '스토리 바오밥'이란 전문 작가창작 집단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