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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별리의 장 34회

[그린경제=유광남 작가]  그러나 이렇게라도 행동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는 심정이었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으며 영문을 알 수 없기에 답답함은 더욱 컸다. 장예지는 분명 기다리겠노라고 했다. 그녀는 결코 허튼 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었다.

‘일이 해결될 조짐이 보이자 내가 부담스러워졌던 것이요?’

김충선은 그리 생각 되었다. 장예지는 둘도 없는 조선의 친구 김덕령의 여자였다. 동시에 서로의 연모(戀慕)를 확인 하였으나 조선의 시대적 규범에 의해서 그 마음을 억누르고 외면했었다.

‘우리 이제 가까스로 다시 해후했거늘. 어디로 또 달아난 것이요. 예지낭자!’

가슴이 미어졌다. 울고 싶을 때 울었으면 좋으련만 김충선은 그리하지 못했다. 나라를 위해, 이순신을 위해서는 눈물이 통곡 되었으나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울어 줄 눈물은 이상하게도 인내(忍耐)하게 되었다. 오히려 그것이 더 가슴을 아프게 했다. 김충선은 오늘 밤이 지나면 더 이상 방황할 시간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에게는 새 하늘을 열어야 하는 개벽의 임무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윤자신의 앞에서 이순신과 김충선은 상호 불화(不和), 불신(不信)의 연기를 해야만 했지 않은가. 조선 왕의 의심에서 그들은 절대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왕은 요망(妖妄)하다.’

선조는 강두명과 같은 감시자를 투입 했을 뿐만 아니라 지사 윤자신을 보내어 이순신과 김충선을 교묘하게 압박 하였다. 이중 삼중의 집요한 감시망을 펼치는 선조에 대해서 그들은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김충선은 바로 그 왕이 머물고 있는 정릉동행궁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이순신의 나라를 위해서!’

김충선은 마음속의 다짐으로 새삼 자신에게 일깨웠다. 조선의 왕 선조는 매우 까다로운 상대였다. 그는 변화가 막심하였다. 때로는 유순한 군주였으며, 때로는 영악하고 철저하였다. 그리고 당대의 어느 왕 보다도 권력에 대한 집착이 강하였다.

‘왕은 결코 우리의 상대로 만만하지 않다.’

김충선은 혁명에 대한 계산을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될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비록 젊은 나이였지만 사고(思考)는 매우 깊었다. 그러했기에 조국 일본의 야만성을 규탄하고 스스로 조선으로 투항하지 않았던가. 새 하늘을 열고자 하는 대업을 목표로 삼았더니 만사가 조심스러웠다. 김충선은 문득 광해군을 떠올렸다. 광해군은 적막한 왕세자였다. 보위를 목전에 두고 있으나 그는 매우 위급해 보였었다. 선조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필경 그의 안위는 위태로울 것이었다.

‘광해군은 현재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는 선조와의 대립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김덕령은 내게 광해군을 돌봐줄 것을 당부 하였으나, 난 이미 주군을 정하였다.’

김충선은 광해군이 머물고 있는 궁궐의 삭막한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둠이 짙게 드리워진 그곳에는 광해군이 서성이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이 깊어가는 밤을 제대로 받아 드리지 못하고 있음이 자명했다.

‘용서하기 바라옵니다. 세자저하!’

김충선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탄식을 토해냈다. 이순신을 구해내기 위해서 그는 광해군에게 역설하지 않았던가.

“신을 믿어 주시옵소서. 익호장군 김덕령의 막역지우로써 감히 청하옵니다. 소신이 그를 대신하여 저하를 지켜 드릴 것이옵니다. 부디 이순신 장군을 구원해 주옵소서.”

장계를 건네주던 광해군의 안색은 파리했다. 그의 손끝이 떨리고 있음을 왜 감지하지 못했겠는가. 그러나 그때는 이순신의 결단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였다. 이제는 달라졌다. 이순신은 개벽을 선택했다.


** 유 광 남 :   

   
 
서울 생으로 대중성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역사와 팩션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5년 간 강의 했으며 조일인(朝日人) ‘사야가 김충선(전3권)’ 팩션소설 ‘이순신의 반역(1부)’ 등을 출간 했다. 현재 '스토리 바오밥'이란 전문 작가창작 집단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