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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별리의 장 35회

[그린경제=유광남 작가} ‘장부의 약속은 천금보다도 귀중한 것을! 하지만 기회는 다시 있을 것이옵니다. 저하를 외면할 수밖에는 없으나 결코 잊지는 않겠습니다.’

김충선은 걸음을 빨리 옮겼다. 장예지의 행방을 확인하고자 하는 일이 얼마나 무모하고 어리석은 짓인지는 알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녀를 포기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예지낭자, 난 이제 여진으로 가야 할 것이요.’

김충선은 조선을 떠나서 여진으로 갈 예정이었다. 이순신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 여진은 매우 중대한 역할을 감당 할 것이었다. 여진의 족장 칸 누루하치는 임진 전쟁이 발발하자 조선에 2만 원군의 파병을 제안한 적이 있었다. 물론 조선은 명나라와의 관계 때문에 그 제안을 수락하지 못했었다.

‘우린 10만 여진의 용병이 필요하다.’

김충선은 내심 중얼거리며 방향을 북쪽의 자하문(紫霞門)을 향해서 힘 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어둠이 무섭게 몰려들고 있었다.

‘울적한 심야로군.’

밤길을 이토록 두려움 없이 걷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연인이라 믿었던 장예지를 찾지 못하고 조선을 떠나는 김충선의 마음은 지독히 아팠다. 그 통증으로 주변의 그 어느 것도 두려운 것이 없었는지 모른다. 인왕산은 험준했고 때때로 호랑이가 출몰하였다. 무악재를 넘기 위해서는 백주 대낮이라도 적어도 장정 10 명이 모여야만 이동을 할 정도로 짐승과 도적들의 출몰이 극심하였다. 그 위험한 길을, 그것도 야심한 시각에 김충선은 홀로 걸었다. 그러나 그 날 밤은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오표는 고개를 갸우뚱 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순신의 동선에 있어 어느 순간 김충선의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 이었다. 자취를 감춰버린 김충선으로 인해서 가장 혼란스럽게 된 위인은 강두명이다. 그는 임금의 밀명을 수행하기 위해서 김충선을 제거 하고자 했다. 그런데 바로 그 당사자가 감쪽같이 사라진 일은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이순신은 백의종군(白衣從軍)을 하기 위해서 도원수 권율의 순천으로 이른 아침 떠났습니다. 조카들과 아들은 보였으나 정작 김충선은 종적이 묘연합니다.”

부하들의 보고를 오표와 강두명은 함께 받았다.

“이게 무슨 소리야?”

강두명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임금에게 보고 할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하고 아득했다. 어떤 변명으로도 쉽게 통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다.

“감시가 소홀 했던 모양이로구나.”

오표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부하들은 잔뜩 겁을 집어 먹고 목을 자라처럼 집어넣었다. 그들은 오표의 중얼거림에서 피 냄새를 맡은 것이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부하들이 변명을 늘어놓자 오표의 인상이 더욱 구겨졌다.

“자진해서 벌주를 마시는 편이 좋을 듯하구나.”

네 명의 부하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즉각 단도를 뽑아들었다. 약간 반월형의 짧은 도는 손잡이에 현란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으며 날카로운 칼날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미처 강두명이 제지하기도 전에 자신들의 계지(季指=새끼손가락)를 단도로 싹둑 베어 버렸다. 끊어진 손가락 마디가 땅 바닥에서 파닥거리는 것만 같았다. 붉은 피를 대하자 강두명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 유 광 남 :   

   
 
서울 생으로 대중성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역사와 팩션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5년 간 강의 했으며 조일인(朝日人) ‘사야가 김충선(전3권)’ 팩션소설 ‘이순신의 반역(1부)’ 등을 출간 했다. 현재 '스토리 바오밥'이란 전문 작가창작 집단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