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유광남 작가] “김충선의 행적을 수소문 하게나. 난 이 길로 상감을 뵈어야겠네.”
“그러지.”
오표가 가뜩이나 예리한 눈에 힘을 주어 부하들을 둘러보자 살벌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당장 김충선의 행방을 추적 하도록 하겠습니다.”
부하들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가락을 부여잡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오표는 품안에서 명주 수건을 꺼내어 손가락 마디 4개를 소중히 싸매었다.
“임금님께 올리시게. 김충선을 놓친 벌칙이라고 말씀 올리고 또 다른 실수가 발생할 경우 이번에는 목을 바칠 것이라고 전하시게.”
강두명은 다소 떨리는 손으로 그가 내미는 명주수건을 건네받았다. 금방이라도 절단 된 손가락들이 그 안에서 꿈틀 거리는 것만 같았다.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이럴 필요가 있을까?”
오표는 냉정한 신색을 잃지 않았다.
“군주에 대한 충성의 맹세와도 같은 것일세.”
강두명은 내심 혀를 찼다. 과연 오표란 인물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서운 집념과 도발적인 욕망을 소유하고 있는 자였다. 의금부 나장에서 어전(御殿)의 내금위로 신분 상승을 꾀하고자 혈안이 되어 있음이 다시 한 번 입증 되었다. 이런 작자를 만난 것은 어쨌거나 강두명으로서는 행운이었다.
“상감마마의 하명이 있으실 것일세. 자중하시게.”
강두명은 오표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임금이 머물고 있는 정릉동행궁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남아있던 오표는 잠시 은신처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상념에 잠겼다. 김충선...일본 이름의 사야가! 그는 오표가 조선에서 마주쳤던 그 어느 장수보다도 위대한 사내였다. 만일 오표가 이순신이란 수군의 명장을 알지 못했다면 조선과 일본을 통 털어서 김충선을 가장 첫 손에 꼽았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에는 이순신이 존재했다.
‘조선의 왕도 예사롭지 않다. 이순신을 제거해야 자신의 조선을 수호 한다고 믿는 것은 무모한 생각인 동시에 또한 얼마나 지혜로운 생각인가?’
오표는 오늘날의 조선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남해를 완벽하게 사수했던 전라좌수사 겸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때문이란 사실을 누구보다도 상세히 알고 있었다. 따라서 조선의 군대와 의병, 백성들이 이순신을 향한 신망(信望)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었다.
‘조선의 왕이 이순신을 그대로 인정 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 더불어 김충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 역시도 무서운 일이다.’
인기척이 일어났다. 오표는 미동을 눈치 채기 이전에 이미 어떤 향기를 먼저 맡았다. 꿈에서 조차 이 냄새를 잊은 적은 없었다. 오표의 후각은 그녀의 제취에 누구보다도 민감했다.
“납시었습니까?”
일패공주는 방안을 슬쩍 살펴본 후 조용히 입술을 떼었다.
“오표, 심상치 않은 얼굴이로구나.”
“이상한 일이 발생 했습니다.”
“내가 그대를 찾아 온 일 보다도 더 이상한 일이 무엇이냐?”
그러고 보니 일패공주가 자신을 먼저 방문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사야가 김충선이 이순신 장군의 곁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럴 리가?”
** 유 광 남 :
서울 생으로 대중성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역사와 팩션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5년 간 강의 했으며 조일인(朝日人) ‘사야가 김충선(전3권)’ 팩션소설 ‘이순신의 반역(1부)’ 등을 출간 했다. 현재 '스토리 바오밥'이란 전문 작가창작 집단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