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경제 = 전수희 기자] 봉정사 만세루에 서니 파란 가을 하늘이 액자 속의 가을처럼 곱다. 이 절을 짓던 천 년 전의 신라 하늘도 이렇게 푸르렀을까?
- 경북 안동시 서후면 태장리 901 (봉정사길 222)에 있는 봉정사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경주 불국사처럼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절은 아니다. 기자가 찾은 날도 천년고찰 봉정사 경내에는 사람하나 얼씬하지 않았다. 다만 국보 311호인 대웅전 문 앞에서 뭔가를 보수하는 사람만 몇 사람 분주히 왔다갔다 할뿐 조용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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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웅전으로 오르는 입구에 우뚝 선 소나무 두그루 - 대한 불교 조계종 제 16교구 본사인 고운사(孤雲寺)의 말사 가운데 하나인 봉정사의 최초 창건은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의 창건이라는 기록과 능인대덕의 창건이라는 기록이 있으나 대체로 능인대덕의 창건으로 보고 있다. 신라 문무왕 12년(672)에 능인대덕이 수도를 한 후 도력으로 종이 봉을 만들어 날렸는데, 이 종이 봉이 앉은 곳에 절을 짓고 봉정사라 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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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보 제 311호 대웅전 - 창건 이후의 뚜렷한 역사는 전하지 않으나 참선도량 (參禪道場)으로 이름을 떨쳤을 때에는 부속 암자가 9개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6.25 전쟁 때는 인민군이 머무르면서 사찰에 있던 경전과 사지(寺誌)등을 모두 불태워 역사를 자세히 알 수 없다.
- 얼마 전까지는 고려 공민왕 12년(1363)에 극락전의 옥개부를 중수했다는 기록이 1972년에 실시된 극락전의 완전한 해체 복원 시에 상량문에서 발견되어 지금까지 한국에서 최고 오래된 목조 건물이 봉정사 극락전 (국보15호)으로 인정받게 되었고 극락전의 건립 연대는 적어도 12세기 이전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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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들이 공부하는 화엄강당 (보물 제 448호) - 2000년, 2월 대웅전 지붕보수공사 과정에서 사찰 창건 연대를 확인해주는 상량문과 대웅전 내 목조 불단에서 고려말에 제작했다는 묵서가 발견돼 현존 최고의 목조건물이 극락전에서 대웅전으로 바뀔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 대웅전 지붕의 종도리를 받치고 있는 북서쪽 종보 보아지에서 발견된 [宣德十年乙卯八月初一日書](중국연호인 선덕 10년 <1435년, 조선조 세종 17년>에 쓴 글) 라고 적힌 상량문은 경상도 관찰출척사가 직접 썼고 신라대 창건 이후 500여년에 이르러 법당을 중창하다(新羅代五百之余年至 乙卯年分法堂重倉)라는 사찰 건축연대를 밝혀주는 내용과 당시 봉정사의 사찰 규모 등이 자세히 기록되어있어 대웅전 창건 연대가 1435년 중창 당시보다 500여년이나 앞선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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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등산 만세루에 오르면 천하가 다 발아래 있다(경북유형문화재 325호 만세루) - 이와 함께 대웅전 내 불단 바닥 우측에서 지정 21년 <1361년,공민왕 10년>에 탁자를 제작,시주하다. 시주자 박재거(辛丑支正二十一年 鳳亭寺 啄子造成 上壇有覺澄 化主戒珠 朴宰巨)라고 적힌 묵서명도 처음 확인돠어 대웅전 불단이 현존 최고의 목조건물임이 판명되었다.
- 한편 새로 발견된 상량문에는 2층 누각 신축, 단청을 한 시기, 임금으로부터 하사받은 토지, 사찰규모 등을 알려주는 내용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어 조선초 당시 봉정사는 팔만 대장경을 보유하고 500여결(1만여평)의 논밭에다 안거스님 100여명에 75칸의 대찰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 만세루의 목어 - 역사로 보나 규모로 보나 상당히 큰 절이고 공부하던 스님들도 많았던 봉정사는 그러나 일반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 그날도 늦여름의 매미소리만 구성질 뿐 인적은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조용한 절에서 공부는 더 잘 될 것 같은데 만세루 앞에는 중창불사를 한다는 펼침막이 커다랗게 걸려있다. 아무렴! 종교시설도 대형화를 넘어 초대형화 하는 추세이다 보니 지금의 봉정사도 크게 가꿀 모양이다.
- 고요하고 조용하여 적막하기 조차한 봉정사 만세루에 앉아 “일편무위 진묘향을 옥로 중에 꽂아두고 적적한 명창하에 묵묵히 홀로앉아 십년을 기한으로 일대사를 궁구(窮究)”코자 했던 나옹선사의 ‘토굴가’를 떠올려 본다.
- 크지 않아도 깊이가 있고 울림이 있는 절!
- 봉정사 만이라도 그런 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괜한 나그네의 욕심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