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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과 주인 모두 편하게 하는 ‘노렌’ 문화

[맛있는 일본이야기 212]

[그린경제=이윤옥 기자]  일본의 가게나 식당 입구에는 노렌(暖簾, のれん)이라는 헝겊으로 된 발을 걸어두는 풍습이 있다. 노렌에는 기업 이름, 가게 이름, 가문(家紋, 집안 무늬) 따위를 새겨두는 데 원래 이것은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바람을 막거나 또는 직사광선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문을 열어두었을 때 가게 안쪽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가게 입구에 늘어뜨린 발과 같은 구실로 쓰기시작 한 것이다.

태평양전쟁 전후에는 밥집이나 포장마차 등에서 손님이 나가면서 이 헝겊에 손을 닦고 나가기도 했는데 “노렌이 더러울수록 번성하는 가게”라는 인상을 손님에게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일본의 식당이나 가게 등에 걸린 노렌은 “영업중”임을 나타내는 표시로 쓰고 있다. 말하자면 노렌이 걸렸으면 영업중이요, 노렌이 없으면 영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것이다.

   
▲ 여러가지 노렌이 걸린 일본의 가게들


이러한 손님과 무언의 신호장치인 노렌문화가 한국에는 없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는 바쁜 점심을 마치고 저녁 영업사이에 잠시 쉬고 있는 식당에 들어가서 미안한 경우를 만날 때가 있다. 종업원들이 고된 식당일에 잠시 쉬는 달콤한 휴식시간을 빼앗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대신 한국에서는 ‘영업중’이라는 선간판을 가게 앞에 세워둔다. 이것이 없는 경우에는 식당 문을 살짝 열고 식사가 되는지를 물어봐야한다. 특히 밥시간 때가 지난 규모가 크지 않은 식당에서는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쉬는 경우가 많아 식당에 들어서기가 주저된다. 일본이라면 점심시간 뒤에 일단 노렌을 걷고 다시 저녁 시간 영업에 맞춰 노렌을 걸고 영업을 하기에 서로 편하다.

노렌은 식당에만 거는 것은 아니다. 목욕탕에도 걸고 기념품 가게에도 거는 집이 많다. 식당가나 상점가에 걸린 노렌도 가지가지라서 때로는 이 노렌을 보고 집안 분위기를 상상할 때가 있다. 제법 고급 옷감에 깔끔하게 디자인된 노렌이 걸린 집은 왠지 모르게 고상한 인상을 받게 되며 약간 손때가 묻어 보이는 집은 좀 지저분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식당 앞 또는 목욕탕 앞에 걸어둔 헝겊 쪼가리에 불과한 노렌이지만 주인과 손님에게 서로 유익한 신호이자 영업여부를 알리는 약속의 징표인 노렌은 언제 보아도 좋은 아이디어 같다. 도쿄 긴자의 식당가에 나붙은 노렌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