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유광남 작가] 좀처럼 인정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패륵의 입에서 찬사가 튀어나왔다. 날짐승을 명중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몸소 실감한 적이 있던 그로서는 김충선의 화승총 솜씨에 그만 감격 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김충선은 패륵의 칭찬에 공손한 예를 표하였다. 그러나 홍타이시는 까만 눈동자에 불만을 가득 담아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보기에는 별로 훌륭하지 않아.”
김충선은 순간적으로 긴장되어 뒷목이 뻐근해졌다. 왕손들을 모두 감동시켜야만 누루하치와의 면담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패륵이 눈을 흘겼다.
“홍타, 넌 사냥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몰라. 독수리를 잡는다는 것이 사실 불가능하다고.”
“칸은 활로 독수리를 사냥한 적이 많아.”
누르하치의 활 솜씨는 대단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난처한 김충선을 곁에서 지켜보던 일패공주가 거들고 나섰다.
“홍타, 이번에는 굉장히 멀리 날고 있는 독수리를 명중시켰어. 칸의 독수리 사냥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
홍타이시는 콧방귀를 날렸다.
“칸의 활솜씨가 훨씬 더 멋있어.”
패륵도 홍타이시를 달랬다.
“물론 칸의 활은 최고지. 하지만 놀랍지 않니? 총구에서 불이 번쩍이며 나아가서 하늘을 날고 있는 독수리를 한 방에 떨어뜨리는 것은 신기에 가까워.”
“피이, 그래도 칸이 더 훌륭해.”
홍타이시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김충선은 내심 당혹스러웠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제가 부족하여 왕손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군요.”
홍타이시가 고개를 반짝 들었다. 영롱한 동공이 마주쳤다.
“좋아.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아, 그러주시겠습니까?”
홍타이시는 그 작은 목을 끄덕이면서 단호한 어조를 꺼냈다.
“그럼 이번에는 화살로 독수리를 쏘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주문에 김충선 보다 오히려 일패공주가 흠칫 놀랐다. 김충선의 장기는 화승총이 아니던가. 화살은 조선의 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건 손님에게 무리한 요구란다.”
“무리한 것이 뭐야?”
패륵이 대신 설명했다.
“예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타이시가 반발했다.
“아니야. 그건 어렵다는 것이지.”
패륵의 안색이 변하였다.
“알면서 넌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구나.”
그들 형제의 언쟁을 지켜보던 김충선이 자세를 고쳐 잡았다.
“내가 화살로 독수리를 사냥하도록 하겠습니다.”
** 유 광 남 :
서울 생으로 대중성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역사와 팩션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5년 간 강의 했으며 조일인(朝日人) ‘사야가 김충선(전3권)’ 팩션소설 ‘이순신의 반역(1부)’ 등을 출간 했다. 현재 '스토리 바오밥'이란 전문 작가창작 집단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