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대질시켜보면 뽀록날 테니까 대기실에 들어가 있어” 이는 황석영이 쓴 《어둠의 자식들》에 나오는 말이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로 ‘뽀록나다’라는 말이 있다. 무슨 뜻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밑도 끝도 없이 이를 ‘속된 말’로 규정하여 풀이하길 ‘「동사」, 숨기던 사실이 드러나다. ’라고 할뿐 말의 유래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일본말 보로(ぼろ,襤褸)에서 온 말이다. 일본국어사전 다이지린(大辞林)의 풀이를 보자.
① 使い古して役に立たなくなった布。ぼろぎれ。 「くず屋に-を出す」
너무 오래 써서 도움이 되지 않는 옷감. 누더기 조각. 넝마주이에게 낡은 천 조각을 주다
② 着古して破れた衣服。つぎはぎをしてむさくるしい衣服。 「 -をまとう」
오래 입어해진 옷, 누덕누덕 기워 누추해진 옷, ~을 걸치다
③ つたない箇所。欠点。失敗。 「余りしゃべると-が出る」 「 -をかくす」
서툰 부분. 결점. 실패. 너무 떠들면 결점이 나온다, ~결점을 감추다
④襤褸が出る, 隠していた欠点が現れる。「意外なことから―出る」
결점이 나오다, 숨겨진 결점이 나타나다, 의외의 일에서 결점이 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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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하면 ‘보로(ぼろ)’는 낡은, 너덜너덜하다는 뜻이며 이러한 너덜한 것을 몸에 걸치게 되면 결국 해진 옷감 사이로 속살이 보이게 되는 데서 '보로나다’가 숨겨진 것이 드러나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이를 한국에서는 ‘뽀록나다’로 쓰고 있다.
이 ‘보로’는 한자로 남루(襤樓)라고 쓰는데 이 남루는 원래 한국에서도 쓰던 말이다.
선조실록 39년(1606) 6월 6일치에는“전계신(全繼信)과 조훤(趙暄)이 이제 일본으로 가려 하는데 그들의 관대와 의복을 초초하고 남루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全繼信、趙暄, 今將往日本。 其冠帶、衣服, 不可草草襤褸) 라는 기록이 보인다. 위 기록에서 보듯 ‘남루’는 ‘낡고 허름한 뜻’으로만 쓰였을 뿐 ‘감춰진 일이 드러나는 일’로 쓰인 예는 없다.
들통나다 같은 좋은 말이 있으면서 “뽀록나다”라는 말을 구태여 쓸 필요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