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 얼레빗 = 도쿄 전수희 기자] 가만히 있어도 비지땀이 줄줄 쏟아지는 도쿄의 무더위 속에 빨간 속옷 가게를 지나가자니 더운 열기가 훅 하고 지나간다.
한국의 압구정동하면 ‘유행에 민감한 세련된 젊은이들의 거리’ 가 생각 나듯이 일본 아줌마들의 압구정동이라고 한다면 단연 '스가모시장’ 을 꼽을 수 있다.
스가모(巣鴨)라고 하면 아픈 곳을 낫게 해준다는 도게누키관음상으로 유명한 곳으로 정식명칭은 조동종 만정산 고암사(曹洞宗萬頂山高岩寺)다. 그러나 스가모시장(스가모상점가)도 인기 만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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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과 행운을 가져온다는 빨간 속옷 들 |
시장이라고는 하지만 남대문시장 분위기는 아니고 정비된 현대식 상점가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곳에는 주로 아줌마(중년)나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과 신발, 모자, 생활 소품 가구등과 반찬류, 일본 전통과자 같은 것이 주종을 이룬다.
그 가운데서 눈에 띄는 가게가 “빨간 팬티 가게”다. 물론 팬티만 있는 것은 아니다.
▲ 시원한 여름 옷 '유카타'를 파는 가게도 있다
빨간색으로 만든 속옷이란 속옷은 다 있다. 가게 앞에는 “건강 이라든가 개운(開運” 같은 말이 붙어 있다. 왜 빨간 속옷을 입으면 행운이 따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찾기 어렵지만 한 블로그에서 소개하는 점술가 하야바나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동양의학에서는 빨간 헝겊을 몸에 지니면 보온효과가 있어 몸을 따스하게 하고 활력이 넘치게 한다고 여겼다. 특히 인도에서도 고대로부터 이와 비슷한 믿음이 있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빨간 속옷의 전설을 알리는 블로그: http://mbhappy.com/topic.php?topic_id=MBTO00000149)
▲ 빨간 팬티 가게에는 무더위 속에도 삼삼오오 아줌마들이 속옷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빨간 속옷이라면 우리나라도 지난 60~70년대 한창 유행했던 기억이다. 기자도 어린 시절 빨간 내복을 선물 받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는 건강이라든가 개운(開運)의식이라 보기보다는 지금처럼 세련된 색상이나 디자인 개념이 없이 싸구려로 만들어 내던 것으로 봐야한다.
▲ 일본 '제일'이라는 팬티가게 앞을 한 남성이 바라다보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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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의 명물시장인 스가모시장의 정식명칭은 '스가모지죠도오리쇼텐가이' |
끈적거리는 도쿄의 무더위는 체감온도 40도를 느끼게 해주는데도 스가모시장에는 중년의 아줌마들이 삼삼오오 빨간 팬티 가게를 기웃거린다. 나이 들어 찾아 가고 싶은 시장 하나쯤 있다면 그도 행복할 것이다.
*위치: JR 야마노테선을 타고 스가모역(巣鴨駅)에서 내리면 바로 길 건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