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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최치원 풍류(風流) 탄생전”을 보러갈까?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21세기 인문정신(人文精神)의 재발견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은 오는 914일까지 풍류탄생(風流誕生) - 최치원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21세기 인문정신의 재발견을 위한 첫 번째 전시로, ‘최치원이라는 1,200여 년 전의 역사인물을 통해 역사 속에 내재해 있는 풍류라는 우리 인문 정신문화의 원형질을 예술로 시각화하여 인문학의 재발견을 추구하고자 한다.  

이 전시는 우리시대 되찾아야 할 격조 있는 문화로서 풍류의 본 모습을 생각해보고 되살리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나아가 역사 속에 내재해있는 풍류라는 우리 인문정신문화의 원형질을 예술로 시각화해 보여준다.

 

   
▲ 국보 315호 <지증대사 적조탑비(鳳巖寺 智證大師寂照塔碑)> 음기(陰記, 비석의 뒷면에 새긴 글)

   
▲ 쌍계사 <진감선사비> 전액(篆額, 전자체-篆字體로 쓴 현판이나 빗돌의 글씨)

또 인문학과 예술의 만남을 통해 최치원이 주창한 우리고유의 독자적인 풍류정신의 본질과 실체를 보여준다. 전시는 최치원의 삶의 역사현장과 원작을 비롯하여 그 정신을 현대미술로 재해석한 작품들로 이뤄진다. 비문탁본 현판 등의 원작과 현대미술 그리고 서예, 문인화, 현대무용, 북디자인 등 분야에서 재해석작품 등 총 100여 점이 한자리에 선보이는 자리다.  

학자이자 관료였으며, 당시로서는 드물게 국제적 감각을 갖춘 인물이었던 최치원. 한 시대를 풍미한 그를 따라가면서 그의 인문학을 예술적 성과로 연결시켜 보려는 것이 이번 전시를 여는 뜻이다. 이번 전시에서 서예가는 먹으로, 미술가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최치원의 품격과 정취를 상상하게 된다.  

그에게 다가서노라면 사실과 설화가 중첩되어 전해지는 일이 흥미롭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다채로운 이야기는 예술가들이 자유로운 사고로 그에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또 여러 예술가들이 모여 최치원의 정신에 좀 더 다가서려는 시도일 것이며, 기개와 예술적 감성을 두루 갖춘 최치원을 만나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 김양동 <난랑비서 - 풍류, 2014, 혐음지도>

   
▲ 박병춘, <낯선 어떤 풍경 - 가야산 홍류동 계곡, 2014>

고운 최치원의 문장은 풍부한 문학적 감수성을 자랑한다. 그의 <지리산 둔세시>, <접시꽃>, < 바위위의 작은 소나무>, <진달래> 등의 여러 한시를 대하자면 시각적, 청각적 요소가 시 속에 적절히 혼융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최치원의 문장이 그림으로 떠오르는 것도 같은 문맥일 것인데, 그의 문학을 대하노라면 자연스럽게 회화적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탁월한 문장력과 자연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감성 때문이다. 마치 그가 붓을 든 시인으로 다가오게 하는데, 이 같은 요소는 현대작가에게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준다. 자신의 처지를 사물에 적절히 견주거나 자신의 감정을 자연의 섭리에 맞추어 엮어내는 방식에서 뛰어난 감각을 보여준다. 이는 시대적 간격을 넘어 여전히 이 시대의 작가들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한다.  

탁월한 역량으로 나라밖에서 먼저 인정받았으나 정작 제 나라에서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홀연히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고운 최치원. 이번 기회에 시대적인 틈을 넘어 전시를 통해 고운을 생각하는 계기가 된 점은 소중한 기회로 받아들여진다.  

인문정신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예술작품으로 구체화하는 시도는 자못 의미가 큰데, 인문정신문화와 예술계의 융합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기도 하다. 여기에 참여한 현대작가들이 예술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시간을 시각화한다. 곧 인문정신을 형상화하여 드러내 보이는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빚어진 작품을 통하여 새로운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참여하고 있는 미술가들은 각자가 어떻게 해석을 하느냐에 따라 개성 있는 견해를 내놓았다. 감상자는 최치원이라는 같은 대상을 바라보는 31명 나름의 해석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개별적 감성은 천년을 가로질러 관객에게 새로운 시대적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다. 

   
▲ 황재형 <회모(懷慕), 2014>

   
▲ 조용철 <수서호의 봄2, 2014>

이번 전시는 3부로 구성되었다. 먼저 1부는 인물·사건- 최치원을 만나다, 1,000년의 대화로 인문학과 예술의 만남. 최치원의 정신을 예술로 재해석하는 장이다. 최치원은 토착신앙인 무()를 토대로 외래사상인 유불선 삼교를 융화시켜 우리의 교유 사상인 풍류를 정립한 인물이다. 시공을 뛰어넘는 최치원과 작가들의 1,000년의 대화. 역사를 현재화시키는 작가들의 오늘의 시도가 주목된다. 묘길상탑지, 토제소탑, 무구정광대다라니경, 희랑대사상, 진영, 영당 원작과 권창륜, 김종원, 서용선, 이강일, 채우승, 최정화, 한상아, 황재형의 재해석을 보여준다.  

이어서 2부는 주유천하(周遊天下) - 지리산과 가야산, 성속의 경계에서로 최치원 삶의 발자취를 따라 작가들이 모여 풍류에 대해 이야기한다. 풍류란 도대체 무엇인가? 본질과 실체를 제시하고자 최치원을 화두에 두고, 역사현장과 유물을 통해 본질과 실체에 대해 파악하는 장이다. 최치원이 천하를 다니면서 머물렀던 장소인 지리산 쌍계사, 가야산 해인사, 암벽석각, 계류도, 홍류동 석벽제시와 김종학, 박대성, 이갑철, 박병춘, 배병우, 이길우, 장인선, 전정우, 조용철, 김영기의 재해석, 박생광, 백남준, 무신도가 소개된다. 

마지막 3부는 시문(詩文)과 글씨-가을밤 비는 내리고로 최치원의 문학작품인사산비명’, ‘계원필경’, ‘추야우중을 최창섭, 김양동, 노상동, 문봉선, 박원규, 오윤석, 유승호, 이돈흥, 정도준, 정종미, 홍지윤, 정병규 작가가 재해석해 보여준다.

 

   
▲ 정도준 <추야우중(秋夜雨中), 2014>

   
▲ 홍지윤 <접시꽃 들판에 서서, 2014>

전시품은 해인사 희랑대사상(복각본), 사산비명(탁본), 영당현판 및 지리산, 가야산의 암벽석각(탁본) 등 최치원(857-909이후) 유물 40여 점과 재해석작가 31명 곧 현대미술가, 서예가, 무용가 등의 작품 약 80여 점이 선보인다. 

시 속 공연으로 전시기간 중 매주 토요일 17시 서예박물관 3층 전시장 내 별도 공간에서 필가묵무(筆歌墨舞) -‘소나무 흔들어 하늘을 닦는다’”는 주제로 홍승엽 무용가가 전시공간에서 1,000년의 시간을 초월하여 관객과 만난다. 최치원의 풍류를 기()로 치환하여 풀어보는 작업으로 매회 30석 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