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모든 일이 시작과 마지막이 중요하듯 사람도 마찬가지 일게야. 죽는 일도 중요한 일이지. 그런데 말이다. 사람이 태어난 곳은 고향이라는데 사람이 묻히는 땅은 뭐라 하나? 그곳의 이름은? 그것도 이름이 있어야 할 것 아니야? 고향이란 말에 못지않게 정다운 말이 있어야 할게 아니야?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 한대용의 ‘그 고장 이름?’ 가운데서 -
정말 그랬다. 태어난 곳이 고향이면 그 고향을 떠나 뼈를 묻은 곳을 이르는 말은 무엇일까? ‘타향’이라하면 좋을까? 소련 붕괴 이후 독립국가연합에 뿔뿔이 흩어져 사는 한국인을 가리켜 ‘고려인’이라 부른다. 그 고려인들 가운데 1세들이 바로 태어난 곳과 뼈를 묻은 곳이 다른 것이다. 혹한의 땅 연해주로 떠난 한국인 최초의 이주의 역사는 18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4가구가 지신허강 인근에 정착하면서 고려인들의 한 맺힌 역사는 시작되었다.
▲ 타향에서도 고국의 고전을 잊지않으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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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월미도에 있는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는 개관 6주년 및 고려인 이주 150주년을 기념하여 지난 9월 1일부터 2015년 1월 31일(토)까지 특별전 '황무지에서 지켜낸 민족혼'을 열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고려인 이주 15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한 것으로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의 주제는 “모국어와 민족문화의 전파자 고려극장”이다. 모스크바영화대학 망명유학생 출신으로 고려인 문학 2세대를 선도하였던 한진, 고려인 관련 다큐와 극영화를 제작하여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송 라브렌찌, 고려인 가요 채집과 함께 카자흐스탄에 재즈를 처음 도입하였던 음악가 한 야꼬브 등 3인의 자료를 통해 그들이 희곡작가로, 악단장으로 재직하였던 「고려극장」을 연출한다.
▲ 고려인들의 고난에 찬 이주의 삶을 설명하는 일본인 작가 도다이쿠코 씨
2부의 주제는 “모국어와 민족 얼의 지킴이 고려일보”이다. 고려사람들에게 문맹퇴치와 교육, 문화의 발전과 농업기술 등을 제공하여 왔던 고려일보사, 모스크바에서 원동까지 고려인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온 안 빅토르, 1992년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하여 고려일보 기자로, 시인으로, 그리고 고려인 이주사 연구자로 활동한 김병학 등 3인의 자료를 통해 「고려일보」의 역사와 동포들의 문화를 이해한다.
3부의 주제는 “알마티의 고려인 문화 4인방”을 소개하고 있는데 송 라브렌찌, 한 야꼬브, 안 빅토르, 김병학이 그 주인공이다. 이른바‘알마티 4인방(Квартет)’이다. 이들은 영화, 음악, 사진, 문학 등을 매개로 공동작업을 해 왔다. 고려인의 삶, 가르침과 배움, 일과 일터, 놀이와 휴식, 문화예술활동과 사회활동, 풍속과 통과의례, 사람들 등 총 7개의 주제로 나누어 이와 관련한 사진, 채집 고려가요, 영화 등으로 중앙아시아 고려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조명한다.
▲ 전시장 안 모습
▲ 우즈베키스탄의 안빅토르 사진작가는 9월 1일 개막식에 참석하였다
4부의 주제는 “친구들”로 알마티 4인방에게는 친구들이 있다. 고려사람을 규합하고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고려인단체, 선배로서 동료로서 4인방을 이끌었던 모스크바국립영화대학 망명유학생 팔진(八眞), 꼭두각시로 희망을 품은 송 세르게이, 새롭게 떠오르는 시인 리 스따니슬라브, 신예 영화감독 한 블라지미르, 화가 문 빅토르 등이 그들이다.
전시회장을 둘러보면서 비록 고향을 잃고 살아가는 동포들이지만 그들의 가슴 속에 뜨거운 그 무엇이 흐르고 있음을 피부로 느꼈다. 전시장을 안내해준 일본인 작가 도다이쿠코 (도서출판 토향 대표) 씨는 “고려인(조선인)들이 조국을 떠나 살게 된 것도 결국 일제의 침략과 무관하지 않다. 정착할 땅 없이 여기저기로 떠돌아야 했던 고려인들의 비참한 삶이 남의 일 같지 않아 가슴이 아프다. 낯선 땅 중앙아시아에서 150년이란 세월 동안 뿌리를 내리면서 고국의 전통과 말을 지켜 온 고려인들의 강한 정신력에 큰 찬사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어쩌면 오늘의 우리는 이들의 삶을 까마득히 잊고 사는지 모른다. 더 잊히기 전에 어린 자녀를 앞세우고 전시장을 둘러보면 어떨까? 거기서 누천년 지켜온 겨레의 혼과 눈물과 땀이 서려 있음을 확인 할수 있을 것이다.
○ 제목: 황무지에서 지켜낸 민족혼
○ 장소: 한국이민사박물관 기획전시홀 및 강당
○ 기간: 2014. 9. 1. ~ 2015. 1. 31.
*문의:032-440-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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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일 개막식에 참가하여 테이프를 끊는 안빅토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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