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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풍자와 해학으로 민중을 행복하게, 송재영의 완창판소리

국립극장, 정확한 사설과 다양한 장단, 뚜렷한 발음의 흥부가 동초제

[그린경제/얼레빗=정석현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은 9월 27일(토)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의 2014년 하반기 국립극장 완창판소리의 첫 공연 <송재영의 흥부가_동초제>를 올린다. 올해로 30년째를 맞은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공연은 1984년 판소리 사설을 문학으로 정립한 동리 신재효 선생의 서거 100주기 기념으로 시작된 상설공연이다. 짧게는 3시간에서 길게는 8~9시간동안 소리꾼 한 사람이 북 반주에 의지하여 판소리 다섯 바탕을 고스란히 펼쳐 보인다. 특히 국립극장의 완창판소리는 소리꾼들이 인정하는 권위 있는 무대이다. 

   
 
젊은 소리꾼에게는 꼭 서고 싶은 꿈의 무대이며 원로 명창들에게는 자존심을 건 무대인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지난 5월 <완창판소리 30년 맞이 특별공연>을 개최하고 판소리 다섯 바탕의 인간문화재 보유자를 모두 불러 모아 한국 대표 명창들의 축제 마당을 열기도 하였다. 그리고 2014년 9월부터 다시 매월 한 번씩 상설공연으로 부활하였다.  

다시 명맥을 이어가는 완창판소리 9월의 주인공은 전라북도립국악원 창극단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송재영 명창이다. 평소 판소리는 민중의 한을 어루만질 줄 알아야한다는 신념을 가진 그는 유쾌하고 흥겨운 흥부가(동초제)를 약 180분간 선보일 예정이다. 첫 대목부터 시작하여 고 박동진 명창이 한 광고에서 불러 대중들에게 익숙해진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까지이다. 또한 이번 완창판소리 <송재영의 흥부가_동초제>는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단원 조용복이 고수로 함께 한다. 

9월의 완창판소리는 정확한 사설과 다양한 장단, 뚜렷한 발음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동초제 흥부가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송재영 명창의 시원한 수리성음과 유쾌한 즉흥 연기를 통해 한바탕 신명나게 놀 수 있는 무대를 만나보자.

※ 동초제란?

판소리 창법상의 유파의 하나로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춘향가> 예능보유자였던 동초 김연수 명창이 1930년대 초 여러 판소리 중 좋은 점만 골라 창시하였으며 자신의 호를 따서 '동초제'라고 하였다. 동초제는 가사와 문학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사설(辭說)이 정확하고 너름새(동작)가 정교하며, 부침새(장단)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가사 전달이 확실하고 맺고 끊음이 분명하다.

동초제는 오정숙 명창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동초제판소리보존회’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동초제 명창으로는 오정숙을 비롯하여 김청만, 송만갑, 정정열 등이 꼽힌다.

상하청을 자유로이 구사하는 공력 있는 소리꾼, 즉흥연기가 일품

송재영 명창은 전라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2호 이일주 명창의 <심청가> 이수자로, 꾸준한 판소리 발표회는 물론 전라북도립국악원 창극단장으로 연기와 연출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견명창이다. 수리성음(판소리 성음 중 하나로 컬컬하게 쉰 듯한 목소리)을 지니고 상하청(높고 낮은 음)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공력 있는 소리꾼이다. 다양한 발표회와 창극 활동으로 쌓은 뛰어난 연기력과 상황에 맞춰 능수능란하게 던지는 즉흥연기 등이 특히 일품이다.  

장터 농악대에 반해 들어선 소리꾼의 길

화가가 꿈이던 소년은 어느 날 장터에 놀러갔다가 약장수판에서 흘러나오는 구성진 소릿가락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그 날부터 며칠을 몸살로 앓아누웠다. 소리에 취한 마음의 열병이었다. 학교를 빠져가며 약장수판의 농악대 소리에 매료당했던 소년은 그림을 공부하기 위해 진학했던 비사벌 예술학교에서 1976년 송재영의 나이 16살에 결국 창악부로 진로를 변경한다. 송 명창의 소리 인생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완창무대와 창극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하는 소리꾼

   
▲ 완창판소리 9월의 주인공 전라북도립국악원 창극단장 송재영 명창
청년이 된 송 명창은 군대를 제대한 뒤, 군생활 30개월간의 공백에 힘겨워하던 도중 전라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2호 이일주 명창을 만나 스승으로 모시게 된다. 이일주 명창은 소리에 대한 열정 하나로 임실에서 전주까지 기차를 타고 오가며 공부하는 제자를 위해 방 한 칸을 내주었고, 송 명창은 그 방에서 먹고 자며 동초제 소리를 물려받았다.  

고음을 내기 위해 지리산 구룡폭포 아래에서 폭포소리를 경쟁자 삼아 북채로 목젖을 때려가며 연습하고, 목이 트인다는 말에 인분이 담긴 물을 마시는 등 소리를 위해서 혹독하게 훈련한 송 명창은 2003년도 전주대사습놀이 명창부 장원(대통령상)을 거머쥐며 차츰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2005년 전주세계소리축제 초청 <심청가> 완창무대를 시작으로 2008년 5월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초청 <심청가> 공연 등 다양한 국내외 무대에서 자신만의 소리 세계를 펼쳐왔다. 또한 동초제보존회가 주최하는 <300년 내린 소리 유파대제전>에 참여하며 전통의 보존과 전파에도 힘써왔다.  

또한 송 명창은 창극 배우로도 활약하고 있는데, 1989년 입단한 전라북도립국악원에서 주연을 도맡아오며 그 연기력을 인정받아왔다. 2010년에는 국립극장 국가브랜드 공연 창극 <청>에서 심봉사역을 맡았는데 절절한 소리와 탁월한 연기력으로 ‘조상현을 잇는 최고의 심봉사’라는 찬사를 받기도 하였다. 현재 전라북도립국악원 창극단장을 맡아 단체를 이끌며 창극 <천하맹인 눈을 뜨다>의 심봉사역을 맡는 등 바쁜 나날을 지내고 있다.  

판소리는, 몸과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동의보감

송 명창에게 판소리란 동의보감과도 같다. 소리를 하면 아무리 몸이 아프다가도 보약을 먹은 듯 든든하고 행복해진다는 그는 소리꾼은 풍자와 해학, 익살로 민중의 한을 어루만질 줄 알아야 한다고 여긴다. 판소리는 인생과 철학이 담긴 종합예술이기에 항상 공부하는 자세로 정진해야하며 내면의 공력이 완성될 때에 비로소 귀 명창들을 감동시키는 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어려운 환경에 있는 후학들을 위해 무상으로 소리를 가르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송 명창의 꿈이다.  

예매는 국립극장 02-2280-4114~6이나 국립극장 누리집(www.ntok.go.kr)에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