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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의 꿈꾸는 나라" 군주의 장 109회

[한국문화신문 = 유광남 작가] 막료 하나가 김충선을 지적했다. 예당케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가 다시 나를 깨우쳤다. 여진은 같은 동족(同族)이다. 우리는 형제다. 금나라의 후손이 우리인 것이다. 피를 흘리며 골육상쟁(骨肉相爭)을 해야 할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잃어버린 나라를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예허부족장 예당케의 외침이 막사 안에 울려 퍼졌고 그의 막료들은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다. 김충선이 생사의 기로에서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살아나는 기적의 순간이었다. ‘장군님, 장군님에게 달려갈 날이 좀 더 가까이 올 모양입니다.’ 이순신의 염원(念願)이 담겨있는 눈빛이 조선의 산과 들을 훌쩍 뛰어넘어서 여진의 벌판으로 치달려 왔다. 눈물이 울컥 김충선의 앞섬을 적시었다. * * *

   
 

 “정도령이라고 했는가?”

이순신은 놀란 나머지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되 뇌이었다. 나대용 역시 적지 않게 놀란 얼굴이었다.

“장군께서 그를 아십니까?”

“순천으로 날 찾아왔었네. 이상한 소리를 하더군.”

이순신은 거기까지만 말을 꺼내고 더 이상 뒤를 잇지 않았다. 아니 계속해서 정도령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가 이순신을 방문한 까닭도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정도령이 쏟아내던 대업과 개벽의 단어는 금기 중에서도 금기였다. 성격이 호방한 정경달이 답답하여 목청이 저절로 높아졌다.

“장군, 정도령이란 자가 어떤 이상한 소리를 했다는 것입니까?”

이순신은 말을 돌렸다.

“원수사가 출전한 것은 기실 서애 대감의 종용 때문이었다더군.”

“도원수의 명령이 아니었습니까?”

“정도령이란 선비의 말에 의하면 그렇다는 것이지. 대관절 정도령이 누구인가?”

나대용이 첨사 이순신을 곁눈질 하였다. 이첨사는 성품이 차분하고 매사에 철두철미하여 이순신이 가장 아끼는 부하 장수중에 한 명이였다. 임진년의 전란 때에도 이순신을 도와서 병기고와 식량창고 등을 관리 하였는데 쌀 한 섬도 틀리지 않았으며 도검이나 화살의 숫자 까지도 정확했다.

“이첨사가 알고 있는 자인가?”

이첨사는 나직한 음성으로 설명했다.

“신 또한 정도령을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장군께옵서 의금부에 압송 된 직후에 나타나 신을 찾았습니다. 그러니까 삼월 삼일, 삼진 날이었습니다”

이첨사가 입을 열자 이순신을 비롯한 나대용과 정경달, 송희립 등이 모두 정색을 하고 경청하였다.

“장군이 그리 모함을 받아 의금부로 압송 당하자 소신들은 사실 수영에 남아 있기도 싫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장군님의 당부가 떠오르더군요. 아직도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니 끝까지 수군 본연의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고요. 그래서 그 날도 격군들을 모아 놓고 남해바다의 물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첨사 이순신과 군관 나대용이 전라좌수군 판옥선의 노를 젓는 격군들과 어울려서 바다에 대한 심도(深度)있는 토의를 벌이고 있을 때 정도령이 등장했다. 

“이순신장군이 압송되어 가셨으니 참으로 기구하구려. 하지만 심려는 마시오. 장군은 머지않아서 돌아오시게 될 터이니까.”

낮선 이방인이 방문하여 이순신에 대한 말문을 열자 이첨사와 나대용 군관은 처음에 경계심이 들었다. 그러자 정도령이 그들을 안심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