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 맑음동두천 14.8℃
  • 맑음강릉 24.5℃
  • 맑음서울 17.6℃
  • 맑음대전 16.9℃
  • 맑음대구 17.1℃
  • 맑음울산 16.3℃
  • 맑음광주 17.7℃
  • 맑음부산 18.3℃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17.6℃
  • 맑음강화 13.6℃
  • 맑음보은 14.4℃
  • 맑음금산 14.8℃
  • 맑음강진군 13.5℃
  • 맑음경주시 13.8℃
  • 구름조금거제 14.2℃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군주의 장 110회

[한국문화신문 = 유광남 작가]

“이 사람은 죽도에서 왔는데 이순신 장군에 대한 존경심을 지니고 있으니 그리 경계하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장군을 알고 계시오?”

“조선 사람 치고 장군을 모르는 이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왜적으로부터 조선을 구한 장수가 아닙니까. 안타깝게도 역천(逆天)의 모함을 받아서 수인(囚人)이 되었으나 이는 예정된 시련이고 반드시 무사히 방면(放免)되실 것입니다.”

군관 나대용은 믿고 싶었다.

“사실이요? 우리 장군님이 무사히 석방되신다고요? 오호, 감사합니다. 바다의 용왕님, 고맙습니다. 그런데 언제 돌아오시는 겁니까?”

“그보다도 장군이 안계시니 두 분과 은밀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만.”

첨사 이순신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장군님과 혹 면식이 있었습니까?”

“아닙니다.”


   
 
이첨사는 상대방을 유심히 살폈다. 준수한 용모에 푸른 도포가 바람결에 약간 나부끼는 것이 마치 세속에서 멀리 떨어져 고고하게 살아가는 선인(仙人)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나대용 역시 정도령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한 모양이었다.

“그러지요. 잠시 들어갑시다.”

이첨사와 나군관은 그를 임시로 지어진 대기소로 안내했다. 격군들이 출항하기 전에 잠시 쉬도록 만들어진 일종의 휴게실이었다. 정도령은 대뜸 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귀 공들은 이번에 이순신 장군에 대한 조정의 조처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시오?”

“썩었지요!”

이첨사의 단호한 태도에 나대용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

“우리 장군님을 이런 식으로 대접해서는 절대 아니 됩니다. 조선을 구한 명장을 전시에 감금하다니요? 이건 조정이 제대로 미치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정도령은 나직하지만 강력한 발언을 쏟아냈다.

“장군님의 운명이십니다. 천기가 이순신 장군을 위해 흐르고 있습니다. 머지않아서 구국의 결단을 내려야할 시기가 도래합니다. 하지만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어렵지요. 두 분이 그 때를 위해 해주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첨사와 나대용의 눈이 크게 떠졌다. 구국의 결단을 내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설마 그것이......그것이.......

“대업입니다. 조선의 개벽입니다. 새로운 군주의 나라를 세워야 할 때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첨사가 경악하며 상대방을 노려보았다.

“이보시게, 말씀을 삼가 하시게!”

정도령은 거침이 없었다.

“조선 임금의 명운이 다했습니다. 희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진이 도발하고 명은 위축될 것이며 왜적은 난리를 일으키는데 조선은 위태롭습니다. 왜적들은 조선을 삼키려 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나라를 이제 이야기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그대는 역모 죄로 삼족이 멸문 당하고 싶은 것인가?”

“소생의 가솔(家率)은 이미 멸문의 화를 입었습니다.”

정도령의 태도는 추호도 위축됨이 없었다. 멸문을 이미 당한 가문이라고 자인하자 이첨사와 나군관은 기가 막히는 것을 넘어서 질린 표정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