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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의 꿈꾸는 나라" 군주의 장 116회

[한국문화신문 = 유광남 작가] 바다위에 난파 된 판옥선의 조각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이미 시체가 되어 버린 조선 수병의 참담한 몰골도 그대로 드러났다. 판옥선 한 척에 격군이 100여 명, 수군이 60여 명 탑승 했다면 약 2만 여명 가량의 사상자가 발생 했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순신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솟아 나왔다.

“이럴 수는 없다.”

개벽호의 전원이 울음을 삼켰다. 어제만 하여도 친구이며 형제였다. 그러나 그들은 하루아침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버린 현실은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생존자를 확인하라.”

이순신은 목이 메어 소리쳤지만 바다는 응답하지 않았다. 첨사 이순신과 군관 나대용, 조방장 송희립 등이 사방을 둘러 봤지만 몇 구의 시체만 넘실대는 파도에 떠밀려 오르락내리락 할 뿐 살아남은 자는 없었다.

“믿을 수가 없다. 함대가 몰살이라니!”

이순신은 급기야 통곡(痛哭) 하였다. 자신의 손으로 일궈낸 조선 수군의 정예병들이 아니던가. 조선수군의 위기를 짐작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처참하게 패배를 당할지는 꿈에서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그들과 같이 대업을 도모하려고 했건만, 그들은 원균의 지휘아래 칠천량에서 떼죽음을 당하고 만 것이다.

 

   
 

“장군님!”

갑자기 바다를 살피던 군관 송희립이 이순신을 불렀다. 멀리 육지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전 속력을 내어라!”

격군들은 일제히 노를 발로 젓을 수 있도록 장치를 바꾸었다. 개벽은 어느 누구도 보지 못했던 속력으로 달려갔다. 이순신의 눈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원균이었다. 원수사는 쫓기고 있었고 누군가가 필사적으로 원수사를 보호하고 있었다.

“원사웅입니다.”

그는 원균의 아들로 무술이 출중하고 담력이 남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모험을 좋아하여 높은 벼랑에서 바다로 뛰어들며 놀기를 즐겨했다. 성장하여 아버지를 따라 해전에 여러 번 참전하여 공을 세우기도 한 수군 병사였다.

“물러가랏!”

원사웅은 달려들던 왜병 두 명을 일시에 베어 넘기면서 부친을 돌아봤다. 원균에게도 두 명의 왜병이 쇄도하고 있었다. 비록 60에 가까운 노장이었으나 원균은 본래 강골에 용력이 대단한 맹장이었다. 그는 장창을 찔러오는 왜병의 공세를 비스듬히 피해내며 그를 번쩍 들어서 다른 왜병에게 집어 던졌다.

“어이쿠.”

바닥에 나뒹구는 왜병들을 원사웅이 달려들어서 손쉽게 베어 버렸다. 이미 원균은 지쳐 있었고 수중의 칼도 없이 맨 손이었다. 온 몸에는 왜적의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아버님!”

원사웅이 부친을 불렀다. 언제나 포효(咆哮)하는 맹수처럼 행동하던 원균이 지금은 너무도 초라하게 느껴졌다. 무려 이만에 달하는 조선의 정예 수군을 잃었으니 그의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원균은 지금 살아도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날 돌보지 말고 어서 가거라. 넌 살아남아서 이 애비의 죄업을 대신 갚아다오,”

“소자가 어찌 아버님을 두고 떠날 수 있겠습니까?”

원사웅이 눈물을 흘리면서 다가갔다. 원균이 손가락질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