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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의 꿈꾸는 나라" 군주의 장 117회

[한국문화신문 = 유광남 작가]

“당장 떠나라 하지 않았느냐?”

바닷가 해안선을 타고 다시 수 십 명의 왜적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들의 표적은 원균과 그의 아들 원사웅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발사하라!”

쾅! 하는 굉음이 울리더니 해안가를 질주하던 왜적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튕겨져 날아갔다. 개벽에서 함포 사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원균 부자를 잡기 위해서 날뛰던 왜적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기 시작했다.

“배를 대어라.”

개벽호가 원균 부자를 태우기 위해서 육지로 접근했다. 직접 현자포(玄字砲)를 발사했던 첨사 이순신이 다시 장전 하면서 소리쳤다.

“장군, 시간이 없습니다. 후미에 적선이 나타났습니다.”

“물러서지 마라! 원수사와 원사웅 군관을 구조한 후 퇴각한다.”

이순신의 결심에는 변함이 없었다. 후방에는 적의 함선이 20 여 척으로 대폭 늘어나 있었다. 되돌아갔던 순시선들이 다른 선박과 합류하여 추격해 온 것으로 보여 졌다. 원균은 미끄러지듯이 해안으로 다가오는 판옥선을 발견하고는 탄식을 토해냈다.

“흐웃!”

자신과 아들 원사웅을 구조하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돌진해 오는 판옥선에는 전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이 버티고 있지 않은가. 한 숨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수치스럽고 면목이 없어서 어디론가 쥐구멍이라도 기어 들어가고픈 심정이었다. 이순신이 한산도로 자신을 찾아와 애원하다 시피 하지 않았던가. 그때 그의 말을 귀담아 들었어야 했다. 그의 내민 손을 뿌리치지 말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더라면 이 만 명의 귀중한 생명들을 그렇게 속절없이 잃어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후회는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늦는 법이다.

 

   
 

“어서 승선하시오!”

이순신은 소리쳐 원균을 불렀다. 원균은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대로 장렬하게 죽는 것이 장수로서의 명예를 지키는 법이라 생각 들었다.

“사웅아, 칼을 이리 다오.”

원균은 원사웅에게 칼을 넘겨받았다.

“아버님, 살았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아버님을 구원하러 왔습니다. 칼을 무엇 하시려고요?”

“넌 반드시 돌아가서 우리 가문을 지켜야 한다. 애비는 장수의 길을 따르련다.”

“아버님?”

“명령이다. 넌 어서 승선해라. 이놈들은 내게 맡기고.”

원균은 칼을 부여잡고 오히려 반대 해안선의 왜적들을 향해서 돌진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이순신이 판옥선에서 뛰어 내렸다. 그의 손에는 활이 들려 있었다.

“사웅이, 자넨 승선하게. 아버님은 내가 모시고 갈 터이니.”

이순신의 뒤를 군관 송희립이 그림자처럼 수행했다. 원사웅은 그들을 따르고 싶었으나 이미 지쳐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원균을 발견한 왜적들이 몰려들었다. 원균은 무작정 왜적들을 향해서 쇄도해 갔다. 한 놈이라도 더 베고 자신도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각오였다. 쇄액! 하는 병장기 소리와 더불어 칼이 원균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원균은 몸을 뒤로 버드나무처럼 휘며 한 바퀴 빙 돌았다. 동시에 수중의 칼로 상대방의 복부를 찔렀다. 일련의 동작은 원균의 체구에서는 나올 수 없는 신속하면서도 절도 있는 솜씨였다. 왜적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꼬꾸라졌다. 그러나 원균은 미처 왜적의 복부에 깊이 박혀버린 칼을 회수하지 못했다. 다른 왜적이 무섭게 달려들었다. 원균은 속수무책(束手無策)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