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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군주의 장 120회

[한국문화신문 = 유광남 작가]  서애 유성룡이 진중한 어조를 꺼내었다.

“아군의 희생을 목전에 두고 홀로 달아난 죄가 있다면 엄중히 조사하여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려야함이 당연하온 줄 아옵니다. 허나, 지금은 왜적들의 준동이 심상치 않으니 한시바삐 대비책을 강구하심이 우선 되어야 할 것입니다. 자칫 방비를 게을리 한다면 지난 임진년의 참담함이 재현될까 두렵나이다.”

선조의 용안이 두려움으로 물들었다. 몽진을 거듭했던 지난날의 아픔이 되 살아났다. 이제는 두 번 다시 그런 꼴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영상의 말씀이 옳소.”

“그렇다면 조선 수군을 궤멸 시킨 패장 원균수사를 징계하고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자를 천거해야 할 듯싶습니다. 전시이니 만큼 단 하루도 비워둘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삼도수군통제사가 아닙니까?”

잠자코 어전회의에 참석하고 있던 오성대감 이항복이 입을 열었다. 선조가 물었다.

“대감은 원수사를 대신하여 누가 적임자라고 생각하오?”

“전 전라좌수사 겸 삼도수군통제사였던 이순신만한 인물이 없다고 사료 되옵니다.”

왕 선조는 힐끔 영의정 서애 유성룡을 곁눈질 하였다. 그러나 유성룡은 입을 닫고 말이 없었다, 선조로서는 다시 이순신에게 직위를 돌려준다는 것이 영 내키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대안이 있을 수가 없었다. 칠천량에서 통제사 원균을 비롯한 전라우수사 이억기와 충청수사 최호가 전사를 하고 말았지 않은가. 조선의 현재 해군(海軍)으로 수군절도사(水軍節度使) 직위를 감당할 인물이 그리 많지가 않았다.

‘정녕 그 만한 인물이 없다?’ 왕 선조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 하다가 끝내는 이순신을 재기용 하도록 조치하였다. 사실 선조는 원균이 이순신에 의해서 구조 되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시각 이순신이 패장(敗將) 원균을 구하여서 돌아왔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한산도 본영을 비롯한 순천, 여수, 울산 등 호남과 경상을 뒤흔들고 있었다.

   
 

* * *

이순신은 정도령을 불렀다.

“그대 덕분에 원수사를 살릴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었소.”

정도령은 기분 나쁘지 않은 미소를 이순신에게 보냈다.

“원수사를 그리 구하시고 싶으셨습니까?”

“그 뿐이 아니라 이억기장군과 최호장군도 내 사람으로 살리고 싶었소.”

“장군의 도량이 참으로 광대합니다. 그 점은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하늘이 어째서 장군을 점지 하셨는지 이 사람이 깨달았습니다. 원수사는 표리부동(表裏不同) 한 자는 아닙니다. 단지 자신의 무용을 과신하고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불같은 성격이 문제였지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라는 역사 소설 속 인물 중에 익덕 장비(張飛)라는 촉(蜀)의 장수가 원수사와 아주 유사 합니다. 용감하고 호방하며 술을 아주 좋아하고 급한 성품을 지니고 있는 것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