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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의 반역" 군주의 장 125회

[한국문화신문 = 유광남 작가] 

“누르하치를 설득하고 돌아와야 하오. 충선은 내게 있어 또 한 명의 자식이외다.”

“그러고 보니 둘째 아드님이 보이시지 않더군요.”

“울은 충선의 부탁으로 의병들을 만나고 있소이다. 금산과 경주, 전주, 진주 등을 돌고 있을 것이요. 어쩌면 지금쯤은 홍의장군을 만나고 있을지도 모르겠소.”

“의병장 곽재우라면 순식간에 1만의 의병을 동원할 수 있는 의병 중의 의병이시지요. 당연히 곽재우장군도 동참해야 합니다.”

“내게 과분한 분이시지요. 모실 수만 있다 면이야 영광 아니겠습니까.”

정도령은 단정적으로 피력했다.

“곽장군은 우리의 대업을 절대 지지해주실 것입니다. 모르십니까? 그 분이 조선의 벼슬을 마다하고 초야에 묻혀 지내시는 연유를? 당쟁(黨爭)으로 얼룩진 조정에 염증(厭症)을 느끼고 계시는 분입니다.”

“하지만 충신(忠臣)이지요. 변절이 쉽지 않은 영웅입니다.”

“우리가 변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임금 개인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백성에 대한 충성을 하고자 함이니 오로지 그 마음 뿐 이면 변절이라 말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眞理)와도 같은 것입니다. 나라는 반드시 백성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 아래 엎드려 있어야 합니다.”

 

   
 
이순신은 나라가 있고 백성이 존재 한다고 배웠다. 그가 받았던 교육은 임금에게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도령은 달리 말하였다. 그는 백성이 나라 위에 있으며 나라는 백성의 발아래 엎드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순신은 일리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확신이 들었다. 이것은 한때 ‘천하는 일정한 주인이 따로 없다’는 천하공물설(天下公物說)과 ‘누구라도 임금으로 섬길 수 있다’는 하사비군론(何事非君論)의 정여립의 주장을 뛰어 넘는 새로운 학설이었다.

기축년에 기인 정여립은 왕권체제를 뒤흔들었다는 제목으로 역적이 되어 쫓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그 사건으로 연루되어 무려 1천 여 명이 희생을 당하거나 옥고를 치룬 대사건 기축옥사(己丑獄死)가 벌어졌었다.

“언제 백성의 나라가 세워질 수 있는 거요?”

이순신의 질문에 대해서 순간적으로 정도령의 눈가에 이채가 어렸다.

“조짐은 보이지만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하늘의 뜻이라 할지라도 변수는 항상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다만 때가 도래 했다는 것만은 말씀 올릴 수 있을 겁니다.”

“왕조의 세습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요?”

“아버지가 왕이라고 자식이 반드시 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미개(未開)한 사상입니다. 백성의 신망을 두루 받는 사람이 왕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왕은 백성을 하늘처럼 모셔야 합니다.”

지독히 위험한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내는 정도령이었다. 알면 알수록 놀랍고 또 놀라운 정도령이었다. 또한 그런 정도령을 발굴하여 자신에게 보내준 서애 유성룡에 대해서도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유성룡의 심기(心機)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 여겨질 정도였다. 이때 밖에서 기침 소리가 울리더니 이회가 급하게 문을 두드렸다.

“아버님, 도원수께서 납시었습니다.”

권율의 방문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으나 급작스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이순신과 정도령은 즉시 일어나 나가서 도원수를 맞이했다. 원균의 대패로 인해서 도원수 권율의 표정은 심각할 정도로 근심이 가득하였다. 도원수 곁에는 한양에서 급파한 선전관이 대동하고 있었다.

“상감마마의 교지가 내려졌네.”

이순신은 의복을 단정히 하고 어명을 받았다.

“이순신을 전라좌도수군절도사 겸 경상, 전라, 충청 삼도 통제사로 임명하는 바이다.”

1597년 정유년 7월 말경 이순신은 백의종군의 신분에서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 되었다. 그러나 이때 이미 그의 가슴에는 왕 선조에게서 어명을 받은 것이 아니라 백성에게서 새 하늘을 열라는 명을 받은 것이었다. ‘이제부터 개벽의 시작이다!’ 이순신은 하늘을 우러러봤으며 정도령은 그의 곁에서 바람을 일으켰다. 이제 그 바람은 돌풍이 되고 폭풍이 되어 일본의 바다를 삼키고 내륙을 휘감을 것이며, 만주와 중국대륙을 강타할 것이었다. 바람이 이순신의 전신을 훑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1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