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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음모의 장 1회

[한국문화신문 = 유광남 작가]  곽재우(郭再祐).

“임진년 의병 역사에 가장 화려한 전공을 세우신 분이 아니십니까.”

이울은 거침없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면전(面前)의 대장부는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 눈빛은 맑았으나 때로는 화기를 쏟아내는 것처럼 뜨겁게 느껴졌다. 강직해 보이는 입매와 능선을 닮은 콧날이 전형적인 호남아풍의 생김새였다. 그가 의병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한 곽재우였다.

“그 명성은 중봉에게 어울리네.”

중봉이 누구인가. 바로 금산성 전투에서 산화한 의병장 조헌이었다. 이울은 이미 그의 제자들인 박정량, 전승업 등과 만나고 이제 의령으로 곽재우를 찾아온 것이다.

“금산에서 제를 올리고 왔습니다. 제자 분들과도 만났습니다.”

“그런가? 박정량과 전승업은 유망한 인재들이지.”

곽재우는 중봉 조헌의 제자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곽장군님이 그들까지 기억하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의기가 대단하신 분들이십니다.” 

“그 때문에 잊지 않고 있는 것일세. 평소 중봉이 아끼는 제자들이었지.”

“소생의 친구는 곽장군님을 그토록 아끼더이다. 신뢰하더이다.”

“자네의 친구라 함은 오, 김충선! 그를 말함인가?”

곽재우의 입가에 봄날과도 같은 미소가 흘러갔다. 그저 보고만 있어도 상큼함이 물결처럼 번져가는 느낌이 존재했다. 곽재우에게 김충선이 어떠한 인물인지를 단번에 느끼게 해주는 웃음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 친구가 소생에게 감히 명령을 내렸습니다. 반드시 장군님을 모셔야 한다고요!”

곽재우의 표정이 홀연 경직 되었다.

“어떤 의미인가?”

이울은 순간적으로 긴장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또박또박 말문을 열었다.

 

   
 

“장군은 늦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 하였으나 문장의 글귀가 상감마마에게 거슬린다는 이유로 관직에 오르지 못하시는 불운을 당하셨습니다.”

“내 나이 서른 하고도 넷이었지. 이미 오래 전의 이야기일세.”

“낙향하여 학문과 무술을 연마하면서 때를 기다리시지 않으셨습니까?”

“하하하, 소일거리가 없으니 선비로서 그저 내 자신을 수련했을 뿐이지. 거창하게 때는 무슨 때 인가?”

“임진년, 왜란이 발생하여 전 국토가 일본 왜적에 의해서 유린당하자 분연히 고향인 의령에서 의병을 조직하여 거병하시었습니다. 출중한 전략과 용맹함으로 전쟁터를 누비시어 적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시었고, 몇 차례의 전투를 승리로 이끄셨지요.”

곽재우가 길게 한 숨을 쉬었다.

“하지만, 진주성 전투에 참여 하였으나 김시민 장군을 잃었고, 금산성 전투에 중봉 조헌을 돕지 못하였으며, 의병장 김덕령의 안타까운 무고함을 밝히지 못하였네.”

곽재우는 회한(悔恨) 담긴 눈빛으로 변하였다. 그 회색 어둠을 주시하며 이울도 약간 비감어린 목소리를 꺼냈다.

“그러나 아버님을 구하지 않으셨습니까.”

“이순신장군을?”

“의금부에 감금되신 부친을 위해서 모종의 결의를 다지셨던 점을 우리 모두가 가슴에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곽재우의 눈빛이 새삼스럽게 서늘해졌다.

“날 방문한 연유가 무엇인가 묻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