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동자(童子)라고 하면 “승려가 되려고 절에서 공부하면서 아직 출가하지 아니한 사내아이”라는 국어사전의 풀이처럼 ‘작고 가녀린 어린 동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꽃 가운데 동자꽃이란 게 있는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야기는 이 동자가 주인공인 듯 너도나도 퍼 나르기를 해놓아 짬뽕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 동자꽃(이명호 사진작가)
이름하여 동자꽃의 유래라며 나도는 이야기의 요점은 “어느 깊은 산 속에 노스님과 어린동자가 지내다가 한 겨울 추위에 시주하러 내려갔다가 눈길에 막혀 돌아오지 못했고 그러다가 어린 동자는 얼어 죽었는데 눈이 녹아서야 돌아온 노스님은 어린 동자가 가여워 묻어주었더니 그곳에 붉은 꽃이 피어나 동자꽃이라 했다”는 게 요지다.
원래 이야기라는 게 한 다리 건너면 살이 붙기 마련인지라 몇몇 신문의 ‘우리풀꽃 칼럼’에 나오는 동자꽃은 ‘설악산 암자’라고 까지 비약되어 있다. 그러나 이 동자꽃의 유래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 교토 사가(嵯峨) 지방의 선옹사(仙翁寺)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 일찍이 이를 선옹화 (仙翁花)라고 불렀다. 이 꽃은 일본 식물학의 아버지라는 마키노토미타로(牧野富太郎)가 지은『마키노신일본식물도감(牧野新日本植物圜鑑)』에 “선옹화는 야마시로(교토의 옛이름) 사가(嵯峨)의 선옹사(仙翁寺)에 전해오는 홍매초(紅梅草)로 예전의 전홍사화(剪紅紗花)일 것이다.”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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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모토 집안의 문양 |
동자꽃이 한글로 나오는 초기 문헌은 『조선식물향명집, 1937』으로 여기에는 동자꽃, 털동자꽃, 제비동자꽃이 나오는데 일본말로는 에조마츠모토(동자꽃), 마츠모토센노우(털동자꽃), 엔비센노우(제비동자꽃)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마츠모토’라는 말은 가부키 배우 마츠모토코시로우(松本幸四郎) 집안의 가문(家紋, 집안의 권위를 나타내는 문양)과 닮았다고해서 붙은 이름이다.
석죽과(패랭이과)에 속하는 동자꽃은 세계적으로 30종이 있으며 한국에는 4종이 전해지고 있는데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동자꽃 설명을 보면, “잎은 마주나기하며 엽병이 없고 긴 타원형 또는 난상 타원형이며 양끝이 좁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길이 5~8cm, 폭 2.5~4.5cm로서 양면과 가장자리에 털이 있고 황록색이다. 삭과는 긴 타원형이고 꽃받침에 싸여 있으며 9월에 익는다. 줄기는 높이 40-100cm이고 긴 털이 나 있으며 곧게 서고 마디가 뚜렷하다. 근경성으로 성글게 뿌리가 내린다. 깊은 산 숲속이나 높은 산 초원에서 생육하며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자란다.”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꽃이 우아하고 아름다워서 붙여진 이름” 이라고 한다. 아름답고 우아한 게 ‘동자’ 밖에 없을까?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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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식물명휘, 1922』에는 한글 이름 없이 4개의 동자꽃(1937년에 붙은 이름)이 나온다. |
『조선식물명휘, 1922』에는 쵸우센마츠모토(chosen-matusmoto), 에조마츠모토(yezo-matsumoto), 마츠모토센노우(matsumoto-senno), 케나시마츠모토(kenashi-matsumoto)라는 꽃이름이 나온다. 이 꽃은 지리산, 경성, 금강산, 낭림산, 운산, 청진, 백두산, 삼수 등에서 자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한글이름 표기가 없이 오다가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 와서 ‘동자꽃’이라는 이름으로 표기 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오늘날에는 설악산의 암자라느니 지리산 암자라느니 라는 말이 보태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꽃이름을 바꾸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가기관에서 동자꽃의 유래에 눈감고 “꽃이 우아하고 아름다워서 붙여진 이름” 이라는 식의 풀이 보다는 ‘마츠모토센노(松本仙翁)가 어디서 유래했는지를 밝혀 주는 게 도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