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고즈넉한 산사를 지날 때면 스님의 독경 소리와 처마 끝에 매달려 있는 풍경소리를 듣게 됩니다. 풍경은 불구(佛具, 부처 앞에 쓰는 온갖 법구) 강운데 하나이지만 요즘은 단독주택의 처마에 걸어놓기도 합니다. 종은 대부분 사람의 힘을 빌려 소리를 내지만, 풍경은 오로지 바람의 힘을 빌려 소리를 냅니다. 풍경은 세상을 경계하라는 수행자의 나태함을 깨우치는 역할을 합니다. 공이는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지요. 물고기는 잠을 잘 때도 눈을 감지 않으니 항상 깨어있으라는 의미이지요. 이 세상은 서로 공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깊은 산속, 절의 마루에 앉자 땀을 식히고 있으면 풍경이 있어 바람 소리가 아름다운지 바람이 있어 풍경이 아름다운지, 그 연결과 공생의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네가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네가 있는 것이니 인생은 이렇게 더불어 사는 소중함이 있는 것이지요. 풍경은 또한 삶의 변화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풍경 소리는 다채롭게 변화하니까요. 마치 우리 삶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듯이 말입니다. 때로는 부드럽고 평화로운 소리로, 때로는 강렬하고 역동적인 소리로 우리에게 다가오지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 한 사회단체에서 세미나를 연다고 보도자료를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내용 가운데는 “점자가 시각장애 아동의 학습과 성장에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교재나 교구, 커리큘럼이 부족하다는 사회문제에서 출발했다.”라는 대목이 보입니다. 여기서 “~임에도 불구하고”는 일본말 “~にもかかわらず( ~니모카카와라즈)”에서 온 것입니다. 굳이 일본어 표현을 쓰지 않고 우리말로 “필수적인데도”로만 써도 좋을 일을 “~임에도 불구하고”를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글을 쓸 때는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지 않고 되도록 간단하게 써야 뜻이 분명해져서 글을 읽는 사람이 더욱 쉽게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한자말이나 일본말 표현으로 쓰는 것이 말뜻을 더 또렷이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 서초동에 위치해 있는 예술의 전당”이라고 쓰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경우는 그냥 “서울 서초동에 있는 예술의 전당”이라고 쓰는 것이 훨씬 알아듣기 쉽지 않나요?. 이처럼 흔히 중복의 느낌으로 쓰는 말에는 ‘역전앞’, ‘너른광장’, ‘동해바다’, ‘처갓집’, ‘해변가’ 등이 있습니다. 더러는 이미 말집(사전)에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도 많이 뜨거울 것 같습니다. 아침에 받는 햇볕이 어제보다 더 뜨거운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날씨를 알려 주시는 분이 어제보다 더 더울 거라고 하더라구요. 뒤통수에 햇볕의 따뜻함을 느끼며 해를 등지고 걸어오는 길에, 이슬이 내린 잔디밭을 지나왔습니다. 오늘따라 이슬이 맺힌 잔디가 유난히 해반드르하게 보였습니다. 잔디에 맺힌 이슬에 햇빛이 비치면서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이 바로 '해반드르르하다'입니다. '겉모양이 해말쑥하고 반드르르하다'는 뜻으로 쓰는 말입니다. 보시다시피 '해+반드르르하다'의 짜임으로 된 말인데 앞가지(접두사) '해-'는 풀이에 나오는 '해말갛다'에서 처럼 '매우'의 뜻을 더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반드르르하다'는 '윤기가 흐르며 매끄럽다'는 뜻이니 '해반드르르하다'를 '매우 윤기가 흐르며 매끄럽다'로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갓 따온 열매를 보고 '아주 윤기가 흐르고 매끄럽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해반드르르하다'는 말을 쓰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게에서 사 온 과일을 먹으려고 깨끗이 씻어 놓고 '해반드르르하다'는 말은 떠올려 쓰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유홍준)은 7월 25일(금)부터 12월 28일(일)까지 상설전시관 기증 1실에서 광복 80돌 특별전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를 연다. 이번 특별전은 광복 80돌을 기려 손기정(孫基禎, 1912~2002) 선수가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한 발자취를 조명하는 전시다. 손기정 선수는 1936년 8월 9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획득하며 우리 민족의 긍지와 기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는 1945년 광복 뒤 지도자로 참여한 1947년과 1950년 보스턴 마라톤대회를 ‘KOREA’의 이름으로 제패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고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성화를 봉송하며 또 한 번 국민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전시 제목인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는 1947년 백범 김구(1876~1949) 선생이 손기정이 지도한 서윤복(1923~2017) 선수의 보스턴 마라톤 우승을 축하하며 써준 휘호 “족패천하(足霸天下)”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과 월계관, 특별 부상품이었던 고대 그리스 투구를 비롯하여 손기정 선수의 여정을 함께한 전시품 18건을 선보인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문화교육원(원장 김용구)은 오는 8월 18일부터 12월 5일까지 모두 4달 동안(16주) 수도권ㆍ충청권ㆍ영남권에 있는 세 곳의 지역 학습관에서 「2025년도 하반기 전통문화사회교육과정(공예체험·인문학)」을 운영한다. 누비와 단청, 매듭, 모사, 실경산수, 자수, 전각, 침선 등 다양한 전통공예강좌가 개설되었으며, 이번 하반기 과정에는 특별히 인문학 강좌도 새롭게 추가되었다. * 서울학습관: 서울특별시 강동구 고덕동 서울시민대학 동남권캠퍼스 3층 * 세종학습관: 세종특별자치시 다정동 가온마을 LH희망상가 B2층 * 대구학습관: 대구광역시 수성구 만촌동 대구생활문화센터 3층 대구광역시 중구 수창동 수창청춘맨숀 1층 전통문화사회교육과정(공예체험ㆍ인문학)은 전통문화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되는 프로그램으로, 2021년부터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이번 하반기에는 모두 36개 과정이 개설되며 ▲ 서울학습관 14개(침선, 매듭 등), ▲ 세종학습관 14개(단청, 배첩 등), ▲ 대구학습관 8개(소목, 각자 등) 과정이 운영된다. 이는 전년 하반기 대비 약 두 배 가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소장 이은석)는 오는 24일 낮 3시 전라남도 목포시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앞 계류장에서 수중유산 발굴바지선 ‘바다누리호’의 취항식을 연다. 2024년 1월부터 설계를 시작해 이달 준공하여 취항을 앞둔 바다누리호는 잠수통제실, 공기압축기실, 잭업 통제실, 잠수사 승강기, 크레인 등을 갖춘 수중발굴 전용 바지선이다. 총톤수 97톤급에 길이 19.2m, 너비 18m, 높이 2.3m로, 많게는 10명의 조사원이 체류하면서 발굴조사를 수행할 수 있다. * 잭업: 고정용 장치(Leg)를 부착하여 수중의 견고한 지반에 고정할 수 있는 장치 바다누리호는 바지선 네 귀퉁이에 길이 32m, 직경 90㎝의 기둥형 다리를 설치하여, 해저에 고정할 수 있고, 유압장치를 통해 승강하여 일반 바지선에 비해 파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바지선이다. 최대 4명의 잠수조사원이 동시에 잠수하여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영상장치를 통해 실시간 점검(모니터링)도 할 수 있다. 특히, 잠수사 승강기는 이동 간에 조류와 유속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잠수사의 안전한 하잠과 상승을 도와준다. 바다누리호는 올해 하반기부터 수중유산 신고 해역을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 배영호)이 주관하는 국립청년무용단에서 단원을 모집한다. 국립청년무용단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관하고 평택시가 공동 운영하는 시즌제 실연 단체로, 지역 공연예술 생태계의 활성화와 청년 예술인들의 무대 활동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무용단은 APEC 등 국가 행사를 비롯해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며, 특히 국립청년무용단 고유 작품을 제작해 정기공연으로 선보인다. 선발 인원은 모두 20명으로, 응시 자격은 접수 마감일 기준 만 19살 이상 만 39살 미만인 사람으로 해당 분야 대학교(2년제 포함) 졸업생과 졸업예정자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단, 대학교(2년제 포함) 재학생은 지원 불가). 공모 접수는 7월 23일부터 8월 6일까지 번개글(이메일)로 진행한다. 선발은 공개 경쟁으로 진행되며, 1차 서류 전형과 2차 실기 및 면접 전형을 통해 뽑는다. 자세한 사항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누리집(www.kotpa.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17. ‘갤러리 채율’에서는 최주석 작가의 개인전 《흐르되, 스미는》을 오는 8월 05일부터 25일까지 선보인다. 최주석 작가는 전통 소재 자개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어, 자연과 전통의 깊이를 감각적ㆍ추상적으로 재해석하는 화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산과 바다, 북극곰 등 자연의 아름다움이 섬세하게 표현됐으며, 생명이 깃든 자연 그 자체의 존엄과 경이를 일깨운다. 나아가, 마음의 혼란에서 벗어나고 치유하도록 침잠의 세계를 유도한다. 작품 속 등장하는 북극곰은, 삶의 보금자리를 잃어가는 생명들을 향한 위로이자, 작가가 꿈꾸는 ‘유토피아’에서의 상생을 향한 염원을 담고 있다. 동시에 우리 역시 순수함을 잃지 않은 채, 인간 본연의 자유로움과 평화를 품고 자연과 조화 속에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바라보는 각도와 빛에 따라 변주하는 자개가 마치 동영상 같다”라고 밝힌 작가는, 자개를 통해 ‘살아있는 자연’을 구현했다. 그 생생함은 곧 관람객에게 아름다움을 지켜야 할 책임을 일깨운다. 작품 전반을 흐르는 바다와 폭포 등 ‘물’의 형상은, 스스로 순환하며 자생하는 에너지를 품고 있다. 작가는 물의 힘을 빌려,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김천웅 안무가는 바체바 무용단에서 활동하며 현대무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해 왔으며, 이번 <미스터 소크라테스>에서 그가 쌓아온 철학적 사유와 안무적 실험이 결합하여 선보였다. 그의 안무는 단순한 미적 표현에 그치지 않으며,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도전적인 시도로, 무용수들의 신체를 통해 철학적 사유를 시각화하였다. <미스터 소크라테스>는 ‘인간은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고전적이면서도 여전히 동시대적인 의미를 지닌 철학적 질문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 질문은 단순히 이론적인 사유에 머물지 않고, 인간 존재의 본질을 몸의 움직임을 통해 탐구하려는 시도다. 공연은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바탕으로, 무용수들의 신체 언어가 하나의 질문으로 기능하게 하며, 관객에게 그 해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은 스스로 사유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으로 초대된다. 이 작품은 단순히 미적 표현에 그치지 않고, 철학적 사유를 몸으로 던지는 대담한 시도이다. 미스터 소크라테스라는 제목이 주는 직관적인 철학적 깊이는 작품의 핵심을 관통하며, 관객을 소크라테스의 사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김일성이 뭐라고 한마디 하면 북한은 찬양하기에 급급해한다. ‘아니요.’라고 말할 자유가 없을 뿐 아니라 침묵도 허용되지 않는다. 남한에서는 어떠한가. 역시 자유가 없다. 김일성의 말에 무조건 고개를 흔들지 않으면 사상이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욕설에 가까운 반대부터 해야 한다. ‘고려연방제’만 해도 그렇다, 그 내용을 알아보는 것 자체가 위험스러운 일이다. 김일성이 “쌀밥이 역시 최고야”라고 강조했다고 치자. 북한 주민들은 ‘보리밥이 더 맛있어’라고 말할 자유가 없어진다, 남한 사람들도 자유가 제약받기는 마찬가지이다. ‘나는 쌀밥이 싫어요’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사정이 이러하니 분단체제 아래에서는 북이나 남이나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쉽지 않다. 김일성이 김옥균을 높였을 때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북한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찬양하기에 여념이 없다. 맹목적인 교조주의에 빠진다. 남한 학자들도 불편해진다. 가만히 있으면 김일성에게 동조한다고 의심받을까 봐 께름칙하지 않을까? 물론 오늘날 한국 학자들이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학문의 자유가 상당히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김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