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아홉째 망종입니다. 망종(芒種)이란 벼, 보리 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씨앗을 뿌려야 할 적당한 때라는 뜻이지요. 그래서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라는 속담이 있는 망종 무렵은 보리를 베고 논에 모를 심느라 눈코 뜰 새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때는 “발등에 오줌 싼다.”, “불 때던 부지깽이도 거든다.”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할 만큼 한해 가운데 가장 바쁜 철입니다. 제주도에서는 망종날 풋보리 이삭을 뜯어서 손으로 비벼 보리알을 모은 뒤 솥에 볶아서 맷돌에 갈아 체로 쳐 그 보릿가루로 죽을 끓여 먹으면 여름에 보리밥을 먹고 배탈이 나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또 전남 지역에서는 이날 ‘보리그스름(보리그을음)’이라 하여 풋보리를 베어다 그을음을 해서 먹으면 이듬해 보리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합니다. 또한, 이날 보리를 밤이슬에 맞혔다가 그다음 날 먹는 곳도 있는데 허리 아픈 데가 좋아지며, 그해에 병이 없이 지낼 수 있다고 믿었지요. 특히 이때쯤에는 보리피리를 만들어 불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또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 햇보리를 수확하면 보리를 맷돌에 갈아 보릿가루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김철호) 완창판소리 ‘김수연의 수궁가’ 공연이 6월 20일(토)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다. 김수연 명창은 박초월 명창에게 사사한 미산제 ‘수궁가’를 2019-2020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마지막 완창판소리 공연으로 선보인다. 1947년 전라북도 군산에서 태어난 김수연 명창은 어린 시절 집근처 국악원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자연스럽게 이끌려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국악원에서 흘러나오는 민요와 판소리, 대금이며 아쟁 소리에 매료되어 넋을 잃고 빠져들었다”라는 김 명창은 이후 박초월과 성우향 명창에게 공부했다. 소리 공부에 빠져든 김수연은 1978년 남원춘향제 명창대회 장원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1989년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부 대통령상, 1992년 KBS국악대경연 대상 등 으뜸 권위의 판소리 대회에서 연이어 수상하면서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1995년부터 2008년까지는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에 재직하면서 판소리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전수교육조교이자 김세종제 춘향가 보존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수연 명창은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겸임교수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의태 최승애 작가는 캔버스와 한지에 먹, 석채, 분채 등을 쓴 혼합채색으로 한국화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를 극대화하여 그림으로 관람객과 쉽게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0년 6월 1일(월) ~ 6월 10일(수)까지 거제문화예술회관(관장 장은익) 전시실에서 "몽유도원도 21" 제목으로 초대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흑과 백의 수묵담채가 아닌 고려 말에서 조선 중기까지 유행했던 청록산수화의 기법을 활용한 산수화와 몽유도원도는 신비스럽고 몽환적인 느낌을 전달하여 한국화의 매력을 알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작품명 '몽유도원도 21'은 조선의 거장 안견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우리 문화재가 일본에 소장되고 있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감상자와 공감하기를 원하고 있다. '몽유도원도 21' 작품 속에는 수많은 풀잎 모양의 작은 점들이 모여 형태를 이루고 음영(陰影)이 만들어져 작가의 고단한 작업을 만나볼 수 있고, 청록색의 맑고 깨끗한 느낌의 색조 흐름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풀 점의 크기와 밝기 차이로 원근감을 주고, 청록색 계열의 채색이 화면 전체를 채운 이미지는 무아지경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지난 3월 9일 SBS <동상이몽>이란 프로그램에서는 “가수 강남과 전 스피드스케이팅선수 이상화가 혼인신고를 못 한 이유”란 내용이 방송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이 얼마 전 결혼식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결혼식을 하고 혼인신고를 합니다. 그런가 하면 결혼식장을 보통 ‘웨딩 홀(wedding hall)’이라는 영어로 씁니다. 이렇게 똑같은 행위를 두고 ‘결혼(結婚)’과 ‘혼인(婚姻)’, ‘wedding’이란 다른 말을 쓰는 까닭이 무엇이며, 어떻게 써야 할까요? 예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남녀 사이에 백년가약을 맺는 것을 혼인(婚姻)이라고 했습니다. 그 혼인이란 것은 장가든다는 뜻의 혼(婚)에 시집간다는 뜻의 인(姻)이 붙은 말로 혼(婚)은 혼인할 "혼"이기도 하지만 "아내의 친정"을 말하고 있으며, 인(姻)은 "사위의 집"을 뜻합니다. 따라서 이 혼인이란 말은 아내와 사위 곧 “남녀가 장가들고 시집가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혼(結婚)은 일본식 한자어이며, ‘결혼(結婚)’이란 말은 인(姻)이 없음으로 남자가 장가간다는 뜻만 있고 여자가 시집가는 것에 대한 의미는 없습니다. 따라서 “혼인”에 견주면 “결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요즈음은 평소에 독서하는 사람이 드무니, 나는 이 점이 무척 이상하게 생각된다. 세상에 책을 읽고 이치를 연구하는 것만큼 아름답게 여길 만하고 귀하게 여길 만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일찍이 '경전을 연구하고 옛날의 도를 배워서 성인(聖人)의 정밀하고도 미묘한 경지를 엿보고, 널리 인용하고 밝게 분변하여 천고(千古)를 통해 판가름 나지 않은 안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며, 호방하고 웅장한 문장으로 빼어난 글을 구사하여 작가(作家)의 동산에서 거닐고 조화의 오묘함을 빼앗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주 간의 세 가지 유쾌한 일이다.'라고 생각하였다. 이것이 어찌 과거에 응시하기 위해서 하는 공부나 옛사람의 글귀를 따서 시문을 짓는 학문을 가지고 견주어 논의할 수 있는 바이겠는가.” 이는 1814년(순조 14)에 펴낸 정조의 문집 《홍재전서(弘齋全書)》에 들어 있는 《일득록(日得錄)》의 일부입니다. 여기서 정조는 “요즈음은 평소에 독서하는 사람이 드무니, 나는 이 점이 무척 이상하게 생각된다.”라고 지적합니다. 이는 지금 시대 사람들에게도 지적하는 말로 들립니다. 사실 전철을 타고보면 승객들은 슬기전화(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지 책을 읽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 이하 국어원)은 ‘엔데믹’을 ㅂ대신할 쉬운 우리말로 ‘감염병 주기적 유행’을 꼽았다. ‘엔데믹’은 어떤 감염병이 특정한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 또는 그런 병을 가리키는 말이다. 문체부와 국어원은 지난 5월 25일부터 27일까지 열린 새말모임*을 통해 제안된 의견을 바탕으로 의미의 적절성과 활용성, 앞선 다듬은 말과의 관련성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엔데믹’의 대체어로 ‘감염병 주기적 유행’을 꼽았다. * 새말모임: 어려운 외국어 새말이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바꿈말을 제공하기 위해 국어 전문가 외에 외국어, 교육, 홍보‧출판, 정보통신, 언론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로서,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진행됨. 문체부와 국어원은 ‘엔데믹’처럼 어려운 용어 때문에 국민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이러한 용어를 ‘감염병 주기적 유행’처럼 쉬운 말로 발 빠르게 다듬고 있다. 앞으로도 문체부와 국어원은 정부 부처와 언론사가 주도적으로 쉬운 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홍보할 계획이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국악원이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라 경제적ㆍ심리적 고충을 겪는 민간 전통공연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온라인 공연 무대 ‘Gugak in(人)'을 6월부터 매주 수요일 선보인다. 6월부터 8월 첫째 주까지 민간 전통공연 예술단체 10개 팀 초청해 매주 수요일 낮 11시 국립국악원 유튜브, 네이버TV 채널 통해 온라인 무대 올라 국립국악원(원장 임재원)은 코로나19로 창작활동에 타격을 입은 10개 민간 전통공연 예술단체를 초청해 오는 6월 3일부터 8월 첫째 주까지 매주 수요일 낮 11시, 국립국악원 유튜브와 네이버TV를 통해 온라인 공연 ‘Gugak in(人)’을 선보인다. 국립국악원은 지난 5월 한 달 동안 개인 예술가 지원을 위한 ‘희망 on’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는데, 6월부터는 단체를 대상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해 8월 첫째 주까지는 10개 단체를 초청하고, 8월 둘째 주부터 연말까지는 공모를 통해 뽑힌 20개 단체를 지원해 온라인 공연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에 초청한 10개 단체는 국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재즈, 탱고, 전자음악 등 국악 외 장르와 협업한 팀으로 ‘제나탱고’, ‘프로젝트 앙상블 련’, ‘안정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지금 안평ㆍ영창(迎昌)의 집 일을 가지고 본다면 서울 안에 돌림병이 크게 유행하는 것을 알 수 있으니, 그것을 오부로 하여금 구료에 힘쓰게 하라. 또 성중(城中)의 영선(營繕, 건축물 따위를 새로 짓거나 수리함)하는 공사가 한둘이 아니어서 경기의 선군들도 또한 와서 역사에 나가고 있으니, 이 무리들이 아마 집을 떠난 채 돌림병에 걸린다면 반드시 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 가운데 내달의 역사에 나가기 위하여 올라오는 도중에 있는 선군은 통첩을 내어 돌아가게 하는 것이 어떠할까.“ 이는 《세종실록》 세종 14년(1432년) 4월 22일 기록으로 돌림병이 크게 유행하기 때문에 서울 안의 긴급하지 않은 영선공사의 정지를 세종이 명하는 내용입니다. 의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조선시대 때는 돌림병이 창궐해도 거의 속수무책이었지만, 지금에도 유효한 정책인 사람이 많이 모이는 건축공사를 중지한다거나 피막에 수용, 격리하는 등의 노력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활인서(活人署), 혜민국(惠民局) 등 의료기관을 만들기도 했으며, 돌림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들을 모은 의서를 펴내기도 했지요. 특히 보물 제1249호 《간이벽온방(簡易辟瘟方)》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진주 묘엄사터 삼층석탑 이 달 균 사람들아 제발 날 찾아오지 마시게 허허 내게 날개가 없는 줄 아시는가? 방금도 남해에 갔다가 덕천강에도 갔던걸 묘엄사터(경남 진주시 수곡면 효자리 447-1)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시원하다. 이곳은 서부경남을 대표하는 큰 인공호수인 진양호와 가깝다. 근처 마을들은 수몰되어 사라진 고향의 아픔을 함께한 기억도 있다. 진양호는 덕천강물을 가두었는데, 이로 인해 남강 주변의 물난리를 다스렸다. 가까운 곳에 대평마을이 있는데 풍부한 물이 있어 큰 들이 형성된 까닭이기도 하다. 부처님 세상은 이렇듯 거스르지 않고 따르는 자연스러움이 아닐까. 이런 곳에 석탑이 있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열 채쯤 되어 보이는 집들 사이로 삼층탑(보물 제379호)이 보인다. 이 탑은 고려 시대 화강암으로 만든 것으로 높이는 4.6m이다. 누가 갖다 놓았는지 석탑 1층에는 빛바랜 염주가 햇살에 익어간다. 주위에는 주춧돌과 석주, 부도의 덮개돌로 추정되는 팔각형의 석재가 흩어져 있어 사각사각 시간을 갉아먹고 있다. 대부분 석탑이 그렇듯 이 탑의 상륜부도 없어진 상태다. 하지만 뿌리 박혀 있다고 날개가 없을까. 우리들 몰래 남해바다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감포 앞바다에는 신라 30대 문무왕의 해중릉(海中陵)이라고 알려진 대왕암(大王巖)이 있고, 이곳으로부터 경주 방향으로 0.5㎞쯤 가면 양북면 용당리에 훤칠한 미남에 견줄 만하며, 위엄 있는 품새가 사람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는 신라시대 가장 큰 석탑인 13.4m의 국보 제112호 감은사터 동ㆍ서 삼층석탑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폐사된 감은사(感恩寺) 절터입니다. 당시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은 죽어서도 동해의 용이 되어 왜구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고 하여 직접 대왕암의 위치를 잡았으며, 대왕암이 바라다보이는 용당산 자락에 절을 세워 불력으로 나라를 지키고자 하였으나 절을 다 짓기 전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요. 이후 왕위를 물려받은 신문왕(神文王)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682년 절을 완성한 뒤 절 이름을 감은사(感恩寺)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감은사 금당 밑에 일정한 높이로 공간을 형성해 비워놓았으며, 이는 용이 된 제31대 문무왕이 바닷물을 타고 감은사 금당까지 들어오게 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과 들어맞지요. 이렇게 금당을 지은 까닭은 신문왕이 동해의 용이 된 아버지가 바닷물을 따라 금당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