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고무줄 시인 김태영 당기면 탄탄하고 놓으면 느슨한 너는 늘 내 애간장을 녹인다. 우리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이른바 ‘몸뻬’라는 것을 입는 걸 보았다. 일제는 태평양전쟁 때 국가총동원법(1938)과 비상시 국민생활개선기준(1939)을 강제로 만들어 허리와 발목 부분을 고무줄로 처리한 부인 표준복 몸뻬(もんぺ)를 입으라고 강요했다. 심지어 1944년엔 몸뻬를 입지 않으면 버스와 전차도 못 타게 하고, 관공서나 극장도 드나들지 못하게 했으며, 여학생 교복으로도 입게 했다. 그 몸뻬는 물론 우리가 속옷으로 입는 팬티에도 고무줄은 당겨졌다 놓았다 하면서 옷의 구실을 하게 한다. 요즘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돌림병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절절매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치료의 선진국으로 우뚝 서 있다. 이를 보면서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어떻게 세계인의 칭송을 들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다른 나라와의 문을 꽁꽁 걸어 잠그지도 않았으면서, 나라 안으로는 철저한 진단과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절히 한 덕분이 아닐까? 시인의 표현대로 몸뻬에 사용한 고무줄처럼 당기면 탄탄하고 놓으면 느슨한 고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은 ‘확진(자)’과 ‘자가격리’를 표현하는 여러 수어 표현 중에서 정부 발표(브리핑) 수어통역에서 사용하는 권장안을 뽑았다. 이번 권장안은 지난 3월 17일부터 27일까지 새수어모임 위원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저마다 농사회에서 수집한 수어들을 제시하고 열띤 토론을 하여 결정하였다. * 새수어모임: 시사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농인에게 수용도가 높은 수어를 마련해 보급하고자 (사)한국농아인협회 관계자, 수어 통역사(공공수어 통역사, 청각장애인 통역사), 수어 교원, 언어학 전공자 등 수어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로, 온라인 화상회의와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진행됨. ‘확진(자)’ 수어는 ‘확진’과 ‘확진자’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며 좀 더 명확한 소통을 위해 이 수어 앞에 특정 병명 / 감염증 등을 붙일 수 있다. ‘자가격리’는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두 가지 표현을 권장안으로 뽑았다. 뽑힌 권장 수어는 국어원 누리집(http://www.korean.go.kr)의 ‘수어/점자 > 수어 > 새수어’에서 누구든지 확인할 수 있다. 문체부와 국립국어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의 사상계(界)는 3·1운동을 기회 삼아 일대(一大) 전환을 하였다.(가운데 줄임) 당국이 매양 숫자를 거(擧)하여 조선의 발전을 과장하나, 그것이 전혀 조선에 있는 일본인의 경제상의 발전이요 이익이다. 조선사람의 생계는 반비례로 궁경(窮境)으로 질주하고 있지 않은가. 숫자의 보고는 대부분이 조선에 있는 일본인의 경제적 발전을 지칭함이요, 조선인의 생산범위는 도리어 점차 수축됨을 따라서 생활정도가 극도로 저락(低落)하여 전(全) 조선은 정(正)히 아귀굴(餓鬼窟)로 화하였다.” 이는 1924년 펴낸 《개벽(開闢)》 3월호의 이민(李民)이 쓴 “사상(思想)의 추세(趨勢)와 운동(運動)의 방향(方向)”이란 논문 일부입니다. 논문은 조선 사상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당시의 심각한 경제사정과 일제의 식민정책을 신랄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개벽》은 1920년 6월 25일자(7월호)로 창간된, 그때까지 보지 못했던 그야말로 종합잡지였지요. 이 논문에서 보다시피 《개벽》은 우리 겨레의 뜻을 가장 충실히 대변했고, 언제나 일제와 맞서 겨레의 자존심을 꿋꿋하게 지켜나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따라서 《개벽》은 일제강점기에 나온 잡지 가운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상하 신하와 백성의 집에 정한 제도가 없어, 서민 집이 분수에 넘치게 관료 집을 따라가고 관료 저택은 감히 궁궐과도 비슷하다. 사치와 아름다움을 다투어 숭상하여 상하에 순서가 없게 되었으니, 실로 옳지 않은 일이다. 이제부터 친아들, 친형제와 공주는 50칸으로 하고, 대군은 여기에 10칸을 더하고, 2품 이상은 40칸, 3품 이하는 30칸으로 하며, 백성은 10칸을 넘지 못하게 하라. 주춧돌 외에는 다듬은 돌을 사용하지 말고, 화공(花拱, 기둥머리의 꽃모양 장식)과 진한 채색과 단청을 쓰지 말고 검약에 힘을 쏟도록 하라.” 이는 《세종실록》 13년(1431) 1월 12일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당시 얼마나 집을 호화스럽게 지었는지 세종은 신분에 따라 집의 크기를 제한한다는 명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성종실록》을 보면 “무령군 유자광의 집에 분수에 넘치게 연석(鍊石)을 사용했으니 대신의 체통을 잃었습니다. 청컨대 유자광을 죄주고 연석을 철거하게 하소서.”라는 대목이 나와 성종 때에 와서도 여전히 사치스러운 집을 짓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 수 있지요. “이번 행차에 수원부를 두루 살펴보니, 새 고을의 관청은 틀이 잡혔으나 민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은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국어사전을 이용하는 시대를 맞아 개선된 국어사전 서비스를 위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국어사전 사용자 인식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 종이사전 대신 포털사이트 검색으로 조사 결과, 포털사이트를 통하여 국어사전에 접근한다는 답변이 90%를 넘었다. 종이 사전이 사라져 가고 인터넷 온라인 사전이 보편화됨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 대상 가운데 32.9%가 평소에 국어사전을 이용한다고 답변하였는데 나이가 적을수록, 독서 시간과 인터넷 검색이 많을수록 국어사전 이용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는 정확하고 쉬운 풀이를 원해 국어사전을 이용하는 목적은 ‘낱말의 의미를 알기 위해’라는 응답이 89.4%로 가장 많았고 ‘표준어, 맞춤법을 확인하기 위해’라는 응답이 바로 뒤를 이었다. 또한, 국어사전에서 강화해야 할 서비스로는 ‘정확하고 알기 쉬운 단어의 뜻풀이 제시’라는 응답이 61%로 가장 높았으며 그다음으로 ‘포털 사이트와 같은 지식 검색’(47.9%), ’어문 규범의 길잡이 역할‘(45.4%)이 뒤를 이었다. 간명한 제시 형태를 갖춘 사용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765명의 독립유공자를 발굴하여 국가보훈처에 포상신청을 한 바 있는 인천대학교(총장 조동성)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1돌을 맞아 737명의 독립유공자를 또 발굴하여 국가보훈처에 포상을 신청하기에 앞서 4월 8일 아침 10시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 독립운동사연구소에서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설명회는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소수의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렇게 큰일을 하게 된 것은 인천대 조동성 총장이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왕고모(아버지의 고모)인 관계로 독립유공자 발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차에 최용규 전 국회의원이 인천대학교 법인 이사장으로 취임하자 독립유공자를 발굴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펼치고자 의병연구가 이태룡 박사에 이어 수십 년 동안 여성독립운동가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온 이윤옥 박사를 연구원으로 초빙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 포상신청 대상자는 3․1독립만세시위 유공자 348명과 간도와 함경도ㆍ경상도 지역에서 항일활동을 펼쳤던 정평청년동맹ㆍ안동청년동맹 등 항일활동 유공자 234명, 추자도 1ㆍ2차 어민항쟁과 제주혁우동맹 등 항일농어민활동 유공자 73명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경주시 남산에는 높이 약 9m, 둘레 약 26m의 큰 바위 4면에 수십 구의 불보살상과 기타 조각이 새겨져 있는 보물 제201호 ‘경주 남산 탑곡 마애불상군’이 있습니다. 남쪽의 큰 바위에는 목조건물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석탑조각들이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남쪽면의 불상을 주존으로 하여 남향으로 절이 있었을 것입니다. 남쪽 바위면에는 삼존불상과 독립된 보살상이 돋을새김 되어 있고, 동쪽 바위면에도 불상과 보살, 승려, 그리고 비천상(飛天像)을 표현해 놓았습니다. 불상ㆍ보살상 등은 모두 연꽃무늬를 조각한 대좌(臺座)와 몸 전체에서 나오는 빛을 형상화한 광배(光背)를 갖추었으며 자세와 표정이 각각 다릅니다. 서쪽 바위면에는 석가가 그 아래에 앉아서 도를 깨쳤다는 나무인 보리수 2그루와 여래상이 있습니다. 이 불상들은 돌기둥 4면에 새겨져 있어 사방사불(四方四佛, 모든 곳에 부처가 있다는 뜻으로 사면에 새긴 불상)의 하나로 보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현재까지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합니다. 절 이름이 새겨진 기와에 의하여 이곳에는 신인사(神印寺)라는 절이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이 마애불상군은 신라 때부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 이하 국어원)은 ‘글로브월’과 ‘다크웹’을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의료용 분리벽’과 ‘지하웹’을 뽑았다. ‘글로브월’은 의료진이 검사를 받는 사람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 검체를 채취할 수 있도록 투명한 벽에 의료용 장갑을 설치한 장치를 가리키는 말이다. ‘다크웹’은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만 접속할 수 있는 웹을 가리키는 말로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서버, 접속자 등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사이버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문체부와 국어원은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1일까지 열린 새말모임*을 통해 ▲ ‘글로브월’의 대체어로 ‘의료용 분리벽’을, ▲ ‘다크웹’의 대체어로 ‘지하웹’을 선정했다. 뽑힌 말 외에도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다른 우리말 대체어가 있다면 사용할 수 있다. * 새말모임: 어려운 외국어 새말이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대체어를 제공하기 위해 국어 전문가 외에 외국어, 교육, 홍보‧출판, 정보통신, 언론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로서,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진행됨. 문체부와 국어원은 ‘글로브월’과 ‘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은 오는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책 토론 방송과 개표 방송에서 지켜야 할 바람직한 언어 사용 지침을 담은 《선거방송 언어 지침서》를 펴냈다. 《선거방송 언어 지침서》는 실제 방송 사례, 심의 사례, 연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았다. “정책 토론 방송”에서는 상대 후보에게 비아냥거리거나 삿대질을 하는 등 부적절한 어투나 몸짓을 사용하거나 타당한 근거 없이 주장하는 것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고, “개표 방송”에서는 조사 결과의 신뢰도를 확인할 수 없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개표 결과에 대한 용어를 적합하게 사용하지 않은 것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선거 방송 언어 지침 주요 내용> •고성, 삿대질, 비아냥거리는 표정 등의 부적절한 어투나 몸짓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말 자르기, 끼어들기 등을 하여 말차례 규칙을 어겨서는 안 된다. •타당한 근거 없이 예측ㆍ해석ㆍ주장하는 표현을 써서는 안 된다. •조사 결과의 신뢰도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개표 결과에 대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모란은 꽃 가운데 임금, 곧 화왕(花王)이라고도 불리는,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는 꽃입니다. 그런데 국립고궁박물관에는 모란꽃을 그린 여덟 폭의 병풍이 있습니다. 모란은 괴석 위에 곧게 그려졌는데 괴석은 오랫동안 변치 않는 돌을 상징하는 것으로 장수(長壽)를 뜻합니다. 이 모란을 그린 병풍은 궁중에서 장식하기 위하여 쓰였고, 또한 중요한 행사 곧 생일, 혼인, 책봉, 어진 제작 등을 기념한 여러 잔치 때 빠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기쁜 날뿐만이 아니라 장례식에도 쓰였다고 하지요. 특히 모란꽃은 장수뿐만이 아니라 부귀를 뜻하기도 하는데 이는 중국 송나라 때의 철학자 주돈이(周敦頤)가 쓴 ‘애련설(愛蓮說)’에서 거론된 덕이라고 합니다. 이 모란도는 몇 개의 가지가 괴석 위로 곧게 솟아 올라있고, 가지에는 흰색,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 등 다양한 빛깔의 봉오리들이 빼곡하게 피어있습니다. 또 꽃들은 앞면, 옆면은 물론 다양한 꽃봉오리부터 활짝 피었을 때까지의 여러 모습을 표현하였지요. 그런데 이 모란꽃은 사실적인 것을 무시한 평면적인 그림이라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잔치 때 종이꽃 곧 지화(紙花)를 만들어 꾸몄는데, 이 지화가 단순히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