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김영조 기자] 꽃 내가 그의 이름을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이렇게 김춘수는 꽃을 노래한다. ▲ 난의 향기(뉴스툰) 세상의 향기 그는 빛깔과 향기가 있는 꽃을 노래한다. 빛깔과 더불어 향기가 없으면 꽃이 아니란다. 이런 향기는 우리에게 무엇일까? 어떤 의미일까? 어떤 사람은 살짝 스치는 여인의 머리에서 나는 향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샤넬 number9"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어머니의 젖냄새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커피향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아카시아향을 좋아한다. 세상엔 참으로 향기가 많다. 꽃향기가 있는가 하면 풀향기가 있고, 그런가 하면 음악의 향기가 있다. 숲향기, 자연의 향기, 보랏빛 향기, 천년의 향기, 여름 향기, 고향의 향기, 흙의 향기, 절의 향기, 신록의 향기, 연인의 향기, 소주의 향기, 전통의 향기, 문학 향기, 입술의 향기, 아기의
[그린경제=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열다섯째로 흰 이슬이 내린다 하는 백로(白露)입니다. 옛 사람들은 이때만 되면 편지 앞머리에 “포도순절(葡萄旬節)에 기체후 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 하옵시고”라는 인사를 꼭 넣었습니다. 그것은 백로부터 추분까지의 절기는 포도가 제철인 때여서 그런 것이지요. 포도는 예부터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생각해서 맨 처음 따는 포도는 사당에 고사를 지낸 다음 그집 맏며느리가 통째로 먹었습니다. 그러나 처녀가 포도를 먹으면 망측하다고 호통을 들었지요. ▲ 포도 그림을 잘 그렸던 조선 후기 선비화가 이게호의 포도도(葡萄圖) 또 이때쯤 되면 포도지정(葡萄之精)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그것은 어머니가 아이에게 포도를 먹일 때 한알 한알 입에 넣고 씨와 껍질을 발라낸 뒤 아이의 입에 넣어주던 정을 일컫습니다. 누구나 어렸을땐 어머니의 지극 정성한 공으로 자라건만 다 자라면 저 홀로 자란듯 부모의 은공을 잊고 때론 패륜아의 길을 걷는 일이 종종 있어 가슴아픕니다. 특히 백로 때는 밤 기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연해집니다. 원래 이때는 맑은 날이 계속되고, 기온도 적당해서 오곡백과가 여무는데 더없이 좋은 때입니다.
[그린경제=김영조 기자] 한글을 아시나요?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도대체 한국 사람치고 한글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한글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어떤 사람은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것은 한글, 한국말을 잘 안다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초등학교부터 국어를 12년에서 16년을 배우고도 간단한 맞춤법 하나 모르는 것이 우리 실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훈민정음의 특징이 무엇인지, 훈민정음이 언제 한글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는지, 한글날은 언제부터 지내왔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 한글에 대해 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말글과 떨어져 살 수가 없다.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말글 속에서 그냥 살아가기에 말글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간다. 또 한글은 세계 언어학자들이 격찬하는 위대한 글자인데도 정작 우리는 그 위대함을 모르고 푸대접하며, 남의 나라 글자인 영어와 한자 쓰기에 더 골몰해 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글자이면서 한글이 왜 위대한지, 한글의 특성은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훈민정음은 세종임금의 백성 사랑이 만든 작품 ▲ 훈민정음 해례본 먼저 훈민정음 머리글을 통해 창제의 동기와
[그린경제=김영조 기자] 구두에 진흙이 올라붙은 건 액땜 한 거다, 만일 그 액땜이 아니었으면 시내에 나가다 좋은 차도 아니고 삼륜차에 부딪혀 교통사고 날 뻔 했다 예전 70년대 일이었습니다. 설날에 성묘를 하고 오다가 얼었다 녹은 길에서 진흙이 번쩍번쩍 빛나던 구두 위에 튀어오른 친구에게 농담으로 한 말이었지요. 이런 농담을 할 정도로 당시 삼륜차는 좋은 차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전시된 한국 최초의 삼륜차 기아자동차 K-360 모델 삼륜차는 말 그대로 세바퀴로 굴러가는 자동차인데 앞쪽에 바퀴 하나, 뒤쪽에 바퀴 두 개가 있는 자동차입니다. 삼륜차는 기아자동차에서 1960~70년대에 만들어 팔았던 차지요. 일본자동차회사의 도움을 받아 처음 생산한 모델은 K-360(T-600) 화물차였습니다. 삼륜차는 무게가 가벼워 연료의 소모가 적어 한때 인기가 있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차가 되었습니다. 그 까닭은 차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게 되면 회전하는 방향으로 쉽게 넘어지는 단점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삼륜차 생산은 물론 하지 않고 현역으로 굴리는 차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관광용으로 쓰
[그린경제=김영조 기자] - 어떻게 송서∙율창을 하게 되었나요? 97년이었어요.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전주대사습 장면이 나왔습니다. 그때 유창 선생님이 경기민요를 했고, 장원을 받으신 거죠. 흔히 하는 말로 필이 꽂혔다고 하나요? 선생님이 민요 하시는 모습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결국 방송국에 전화해서 선생님 전화를 확인하고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무형문화재가 되시지 않았을 때라 제자를 받지 않고 있었지요. 누가 배우러 와도 아직은 내 공부하기에도 바쁘다며 거절하실 때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가 그것도 대구에서 서울 독립문까지 찾아가 배우겠다고 하니 아마도 감동하신 모양이었어요. 흔쾌히 제자로 받아주셨고 이후 선생님께서 송서∙율창을 하시게 되어 저도 따라 하게 되었는데 제 귀에도 송서∙율창이 참 좋았습니다. - 유창 선생님 1호 제자로 들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선생님 곁을 떠나지 않고 그것도 아직은 국악 가운데서도 별로 알려지지 않는 송서∙율창을 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입니까? 선생님은 저를 많이 이뻐해주셨어요. 아마도 어린 나이에 선생님이 이사
[그린경제=김영조 기자]나주로 취재를 가기 이틀 전 남파고택 종손 박경중 선생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나눔의 철학을 취재하신다고 하셨지요? 저희 집안에선 그리 대단한 나눔을 실천한 것도 아닌데 멀리서 오셔서 실망하시면 어쩌죠? ▲ 남파고택 전경 열 번의 취재에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러나 나는 남파고택에 뭔가 분명히 있다. 다른 종가와는 다른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란 이상한 확신이 생겼다. 더구나 이곳은 강릉 선교장 이강백 관장(한국고택협회 회장)의 추천이 있었지 않은가? 이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 종손의 이름을 따 박경중가옥이라 했지만, 최근 이 집을 지은 이의 호를 따서 남파고택으로 이름을 바꿨다. 영암군 금정면에 세운 휼민비 구휼 입증 소작인에게 송아지를 줘 기르게 해 저희 집안이 그래도 넉넉했을 때는 고조인 박(朴) 자, 재(在) 자, 규(珪) 자 할아버지 시절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군수를 지내셨는데 1860년 무렵 3~400석 규모로 천석 정도는 되어야 큰부자로 쳐줬을 당시로서는 그리 큰 부자는 아니었지요. ▲ 남파고택을 지은 박재규 선생(왼쪽)과 그 손자 박준삼 선생 ▲ 남파고택 현 종손 박경중 선생 그렇게 큰부자가 아니었음에
[그린경제=김영조 기자] “그 누가 곤륜산의 옥을 잘라서(誰斷崑山玉) 직녀의 얼레빗을 만들어주었던고(裁成織女梳) 견우님 떠나신 뒤에 오지를 않아(牽牛離別後) 수심이 깊어 푸른 하늘에 걸어 놓았네(愁擲壁空虛)“ ▲ 황진이는 임을 그리다 얼레빗을 하늘에 걸어두었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황진이가 지은 영반월(詠半月, 반달을 노래함)이란 한시입니다. 이제 완연한 가을입니다. 황진이는 하늘에 걸린 반달을 보고 직녀가 견우를 기다리다 지쳐 얼레빗을 하늘에 걸어놓았다고 하네요. 얼마나 기다림이 사무치던지 얼레빗을 하늘에 걸어 견우를 손짓합니다. 그런가 하면 황진이, 신사임당과 더불어 조선 3대 여류 시인으로 꼽히는 강정일당(姜靜一堂)도 가을을 노래합니다. “어느덧 나무마다 가을빛인데(萬木迎秋氣) / 석양에 어지러운 매미 소리들(蟬聲亂夕陽) / 제철이 다하는 게 슬퍼서인가(沈吟感物性) / 쓸쓸한 숲 속을 혼자 헤맸네(林下獨彷徨)“ 이 한시는 강정일당의 청추선(聽秋蟬, 가을매미 소리)입니다. 황진이는 임을 기다리기나 하지만, 강정일당은 그저 쓸쓸한 숲속을 혼자 헤맵니다. 기다려야할 임도 없는 처지인가 봅니다. 강정일당에 견주면 황진이는 기다릴 임이 있어 얼마나 행복할
[그린경제=김영조 기자] 서울시무형문화재 제41호 송서(誦書)율창(律唱) 보유자 유창 명창과 제자들이 지난 8월 30일 서울 남산골한옥마을 민씨가옥에서 송서율창과 경기민요 공연을 열었다. 공연장은 민씨가옥 대청마루, 객석은 마당으로 비좁은듯 했지만 분위기는 그만이었다. 공연 내내 청중들의 환호성은 그칠줄 몰랐다. 잠시 공연 장면들을 감상해보자. ▲ 송서(誦書)율창(律唱) 공연을 하는 유창 명창 ▲ 송서(誦書)율창(律唱) 공연 모습 1 ▲ 송서(誦書)율창(律唱) 공연 모습 2 ▲ 대청마루에서의 공연과 마당의 청중들 ▲ 출연자와 청중이 함께 부르는 아리랑 ▲ 송서(誦書)율창(律唱)과 민요로 청중을 휘어잡은 유창 명창
[그린경제=김영조 기자] 지금 세상은 똑똑전화(스마트폰)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똑똑전화에서 쓰일 응용무른모(어플리케이션)로 카이스트(KAIST) 한글공학연구소 신부용 소장이 개발한 �스(HUPS)란 것이 있습니다. �스는 Hangul-based Universal Phonetic System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쉽게 말해 한글을 활용한 다국어 번역기입니다. 이 어플리케이션의 입력 화면에 한글로 세임이라고 넣으면 같은이란 뜻과 함께 same 同一的 同じ 등 4개 언어의 단어가 동시에 검색되지요. ▲ 다국어번역기 HUPS 자판, 훕스(HUPS) 기본 원리는 한국어든 외국어든 발음 그대로를 한글로 입력하면 그에 해당하는 낱말을 찾아준다는 것이다. (신부용 소장 제공) 신 소장은 이 기술은 한글이 글자와 소리가 일치하는 유일한 언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단어뿐 아니라 곧 문장 번역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카이스트(KAIST) 한글공학연구소와 김재경 국희의원실이 함께 내일(9월 4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제2회 한글 세계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엽니다. 신 소장은 정책토론회에서
[그린경제=김영조 기자] “이놈 말뚝아! 이놈 말뚝아! 이놈 말뚝아!” “예에에. 이 제미를 붙을 양반인지 좆반인지 허리 꺽어 절반인지 개다리 소반인지 꾸레 이전에 백반인지 말뚝아 꼴뚝아 밭 가운데 쇠뚝아 오뉴월에 말뚝아 잔대뚝에 메뚝아 부러진 다리 절뚝아 호도엿 장사 오는데 할애비 찾듯 왜 이리 찾소?” ▲ 말뚝이들 / 강령탈춤, 수영야류, 동래야류, 은율탈춤, 양주별산대, 고성오광대(왼쪽부터 시계방향) 한국 전통탈춤의 하나인 봉산탈춤 제6과장 <양반과 말뚝이 춤>에서 양반이 말뚝이를 찾자 말뚝이가 양반들을 조롱하는 사설입니다. 옛날 양반이나 벼슬아치들이 타는 말을 다루는 사람을 말구종이라 했는데 이들이 머리에 쓰는 것을 말뚝벙거지라 했습니다. 말구종이 이 말뚝벙거지를 썼다 해서 말뚝이라고 부른 듯합니다. 한국 탈춤에서 가장 중요한 배역을 말하라면 당연히 말뚝이입니다. 말뚝이는 소외받는 백성의 대변자로 나서서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대사로 양반을 거침없이 비꼽니다. 특히 말뚝이는 양반을 희화화하는 것을 넘어서서 봉건 질서까지 신랄하게 비판해대지요. 그래서 양반들에게 고통 받고도 울분을 배출할 데가 없던 소외받는 이들을 대리하여 말뚝이는 탈춤에서 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