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최성곤 기자] 고3짜리 아들녀석이 머리가 아프다며 며칠째 책상에 진득하니 앉아 있질 않더니 책상 위에《징비록》한권이 놓여 있다. 대학에서 장차 역사전공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라 많은 책을 읽지만 요새는 학업이 바빠 일반 독서는 잘 안하는 줄 알았는데 서애 유성룡의 책을 읽은 모양이다. 어제는 아들 녀석이 두고 등교한 《징비록》을 오랜만에 읽어보았다. 오래전에 읽었지만 가물가물했다. 서애 유성룡은 시경(時經)의 내가 지난 일의 잘못을 징계하여 (懲) 뒤에 환난이 없도록 조심한다(毖)는 것을 인용하면서 《징비록》 집필이 임진왜란의 환란을 뒤돌아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뜻에서 쓴다고 했다. 한문으로 되어 있어 현대어번역판을 읽으면서도 주석 없이는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더러 있었다. ▲ 서애 유성룡이 쓴 《징비록(懲毖錄)》 아아 ! 임진년의 전화(戰火)는 참혹하였도다. 수십일 동안에 삼도(三道: 서울, 개성, 평양)를 지키지 못하였고 팔도가 산산이 무너져서 임금이 수도를 떠나 피란하였다. (중략) 나와 같이 보잘 것 업는 사람이 어지러운 시기에 나라의 중대한 책임을 맡아서 위태로운 판국을 바로잡지 못하고 넘어지는 형세를 붙들어 일으키지도
[그린경제=김영조 문화전문기자]여성독립운동가라고 하면 단연 유관순열사를 꼽는다. 그렇다면 유관순 혼자서 독립운동을 한 것일까? 아니다. 유관순 외에도 여성독립운동가들은 많다. 그러나 나머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나 사람들은 별로없었다. 그러한 상황을 안타까워 하던 이윤옥 시인은 ≪서간도에 들꽃 피다≫ 시집1,2,3권을 통해 60분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세상에소개했다. 이 시인은 여성독립운동가 한 분 한 분의 일생을 추적하여 전국은 물론이고 북경,광주,유주,중경와같은 드넓은 중국땅과 일본등지를 다니면서여성독립운동가의 삶에 헌시를 보태 세상에 내놓은 시집이 바로 ≪서간도에 들꽃 피다≫이다. 그 가운데41분을 추려 미국에서 영어로 시집을 발간했다. 번역은 박혜성 박사와 김유지니아 외 16명의 교포자녀들이 맡았다. 아래에 미국판 항일여성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시집 ≪41명의 영웅들≫에 관한 영문 시와 삽화 일부를 소개한다. ▲ 권기옥 영문 시 전문 / 번역 이성민 ▲ 권기옥 편 삽화 / 그림 이성민 ▲ 남자현 영문시 전문 / 번역 안정은 ▲ 남자현 삽화 / 그림 안정은 ▲ 변매화 영문 시 전문 / 번역 이정민 ▲ 변매화 편 삽
[그린경제=김영조 문화전문기자] 총독부에서 1월부터 3월까지의 새로운 물자동원계획이 수립된 바, 종래 폐품회수운동에서 강제동원으로 전환되다. 작년에는 1호1품(1戶1品)운동을 위시하여 쇠붙이를 모두 걷어 들이고 솜 양털 냄비 가마솥 고무 신문지를 수집하였으며, 이를 위해 각군(各郡)에는 수집조합, 각도(各道)에는 연합조합이 조직되었다. 금년에는 폐품수집과 물자사용제한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철(鐵),동(銅),양모(羊毛)의 동원계획을 수립하여 목도리 장갑 구두 버선 쇠주전자 유기그릇 등의 회수를 강제하기로 되다. 위는 동아일보 1939년 1월 24일 치 기사입니다. 1939년이란 일본이 전쟁 광기에 날뛰던 때로 한국 땅에 남아난 것이 없을 만큼 물자수집에 혈안이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전기밥솥이 없던 시절에 가마솥은 부엌살림 가운데 가장 중요한 물건임에도 쇠붙이에 좋은 물건으로 빼앗겼다니 참으로 씁쓸한 기록입니다. 지금은 전기밥솥이 나와 시골에도 가마솥의 구실은 그다지 크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사골을 곤다든지, 두부 만들기, 엿 고기, 시래기 삶기, 메주 쑤기 같은 굵직한 집안일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가마솥입니다. ▲ 가마솥 솔(왼쪽), 어머
[그린경제=김영조 문화전문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아홉째인 망종(芒種)입니다. 망종이란 벼, 보리 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씨앗을 뿌려야 할 적당한 때라는 뜻이지요. 이때는 보리를 베고 논에 모를 심는 때 입니다.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망종까지 보리를 모두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하게 된다는 뜻인데 망종까지는 보리를 모두 베어야 빈터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 맥령(麥嶺, 보릿고개)이 나오는 정조실록 5년 11월29일 치 원문, 보릿고개(麥嶺期)가 나오는 1931년 6월7일 치 동아일보 기사(오른쪽)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하는 지금도 여전히 굶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그런데 50~60년대 까지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며칠씩 굶기가 일쑤여서 당시엔 보릿고개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등장했었습니다. 그러나 보릿고개란 말은 조선시대에 이미 있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보릿고개를 뜻하는 말 춘기(春饑), 궁춘(窮春), 춘빈(春貧), 춘기근(春飢饉), 춘궁(春窮), 궁절(窮節) 따위가 자주 등장하지요. 또 정확히 보릿고개를 뜻하는 맥령(麥嶺)은 정조 12권, 5년(1781) 11월
[그린경제=김영조 문화전문기자]한글은 세계 최고의 글자라 한다. 그런데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학문적으로 제시하는 연구는 그리 많지 않고 대체로 국어학에 머물고 있다. 슬기정보(컴퓨터)시대 딱 알맞은 문자인데도 그 논리적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고생하고 있는 처지다. 우선 가온소리 아래아의 처지가 그렇다. 음가는 물론 그 이름조차 아리송하다. 어제(6월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셈타워에서는 약 110개국에서 5,000여명의 국내외 이비인후과 관련 의료진과 석학들이 참석해 제20차 국제이비인후과연맹세계학술대회((International Federation of Otorhinolaryngological Societies, IFOS)가 열렸다. 그 자리서 발표된 한글 특히 가온소리 관련 발표는 귀가 뻔쩍 뜨일만한 내용이었다. 발표자는 진용옥 경희대 전파공학과 명예교수(전 국어정보학회장, 현 한국 미디아_컨텐츠 학술연합 공동의장)와 이비인후과 전문의 장선호 박사였는데 그 발표의 핵심은 가온소리 3성(ㅏ, ㅡ, ㆍ)으로 전세계 모든 다언어 홀소리를 표기할 수 있으며 천지인 삼성은 각각 성대. 입술. 성대 덮개와 같은 발성 기관을 상형하였다.는 내용이다. ▲ 가온
[그린경제=김영조 문화전문기자] 답답한 가슴을 수박 한 덩이로 씻을 수 있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위는 조선중기의 시인 옥담(玉潭) 이응희(李應禧, 1579~1651년)의 시입니다. 그는 광해군 때 대과(大科) 초시(初試)에 합격하였지만 광해군의 실정을 보고 벼슬에 뜻을 접고 경기도 과천의 깊은 골짜기인 수리산 아래서 책을 벗하며 살았지요. 살림이 워낙 가난해 콩죽을 끓여 먹고 사는데 아내와 자식들이 밥상에 고량진미 없음을 한탄하자 고량진미 말 할 것 무엇 있나. 고기반찬도 무상한 것을 모르냐?는 시를 읊으며 지냅니다. 그의 시는 두보의 시를 닮았다고 할 정도로 자연을 소재로 한 빼어난 시가 많고 숯장수의 고생[賣炭苦] 같이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 하층민의 고통을 시로 표현한 작품이 많이 전합니다. ▲ 답답한 가슴을 한 덩어리로 씼을 수 있는 수박(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뿐만 아니라 이응희가 지은 〈만물편〉이라는 280수 연작시는 백과사전를 방불케 하는 작품으로 여기에는 세상만물을 음양류(陰陽類)ㆍ화목류(花木類)ㆍ과실류(果實類)ㆍ곡물류(穀物類)ㆍ소채류(蔬菜類)ㆍ어물류(魚物類)ㆍ의복류(衣服類)ㆍ문방류(文房類)ㆍ기명류(器皿類-그릇)ㆍ악기류
[그린경제=김영조 문화전문기자] 여러 사람 코 때리기(衆人打鼻), 술잔 비우고 크게 웃기(飮盡大笑), 얼굴 간지러움을 태워도 참기 이게 뭘까요? 아이들 놀이의 하나? 아닙니다. 신라 사람들이 했던 나무주사위 곧 주령구(酒令具) 놀이의 벌칙입니다. 이 나무주사위는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유물로 정사각형 면이 6개, 육각형 면이 8개로 14면체인데 놀이기구의 하나입니다. 신라 사람들은 이 나무주사위를 던져서 나오는 면에 적힌 벌칙에 따라서 놀이를 했는데 그 벌칙들이 모두 재미있습니다. ▲ 신라 사람들의 놀이기구, 나무주사위 곧 주령구(酒令具) 벌칙들은 모두 해학과 웃음이 넘쳤던 신라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데 곡비즉진(曲臂則盡)곧 요즘의 러브샷처럼 팔을 구부리고 술을 마시는 것도 있지요. 1975년 경주 안압지를 발굴하던 중 연못 바닥의 갯벌 속에서 발견된 이 나무주사위는 안압지 발굴 조사 보고서(1978)에 보면 통일신라시대에 귀족들이 술좌석 등 여러 사람이 모인 흥겨운 자리에서 놀이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 목제 주사위 진품이 화재로 불타버려, 현재는 그 모조품만이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지요. 재미있는 것은 요즘 안압지
[그린경제=김영조 문화전문기자] 조선시대 궁중옷 / 대홍흉배겹장삼 비빈의 예복 ▲ 대홍흉배겹장삼 가례도감의궤의 기록에 보면 비빈으로부터 상궁, 내인에 이르기까지 두로 입은 옷이다. 상궁은 아청색, 내인은 황색 또는 홍색, 시녀는 흑장삼 등이 있다. ** 대홍흉배겹장삼 복원 / 김경옥 전통복식연구원장 제공
[그린경제=김영조 문화전문기자] 조선시대 옷 장옷 장옷은 임금 이하 남자의 평상복이었으나 세조 때부터 여자들이 입었다. 세조 2년 양성지(梁誠之) 상소문에 옷이란 남여 귀천이 있는 법인데 지금 여자들은 남자와 같이 장의를 입기 좋아하니 이를 금해야 한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내외법이 강화된 조선 후기에 장옷을 머리에 쓰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 장옷 복원 / 김경옥 전통복식연구원장 제공
[그린경제=김영조 문화전문기자] 음악은 만국 공통언어라 했던가? 저 가슴 속으로부터 뿡어져 나오는 위대한 음악이라면 지구상의 그 어떤 사람들과도 소통이 될 것이다. 지난 5월 4일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서는 바로 그 점을 증명한 한국의 실내악단 이병욱과 어울림 초청음악회가 열렸다. ▲ 동서양 음악의 만남, 이병욱과 어울림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공연 모습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은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배출한 음악명문학교이다. 이날 공연은 한국 임병걸 시인의 시를 이탈리아 프랑코 안토니오 미렌지가 작곡하고, 이탈리아 에리자베타 피톨라 시인의 시를 한국의 이병욱 교수(서원대)가 교차로 작곡하여 연주하였으며, 특히 양국의 작곡가는 전통을 바탕으로 하여 현대음악을 작곡하는 유명한 작곡가들이어서 그 의미가 컸다. 제1부는 이탈리아 성악가들과 플루트, 첼로 등 연주자들이 연주를 했고, 제2부는 한국음악시간이었는데 황경애(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이매방 살풀이춤 이수자) 씨의 태평무로 문을 열었다. 이어서 피아노 이유진, 대금 이영섭, 기타 이병욱의 연주로 이탈리아 사람들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한 시간을 펼쳤다. 연주가 끝난 뒤 이병욱 교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