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가유산청의 국가무형유산 가운데는 <나전장(螺鈿匠)>이 있습니다. 나전장은 옻칠한 기물 위에 무늬가 아름다운 전복이나 조개껍질을 갈고 무늬를 오려서 옻칠로 붙이는 기술이나 그 장인을 말하는데 ‘나전칠기장’ 또는 ‘나전칠장’이라고도 부르지요. 고려시대 이래 중앙 관서에 소속되어 왕실과 조정에 필요한 나전칠기를 만들었습니다. 조선 후기부터는 나전칠기가 대중화하면서 관서에 소속되지 않은 개인 장인도 생겼습니다. 나전칠기를 만드는 과정은, 나무로 기본 틀인 백골(옻칠을 하지 않은 목기)을 짜고 그 표면을 사포로 문지르거나 틈새를 메워 고르게 한 다음 자개를 붙입니다. 그 뒤 연마, 옻칠, 그리고 광내기 과정을 거쳐 완성하지요. 자개로 무늬를 만드는 방법에는 자개를 실처럼 잘게 자른 '상사'로 기하학적인 무늬를 만드는 끊음질 기법과, 자개를 문질러 얇게 만들어 국화, 대나무, 거북이 등 각종 도안 무늬를 만드는 줄음질 기법이 있습니다. 나전 무늬는 고려시대와 조선 전기에는 모란ㆍ국화ㆍ연꽃 등의 식물무늬가, 조선 중기에는 화조(꽃과 새)ㆍ쌍학ㆍ포도ㆍ사군자 등의 무늬가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나전칠기를 만드는 데 가장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는 7월 17일 저녁 7시 30분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는 여우락 페스티벌 가운데 윤은화의 <페이브(PAVE)> 공연이 펼쳐진다. 전통음악에서부터 현대음악과 전자음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 온 세계적인 양금연주자 윤은화. 오직 양금을 향한 열망으로 불모지와 같은 길을 닦으며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냈다. <페이브(PAVE)>는 지금까지 닦아낸 눈부신 길을 동행해 보는 자리다. 힘 있는 양금과 다양한 악기들의 협연으로 놀랍도록 열정 가득한 연주를 몸소 느껴볼 수 있을 공연이다. 연주자 윤은화는 양금 제작자, 작곡가, 교육가로 활동하며 국내는 물론 세계로 양금을 알리는 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세계적인 양금 연주가다. 세계양금협회의 한국지부 회장인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개량하여 만든 국내 유일의 전자양금으로 루핑기법(리듬을 반복하는 기법)을 선보였다. 더불어 한국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의 균형 및 조화를 지향하고, 장르에 국한하지 않는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단국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한양대학교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 고 있으며, 한국양금협회 회장, 국제양금예술연합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세상일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을 출가(出家)라 한다. 그리움도 버리고 인연도 끊었기에 출가한 줄 알았다. 하지만 보이는 게 온통 세상사이거늘 어쩔 것인가. 이슥토록 기울이는 술잔 위로 학조차 비껴가는구나! <상선약수> 소책자에는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온통 고통스럽고 복잡한 세상에 이슥토록 기울이는 술잔 위로 학조차 비껴간단다. 또 “한국춤의 특성으로 꼽히는 멋과 한과 흥의 결정체가 ‘한량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춤의 근원은 불가에서 말하는 방하착의 수행과 맞닿아 있다. 마음을 내려놓는 일로부터 슬픔과 즐거움, 인생의 무상과 유상, 흥취와 정취가 유발된다. 그뿐만 아니라 죄고 푸는 긴장과 이완의 연속이 유장하게 이어지는 무기교의 기교 또한 독보적이다. 이러한 한량춤은 원래 남녀의 구별이 없었으나 이제는 장부의 기백과 풍류를 대표하는 남성춤으로 거듭나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 이제 ‘한량무’는 장부의 기백과 풍류를 대표하는 남성춤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장부의 춤이다. 무대에는 그동안 여성 춤꾼들이 장악했던 한국춤의 모습을 떠나 남성 춤꾼들도 ‘술잔을 피해가는 학(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소학(小學)》은 일상생활에 절실한 것인데도 일반 서민과 글 모르는 부녀들은 스스로 공부하기가 어렵습니다. 바라옵건대 여러 책 가운데에서 일상생활에 가장 절실한 것, 이를테면 《소학》이라든가 《열녀전(列女傳)》ㆍ《여계(女誡, 여자의 생활과 처신 등에 관한 내용이 담긴 책)》과 같은 것을 한글로 뒤쳐(번역) 인쇄, 반포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위로는 궁액(宮掖, 궁에 딸린 하인)으로부터 조정의 재상집에 미치고 아래로는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사람 없이 다 배우게 해서, 온 나라의 집들이 모두 바르게 되게 하소서.“ 위는 《중종실록》 28권, 중종 12년(1517) 6월 27일 기록입니다. 어린아이들 또는 유교 입문자에게 초보적인 유교 학문을 가르치기 위하여 만든 수신서(修身書, 마음과 행실을 바르게 닦아 수양하는 책)인 ‘소학’ 등을 한글로 뒤쳐 조정의 재상은 물론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공부하여 모르는 사람 없도록 하자는 홍문관(궁중의 경서-經書와 문서 따위를 관리하고 임금의 자문에 응하는 일을 하던 관아)의 뜻에 중종은 그렇게 하라고 합니다. 조선은 대부분 공식 문자 생활이 한문으로 이루어졌기에 언문(한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국악원이 처음으로 사직제례악을 공연 무대에 선보인다. 국립국악원(원장 직무대리 김명석)은 오는 7월 11일(목)과 12일(금) 이틀간동안, 2024년도 대표공연 ‘사직제례악’을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 2014년, 의궤 등 당대 자료 토대로 복원했던 사직제례악 10년 만에 ‘사직제례악’ 공연으로 되살려 처음으로 무대에 사직제례악은 조선시대 땅과 곡식의 신을 모시는 ‘사직대제(社稷大祭)’에 쓰이는 음악과 노래, 무용을 의미한다. 역대 임금의 제사인 ‘종묘제례’와 더불어 사직제례는 조선시대 임금이 직접 주관하는 가장 중요한 의식으로 꼽힌다. 사직대제는 1908년 일본의 강압에 따라 폐지된 뒤 1988년 전주이씨대동종약원(현 사직대제보존회)에 의해 복원되었지만, 사직제례악은 제대로 복원되지 못했다. 국립국악원은 2014년 《사직서의궤》(1783)와 일제 강점기 왕실 음악기구였던 이왕직아악부의 음악 자료 등을 토대로 사직제례악의 복원 결과를 발표했고, 10년 만인 올해 대표공연으로 ‘사직제례악’을 선보인다. 황제국의 위엄 갖춘 대한제국 시기의 ‘사직제례악’으로 무대 올라 아악기 ‘관(管)’, ‘화(和)’, ‘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난 6월 22일부터 23일까지 전남 목포 목포문화에술화관에서 열린 제36회 ‘목포전국국악경연대회’ 명창부에서 노은주 명창이 한농선의 흥보가 가운데 첫째 박 ‘돈과 쌀이 나오는 대목’부터 둘째 박 ‘온갖 비단이 나오는 비단타령’까지 열창하여 심사위원 전원 만점을 받고 영예의 대통령상을 받았다. 노은주 명창은 시상식 뒤 “더 열심히 소리 공부를 하라고 주신 상이라고 생각하여 대통령상을 받은 소리꾼답게 더욱 정진하겠다. 또한 한농선 스승님의 흥보가로 대통령상을 받았기에 스승님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절실하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노은주 명창은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심청가 이수자와 춘향가 전수자며, (사)한국민속전통진흥회 부이사장, (사)한국판소리보존회 본부 사무국장, (사)진채선 선양회 이사, 서울시 송파구 무형문화재 위원 등을 맡고 있다. 또 수원대학교 음악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동국대학교wise 대학원에 출강하고 있으며, 유튜브 ‘노은주판소리채널’ 운영하면서 판소리의 대중화와 보급에 꽃을 피우고 있다. ‘목포전국국악경연대회’에는 지난 1993년 제5회 대회부터 격이 가장 높은 대통령상을 주면서 전국의 많은 국악인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민가(民家)에 장정(壯丁, 나이가 젊고 혈기가 왕성한 남자)이 많지 않아 대개 어린아이와 부녀자로 야경을 돌게 하니, 어떻게 도둑을 막는 데 보탬이 되겠습니까? 조금이라도 미치지 못하면 벌을 주거나 벌 대신 재물을 바치는 것이 뒤따르니, 연곡지하(輦轂之下, 임금이 타는 수레 밑이라는 뜻으로, 곧 서울)의 백성들이 밤에 편안히 자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혁파하는 것이 편하겠습니다.“ 이는 《성종실록》 241권, 성종 21년(1490) 6월 24일 기록으로 승정원이 임금에게 올린 말입니다. 임금이 야경을 돌게 하는 법은 본래 도둑과 화재(火災)를 막아서 백성을 편안하게 하려는 것으로서, 입법(立法)한 이후 이를 고통스럽게 여겨 원망하여 탄식하는 자가 많다고 하니, 혁파(革罷)하는 것이 좋을지 그 여부를 함께 의논하도록 하라고 한 뒤 승정원이 올린 뜻대로 혁파하였습니다. 좌경하는 법은 독신녀도 면할 수 없어서 간혹 사람을 사서 하기도 하고 간혹 여인이 스스로 하기도 했기에 원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고종실록 27권, 고종 27년(1890) 8월 30일 기록인 대왕대비의 행장(行狀, 사람이 죽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1402년(태종 13)에 제작된 우리 겨레의 옛 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강리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가장 긴 강인 오렌지강이 그려져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사실이다. 어제 있었던 ‘지도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을 위한 학술심포지엄에서 본 ‘강리도’가 이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6월 24일(월), 국회의원 김형동 의원실과 지도포럼(공동위원장 김현명ㆍ양보경)은 대한지리학회,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 한국고지도연구학회,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 충렬공김방경기념사업회와 함께 ‘지도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을 위한 학술심포지엄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었다. ‘지도포럼’은 양보경 전 성신여대 총장과 김현명 전 주이라크대사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 3명의 고문, 정성훈 대한지리학회 회장 등 10명이 위원으로 위촉되어 ‘지도의 날’ 제정을 추진해 왔다. 이번 학술심포지엄은 국가기념일로 ‘지도의 날’을 지정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우리 지도 역사상 가장 우수한 ‘강리도’의 문화적 유산 값어치를 재조명하고, 지도와 관련된 교육과 연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데 그 뜻을 두었으며, 지리 및 지도와 관련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보 <세한도(歲寒圖)> 등 대를 이어 모은 여러 문화유산을 기증한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 선생이 세상을 떴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선생의 아들인 손성규 연세대 교수는 "지난 11일 (아버지께서) 돌아가셨고, 가족장으로 모셨다"라고 17일 밝혔습니다. 선생은 마지막 순간에 소식을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고, 가족들은 선생의 뜻에 따라 논의를 거쳐 조용히 장례를 치렀습니다. 개성 출신 실업가인 부친 손세기(1903∼1983) 선생과 함께 대(代)를 이어 모은 이른바 '손세기ㆍ손창근 수집품'은 그림, 책 등 다양한 종류의 문화유산이 포함돼 큰 관심을 끌었지요. 특히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이며, 그 값어치를 가늠할 수조차 없다는 국보 <세한도>를 나라에 기증한 것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로 선생을 초대해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할 정도였습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18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현재 집필 중인 책에 지난 11일 세상을 뜬 손창근 선생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며 2020년 12월 9일 선생이 청와대를 찾았던 일을 소개했지요. 탁 전 비서관은 "청와대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하지(夏至) - 신성호 뙤약볕이 작열하는 계절 여름이 응큼하게 다가왔다 땀은 절로 배어나고 온몸은 열기로 가득하다 봄을 맞나 싶더니 여름이 멋모르고 달려왔다 그 속에 하지란 절기가 버티고 여름을 알리고 서 있다 겨울의 긴긴밤이 여름의 짧은 밤이 서로를 의식하고 주야를 밀고 당기는 것이 세상 이치에 다 이르니 사계의 돌아감이 자연의 순리로다 어제는 24절기 가운데 열째인 하지(夏至)였다.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가운데 5월령에 보면 “모찌기는 자네 하소 모심기는 내가 함세 / 들깨 모 담뱃 모는 머슴아이 맡아 내고 / 가지 모 고추 모는 아기 딸이 하려니와”라는 구절이 있어 이 무렵이 농촌에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때임을 말해 주고 있다. 그런데 하지는 양기가 가장 성한 날이면서 이때부터 서서히 음기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날이다. 동지에 음기가 가장 높은 점이면서 서서히 양의 기운이 싹트는 시작점인 것과 같은 이치다. 사람의 삶도 하지와 동지의 음양처럼 비슷한 면이 있다. 삶이 팍팍하여 죽을 것 같지만 어쩌면 이때가 다시 행복한 삶으로 들어가는 시작점인지도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