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사과의 고장 문경은 지금 온통 사과꽃 향기로 뒤 덮여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하얀 사과꽃들은 탐스런 열매를 맺기 위해 저 마다 아름다운 향기를 자아내는 것이리라. 그 사과꽃 향기 속에 잠들어 있는 일본인 독립유공자 가네코 후미코 지사의 무덤을 찾아 나선 길은 그러나 조금 쓸쓸했다. 인생의 황금기를 천황제 반대와 조선독립을 위해 뛰다 스물세살의 나이로 숨져갔으니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죽음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일제만행의 굴욕에 맞서 자유를 갈망하던 조선인 남편 도와 저항의 횃불을 높이 든 임 그 횃불 타오르기 전 제국주의 비수 맞아 스물 셋 꽃다운 나래 접고 조선 땅에 뼈를 묻은 임의 무덤 위로 해마다 봄이면 푸른 잔디 곱게 피어난다네. - 이윤옥 시 《서간도에 들꽃 피다 (제10권, 수록) - 2년 전 영화 ‘박열’로 관심을 끌게 된 독립투사 박열(1902-1974)과 그의 부인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1903-1926)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문경의 <박열의사기념관>(경북 문경시 마성면 샘골길 44)을 찾은 것은 28일(일) 오전 11시, 미리 약속한 시간에 맞춰 오지훈 학예연구사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5월은 가정의 달로 5월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5월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 등 줄줄이 기념일이 기다리고 있다. 일본 역시 5월 5일은 우리와 같은 ‘어린이날(고도모노히 , 子供の日)’이다. 뿐만 아니라 5월 8일은 어머니의 날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어린이날을 만든 나라는 터키로 1920년 4월 23일이었고 이후 192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6월 1일을 ‘국제 어린이 날 (International Children's Day)’로 삼았으며 1954년에는 유엔에서 11월 20일을 ‘세계 어린이 날 Universal Children's Day)’로 정했다 . 그러나 나라마다 어린이날은 약간 씩 다르며 일본은 전통적으로 지내오던 단옷날을 오늘의 어린이날로 삼고 있다 . 일본의 어린이날을 ‘탄고노셋쿠 (端午の節句 )’라고도 하는데 원래 이날은 남자 아이들의 성장을 축하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비손하는 풍습에서 유래했다. 이날은 형형색색의 모형 잉어를 띄우는데 이를 “고이노보리 (こいのぼり)”라고 한다. 예전에는 남자 아이가 있는 집안에서는 긴 장대에 모형잉어를 매달아 놓았지만 아파트 생활을 하는 현대는 아파트 베란다에 모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최근 정치뉴스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빠루”가 요란하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빠루를 들고 "민주당 측이 준비한 건지, 국회 방호과에서 가져온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어제 저희가 뺏은 '빠루'입니다."라고 했다는 소식이다. 뉴스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빠루’가 뭐야? 라며 궁금해 할 것이다. 물론 기사들은 ‘빠루 = 쇠 지렛대’라고 보충 설명을 하고 있지만 ‘쇠 지렛대’라고 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빠루’는 영어 ‘bar’가 일본어로 건너가서 빠루(パ―ル)가 된 말이다. 이것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발음 그대로 들여다 쓰고 있는 실정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건설용어(1997), 국어순화용어자료집>에서 빠루를 ‘노루발못뽑이’로 순화해서 쓰라고 권고하고 있다. ‘빠루’처럼 일본어투 건설용어는 굉장히 많다. "가리방(줄판), 가쿠목(각목), 고데(인두, 흙손), 고바이(벽돌세워쌓기), 공구리(콘크리트), 기리(송곳), 다카시(높이), 다테(세로), 요코(가로), 도와쿠(문틀), 마도(창), 아시바(비계, 발판), 오함마(큰망치), 빠루(노루발못뽑이), 히사시(차양)" 같은 말들은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처음에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국가보훈처(처장 피우진)는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일대 전기를 마련한 윤봉길 의사를 기리는 「매헌 윤봉길 의사 상해 의거 87주년 기념식」이 29일(월) 중국 상해 현지와 국내에서 열린고 밝혔다. (사)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회장 황길수)와 상하이 홍커우구가 공동 주최하는 중국 상해 기념식은 4월 29일(월) 현지시간 아침 10시에 루쉰공원 매헌기념관 광장에서 열린다. 최영삼 주상하이 대한민국 총영사를 비롯한 각계인사, 기념사업회원 및 교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전봉독, 참석 내빈의 기념사, 헌화 및 참배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서울과 예산군에서 기념식이 열린다. 서울에서는 (사)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회장 황길수) 주관으로 4월 29일(일) 오전 11시 매헌기념관(서초구 소재)에서 기념식이 열린다. 오진영 서울지방보훈청장과 독립운동 관련 단체 대표 및 회원, 유족,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력봉독, 기념식사, 참석 내빈의 기념사, 헌시 낭독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윤봉길 의사의 출신지인 충남 예산에서도 아침 10시 충의사(덕산면 소재)에서 예산군 주관으로 추모다례가 개최된다. 박종덕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에는 우리나라처럼 제과점이 별로 눈에 안 띈다. 제과점에서 생일날 먹는 케이크를 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일본은 백화점의 케이크점 말고는 생일 케이크를 살 데가 별로 없다. 그 대신 일본전통의 과자점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일본전통 과자를 화과자(和菓子, 와가시)라고 하는데 이는 양과자(洋菓子, 요가시)라고 부르는 서양과자와 구별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일본의 화과자는 나마가시, 히가시, 아메가시로 나뉘는데 나마가시는 찰떡류를 말하며 수분이 많아 보존이 어려워 바로 먹어야 한다. 반면 히가시는 딱딱하게 틀에 찍어서 만든 과자로 한국에 알려진 센베이 같은 것을 말하며 아메가시는 엿종류를 말한다. 다도(茶道)가 발달한 일본에서 화과자는 차를 대접하는 자리에 빼놓을 수 없는 과자다. 화과자는 모양과 색이 다양하여 거의 예술작품에 가까운 과자도 수두룩하다. 대개 기름지지 않고 담백하지만 설탕을 많이 써서 달다. 설탕이 흔치 않던 시절에는 주로 감이나 화삼분(和三盆, 와삼봉)이라고 해서 사탕수수로 만든 정제되지 않은 흑설탕 덩어리를 사용했는데 특유한 향이 있어 지금도 고급 화과자의 재료로 사용된다. 화과자의 으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100년, 200년 된 가게가 많은 일본에서는 오래된 가게를 일컬어 시니세(老舗, 老鋪)라고 한다. 일본 《어원유래사전》에 따르면 시니세(老鋪)라는 말은 에도시대(江戸時代,1603-1868) 에 오랫동안 신용을 이어가면서 가업을 이어가는 점포를 일컫는다. 지금은 한자로 노포(老舗, 老鋪)라고 쓰고 있지만 원래는 시니세(仕似せ)로 표기하였다. 현재는 노포(老舗, 老鋪)라는 한자를 쓰기에 한자음 그대로 ‘로우호’라고 읽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니세(老鋪)’라고 발음한다. 이 노포(老舗, 시니세)라는 말의 우리말은 무엇일까? 일본말 노포를 오래된 가게 또는 전통 있는 가게라고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서울시는 2017년 9월 26일 보도자료에서 ‘노포’에 대한 의견을 다음과 같이 밝힌바 있다. “서울시는 앞서 오래된 가게를 가리키는 일본식 한자어 표기인 ‘노포(老鋪)’를 대신할 서울만의 새로운 이름을 찾기 위해 올해 6월 시민공모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오래가게’라는 새 이름이 뽑혔다. 오래가게는 ‘오래된 가게가 오래 가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곧 ‘오래된 가게’ 보다는 ‘오래가게’로 시민들이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말이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산첩첩 내 고향 여기서 천리 꿈속에도 오로지 고향 생각뿐 한송정 언덕 위에 외로이 뜬 달 경포대 앞에는 한줄기 바람 갈매기는 바다 위를 오고 가겠지 언제쯤 강릉 길 다시 밟아가 어머니 곁에 앉아 바느질 할꼬 –신사임당- 신사임당은 서울 시집에서 늘 고향에 홀로 계신 친정어머니를 그렸다. 지금처럼 보고 싶으면 단숨에 달려 갈 수 있었던 시대가 아니었으니 ‘한송정 위에 뜬 달’도 외로워 보였으리라. 어제(20일)낮, 봄이 한창인 강릉 오죽헌을 찾았다. 율곡 이이(1536~1584)와 그의 어머니 신사임당(1505~1551)의 생가가 있는 오죽헌(烏竹軒)은 보물 제165호로 지금 오죽헌 뜰에는 탐스런 꽃송이를 자랑하는 모란과 명자꽃, 진달래가 활짝 피었고, 줄기가 까만 대나무(오죽,烏竹)가 파릇파릇하다. 화창한 봄날을 즐기려는 듯 주말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많이 눈에 보였다. 신사임당과 율곡의 체취가 느껴지는 안채와 사랑채, 문성사 등에는 문전 성시를 이룰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왔다.지금으로부터 483년전, 율곡이이가 태어난 오죽헌몽룡실(夢龍室) 툇마루에는 율곡 이이가 평생 신조로 삼았던 글귀가 적혀있다. “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우리 한인 자녀들은 고국의 역사와 통일의 중요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 퀴즈대회가 미국 LA민주평통 주최로 5월 11일 오후1시, LA한인타운 새누리교회 체육관(구 한인침례교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름하여 ‘2019 민주평통 통일 골든벨’ 퀴즈대회이다. 이번 ‘2019 민주평통 통일 골든벨’ 퀴즈대회는 미주지역의 초등학교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열리며 참가학생들이 통일과 한국사에 관한 문제를 서바이벌 방식으로 풀어 우승자를 가리게 된다. LA민주평통 교육분과 위원인 배국희 위원은 전화통화에서 “이번 골든벨 퀴즈대회는 미국에서 태어나 고국의 분단 상황을 잘 모르는 2세들에게 남북 분단의 역사를 제대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또한 이번 행사를 통해 한인 2세들이 자신의 뿌리인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과 통일에 대한 중요성을 확립하는 행사가 될 것입니다.” 라고 했다. 아울러 “이번 행사는 자녀 혼자 준비하기 보다는 부모님과 자녀들이 함께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가족 화합에도 더 없이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라고 강조했다. LA 민주평통은 이번 행사를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시가현(滋賀県) 오오츠시(大津市)에 있는 신라선신당(新羅善神堂, 신라젠진도, 일본에서 신라는 ‘시라기’로 발음하지만 신라선신당의 경우는 그대로 ‘신라’로 발음한다)을 찾아 간 날은 지난 12일(금) 낮 1시 무렵이었다. 지난해에 견주어 시가현을 비롯한 일본 남부 지방의 날씨가 쌀쌀하여 예전 같으면 벚꽃이 지고 있을 때지만 이날은 꽃이 한창이었다. 신라선신당이 왜 그곳에?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오오츠에 있는 신라선신당은 1,3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곳이다. 필자는 교토나 오사카 쪽에 볼일이 있어 가는 길에는 잠시 짬을 내어 신라선신당을 들르는 버릇이 있다. 신당(神堂)이란 신사(神社, 진자) 또는 신궁(神宮, 진구)과 같은 뜻으로 우리로 말하자면 사당(祠堂)인 셈이다. 우리네 사당이 조상신을 모시고 있는 것과 같이 일본의 신사(神社)도 조상신을 모신다. 신라선신당은 말 그대로 신라의 신(神)을 모시는 곳이다. 그럼 왜, 일본땅 시가현 오오츠(大津)에 신라선신당이 있는 것일까? 궁금해질 것이다. 천년고도 교토에서 특급열차로 10여분이면 도착하는 오오츠는 고대에는 오우미(近江)로 불리던 곳으로 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산 호수공원에는 나무들이 한창 물이 오르고 있다. 이 시기에 가지치기를 해야하는지 호수공원 제1주차장에는 가지치기를 알리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그런데 우리말 '가지치기 공사'라고하면 좋을 것을 '전정공사'라고 써 놓았다. 여기서 '전정(剪定)'이란 일본말 센테이(剪定, せんてい)에서 나온 것으로 구태여 쉬운 우리말 '가지치기'를 놔두고 이런 어려운 말을 쓰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신문에서 '전정(剪定)이란 말이 등장하는 것은 1917년 2월 14일치 <부산일보>에 '과수의 동절기 전정' 이란 말을 시작으로 1920년대를 거쳐 60년대 까지 줄기차게 '전정(剪定)' 이 쓰이고 있다. 나이든 사람들은 '전정'을 이해할 수 있을 지 모르나 호수공원 펼침막에 써놓은 이 말 뜻을 이해할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펼침막을 써 붙일 때는 그것을 보는 시민들이 무슨 뜻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을 골라 썼으면 한다. 자기 나라의 쉽고 고운 말을놔두고 일본말 ''전정(剪定)'이라니,낱말 하나에서도 겨레의 자존심을 찾자는 말은 지나친 참견일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전정 : 식물의 겉모양을 고르게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