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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만세운동 100돌에 만나는 여성독립운동가 100인

김마리아 열사의 흰저고리 앞에서 일본인들 사죄

일본 고려박물관 하라다 전 이사장 등 정신여고 방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이 흰 저고리와 치마는 김마리아 열사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입었던 옷입니다. 70년이 넘은 옷이지요. 이 저고리를 보십시오. 안섶과 겉섶의 길이가 다르지 않습니까? 이것은 일제 고문으로 한쪽 가슴을 잃으셨기에 정상인들이 입는 저고리를 입을 수 없어 특별히 체형을 고려하여 지은 옷이지요.”

 

 

 

 

이는 그제(18일),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교장 최성이) 내 김마리아회관(kimmaria Hall) 전시실에서 조영호 교감선생님이 한 말이다. 김마리아 열사의 흰 치마저고리가 여러 겹의 포장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낼 때 기자도 가슴이 뛰었다. 마치 살아생전의 김마리아 열사를 보는 듯 감격스러웠다. 가슴을 도려내는 고문 속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지켜낸 조국 독립의 의지에 대해 이날 정신여고를 방문한 우리 모두가 내내 숙연한 마음이었다.

 

그제 18일(화), 서울 정신여고를 방문한 사람들은 일본 고려박물관 전 이사장인 하라다 쿄코(原田京子) 씨와 도다 미츠코(戶田光子) 씨였다. 일본 고려박물관의 조선여성사연구회 회원인 이들은 2박 3일의 짧은 방한 기간 중이었지만 평소 존경해오던 김마리아 열사를 비롯한 수많은 여성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정신여고 방문을 꿈꾸다가 이번에 오랜 숙원을 이루게 된 것이었다.

 

 

 

“저는 정신여고 출신의 여성독립운동가 가운데 특히 김마리아, 방순희, 김영순 선생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언젠가 한국에 가면 이 분들이 다녔던 정신여고를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학교를 찾아 와서 김마리아 열사 관련 전시실과 생전에 입었던 흰 치마저고리를 직접 보고 눈물이 왈칵 났습니다. 특히 저고리 앞섶 길이가 서로 다른 이유를 설명 들었을 때 일제 경찰의 악랄한 고문이 얼마나 심했나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일본 고려박물관 이사인 도다 미츠코(戶田光子) 씨의 말이다.

 

정신여고를 찾은 시각은 18일 아침 10시, 교정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김마리아회관(kimmaria Hall)과 순국열사 김마리아 동상이 일행을 반긴다. 마침 이날은 최성이 교장이 연수중이라 조영호 교감이 반갑게 일행을 맞아주었다. 이날 함께 한 이는 정신여고를 졸업한 이양순(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사) 이사였다.

 

교장실에서 차를 마신 뒤 우리는 곧바로 교감의 안내를 받으며 김마리아 열사 기념전시실로 향했다. 김마리아 열사는 1978년 잠실로 이사한 현재의 교사(校舍)가 아니라 종로구 연지동 시절에 학교를 다녔지만 학교의 법통은 끊어지지 않고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어 전시실을 둘러 보면서 남다른 감회가 느껴졌다.

 

 

정신여고에서는 3.1만세운동 100주년 및 김마리아 서거 제75주기 기념학술대회를 지난 3월 13일 이 학교 김마리아회관 1층 애니엘리스홀에서 열었는데 그때 만든 두툼한 자료집을 조영호 교감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자료집 속에 눈에 띄는 김마리아 열사의 어록이 가슴에 다가왔다.

 

“유무식을 물론하고 빈부귀천 차별 없이 이기심을 다 버리고 국권확장 네 글자만 굳건 하온 목적 삼고 성공할 줄 확신하며 장애물을 개의 말고 더욱더욱 진력하며 일심 합력하옵시다.” - 1919.9.20. 김마리아 -

 

학술대회에서 ‘김마리아 열사의 독립정신과 독립운동’ 기조 강연을 한 박용옥(전 성신여대 사학과) 교수는 김마리아 열사의 성장과정과 정신여고를 거쳐 일본 유학 시절 2.8독립 선언에 참여하고 독립선언서를 국내에 가지고 들어온 경위 및 대한애국부인회 등을 통한 활동 상황을 소상히 소개했다. 또한 1928년 9월, 컬럼비아대학원에 입학하여 향학열을 불태우면서도 흥사단 활동과 재미한국학생연맹 부회장 등을 맡아 끊임없는 독립운동을 지속했음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박용옥 교수는 “3.1만세운동 100돌을 기리는 올해, 여러 곳에서 유관순 열사 등은 소나기처럼 홍보하고 있는데 우리의 영웅 김마리아 선생은 간간이 이슬비처럼 비추고 있다. 이제 김마리아 영웅을 역사의 중심부에 우뚝 서게 하는 다각적인 사업을 꾸준히 연구 수행해야 할 것” 이라고 했다.

 

정신여자고등학교는 1887년 6월 여의사이자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였던 엘러스 (A. J. Ellers)가 여성계몽을 목적으로 서울 중구 정동에 있던 제중원 사택에 세운 정동여학당 (貞洞女學堂)을 시작으로 하여 올해 132년을 맞는다.

 

독립운동의 산실로 명성을 떨친 이 학교 출신의 독립운동가는 김마리아(독립장) 열사를 비롯하여 도산 안창호의 부인으로 미주에서 독립운동을 지속한 이혜련(애족장) , 세브란스 간호사 출신인 이정숙(애족장), 혈성애국부인회를 조직한 이성완(애족장) , 대한민국애국부인회 출신 장선희(애족장), 이혜경(애족장), 신의경(애족장), 김영순(애족장), 블라디보스톡 등에서 활동한 이의순(애국장) , 김마리아 열사와 함께 비밀리에 2.8독립선언문을 가지고 귀국하여 3.1만세운동에 앞장섰던 차경신(애국장) , 상해애국부인회를 조직한 김순애(독립장) , 대한민국임시정부 임시의정원에서 활약한 방순희(독립장) 지사 등 일일이 이름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여성독립운동가로서 활약이 두드러진 분이 많다.

 

 

18일(화), 김마리아 지사를 비롯한 수많은 여성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정신여고를 찾은 고려박물관의 하라다 쿄코(原田京子) 전 이사장과 도다 미츠코(戶田光子) 이사는 정신여고 방문을 계기로 더욱더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연구와 공부를 하겠다는 다짐의 말을 남겼다.

 

이들은 현재 도쿄 한복판 고려박물관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3.1독립운동 100년을 생각하며 – 동아시아 평화와 우리들(3.1独立運動100年を考える–東アジアの平和と私たち)-’를 기획하여 열심히 일본인들에게 3.1운동의 의미를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평소 도쿄 고려박물관 조선여성사연구회에서 특별히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는 중이라 이번 정신여고 방문은 이들에게 더 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