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우리가 발 딛고 선 땅 아래, 고요히 뿌리내린 식물들. 그 식물들이 사실은 서로 소통하면서 적극적으로 계략을 꾸미고 있다? 『빛을 먹는 존재들』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온 식물의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과학 교양서이다. 환경 전문 기자인 저자는 세계 각지 연구실과 숲을 누비며, 뇌도 신경도 없이 가뭄을 기억하며 포식자를 속이는 ‘계략’을 펼치는 식물들의 놀라운 능력을 소개한다. 식물은 빛과 소리, 접촉을 감지하고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다. 저자는 ‘식물 지능’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을 균형 있게 소개하며 ‘지능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 질문을 던진다. 복잡한 생물학 이론을 쉽고 흥미로운 현장 르포로 풀어내 과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더욱이 이 책은 인간 중심의 사고를 넘어, 서로 연결된 생명으로서 식물과 우리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며, 무심히 지나쳤던 자연의 경이로움을 일깨운다. 기후변화와 생태 위기의 시대, 자연과의 관계를 새롭게 성찰하고 싶은 독자에게 의미 있는 읽기가 될 것이다.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한국을 상징하는 호랑이. 그런데 호랑이는 언제부터, 왜 우리나라의 숲에서 살지 않게 되었을까? 이 책은 사라져가는 호랑이의 흔적을 쫓아 세계 곳곳의 야생을 누빈 한 보전생물학자의 현장 에세이로, 파괴된 생태계 속에서 인간과 야생이 공존할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생명공학을 전공하던 저자는 우연히 마주친 아무르표범에 매료되어 안정된 커리어를 과감히 접고 보전생물학자의 길로 들어선다. 그 후 20여 년간 중국, 라오스, 러시아 등 멸종위기 호랑이와 표범의 마지막 서식지를 찾아다니며, 때로는 밀렵 현장과 국경을 넘나드는 추적의 순간들을 기록한다. 특히 가축 피해로 호랑이에 적대적인 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효과적인 보전 교육으로 공존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모습은, 현장 과학자의 실천적 태도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보여준다. 불확실해도 가슴 뛰는 일에 뛰어든 저자의 열정 어린 여정을 따라가며 새로운 시작을 꿈꿀 용기를 새겨보면 어떨까? 그 시작이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길이면 더 좋을 것이다.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소리가 들리지 않는 부모 아래에서 자라난 아이는 세상을 어떤 감각으로 마주할까? 같은 집에 살면서도 서로 다른 언어로 세상을 경험한다면 어떤 소통의 문법이 필요할까? 가족이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감각 세계에 속한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긴 '소통'과 '이해'의 의미를 다시 묻게 만든다. 저자 이가라시 다이는 농인 부모 아래서 성장한 청인 자녀, 즉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 로서의 삶을 30편의 글로 풀어낸다. 어린 시절 부모의 통역을 떠맡으며 느낀 부담감, 농인 사회와 청인 사회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혼란, 수어라는 모국어를 잃었다가 되찾는 과정을 담담하게 복기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두 문화를 잇는 ‘통역사’이자 ‘경계인’으로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코다를 미화하거나 영웅시하지 않고 죄책감과 부끄러움까지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장애 가족을 감동의 소재로 소비하기를 거부하고 일본 사회의 농문화(Deaf Culture:청각 장애인들에 의하여 형성된 고유문화)의 고유함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 책은 장애를 고유한 ‘다름’으로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통찰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