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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거사의 중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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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자와의 대화가 즐겁다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번 찍어도> 10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옛말에 “홧김에 서방질한다”라는 말이 있다. 김 교수는 싸움이 오래 계속되고 남편으로서의 욕구가 채워지지 못하니 “홧김에 바람피운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심정이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전국의 아내들이 귀담아들을 속담이다.) 나뭇잎이 뚝뚝 떨어지는 어느 날 오후, 김 교수는 문득 미스 최에게 전화를 하고 싶은 생각이 났다. 가을 햇살은 따사로이 비치고 있었다. 햇살 속에는 약간의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 바람이 한번 불 때마다 연구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오동나무에서 커다란 잎이 하나, 둘 떨어지고 있었다. 김 교수는 자기의 인생도 언젠가 끝이 나고, 저 오동나무 잎처럼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리라는 상념에 사로잡혔다. 옛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인가 보다. 그날 김 교수의 행동은 분명 평소와는 다른 행동이었다. 왜 그랬을까? 굳이 이유를 찾자면 그 날은 매우 아름답고도 쓸쓸한 가을날이었기 때문이었다. 김 교수는 미스 최에게서 받은 전화번호를 들여다보며 10초 정도 망설였다. 그러다가 김 교수는 크게 용기를 내어 전화번호를 눌렀다. 마침 미스 최가 받았다. “여보세요, 김00 교수입니다.” “아, 오빠세요

아내보다는 아리스토텔레스 설득하기가 더 쉬워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번 찍어도> 9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박 교수와 점심 내기를 하고 나서 며칠 뒤에 김 교수의 가정에서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였다. 김 교수는 고3 아들이 있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늦둥이 딸이 하나 있다. 김 교수의 자녀 교육 방침은 자유방임에 가까웠다. 공부란 자기가 알아서 해야지, 부모가 시킨다고, 과외 선생을 붙여준다고, 안 하는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3 아들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10등 이내의 상위권에 들었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학급 석차가 10~20 등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정도의 실력이었다. 담임선생님 말로는 이러한 성적권의 학생들을 진학 지도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조금만 잘하면 이른바 서울대학(요즘에는 서울 시내에 있는 대학이면 다 서울대학이라고 부른다)에 보낼 수 있겠는데 그게 뜻대로 안 된다. 어느 가정이나 사정은 비슷하리라. 교육과 관련한, 남편은 대개 방임형이고 아내는 극성형이다. 대학까지 나온 어머니들은 자기 자녀가 대학에 못 가면 자기가 창피를 당하는 줄로 안다. 자기가 모자라서 자녀가 공부를 못하고 대학에 못 가는 줄로 잘못 아는 것이다. 고등학교까지만 졸업한 어머니들은 자기 자녀는 꼭 대학에 보내야만 자

파자소암: 노파, 암자를 불태우다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번 찍어도> 8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구는 쉬지 않고 태양 주위를 돌면서 가을이 깊어 갔다. 봄이 여자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다. 봄이 되면 여자들은 생기가 나고 멋도 부리고 싶고 노출되는 옷으로 치장을 하고 싶어진다. 여자들은 봄에 괜히 들뜬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속된 말로 하면 여자는 봄에 물이 오른다. 여자가 바람나기 쉬운 계절이다. 남자들은 가을이 되면 괜히 울적해지고 감상에 젖는다. 낙엽 떨어지는 돌담길을 걷고 싶어진다. 어디로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인생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상념에 사로잡힌다.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을 보고서 어떤 남자는 우울증에 빠진다. 어떤 남자는 시를 쓰기도 한다. 낙엽이 흩날리는 가을날, 인생의 끝이 죽음이라는 것을 깨닫고 어떤 남자는 종교에 귀의하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모든 것이 변한다”라는 깨달음을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어려운 말로 표현한다. 여기서 행이라는 말의 의미는 광범위하다. 보이는 사물, 느끼는 감정, 관념적인 개념 등등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행이라고 말한다. 제행무상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는 뜻이

그 아가씨가 책을 읽는지 내기 합시다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번 찍어도>7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두 번째 만남 사람이 먹고살 만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개성을 알 수 있다. 욕심에 사로잡힌 사람은 재산을 늘리기 위하여 주말이면 부지런히 땅을 보러 다닐 것이다. 돈이 좀 있는 사람은 골프나 스키를 타고, 돈이 없는 사람은 낚시나 등산하러 다닐 것이다. 경건한 사람은 교회나 절에 나가 열심히 기도하고 봉사한다. 돈도 열정도 없는 사람은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인생을 진지하게 배우는 자세로 사는 소수의 사람은 책을 읽는다. 책 읽기는 다른 취미에 견줘 돈이 많이 들지 않으며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취미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론상 매우 쉽지만 그렇게 쉬운 취미는 아니다. 책을 읽으려면 돈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 사람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 책을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슨 일로던 세상살이에 바쁜 사람은 책을 읽지 못한다. 바쁘지 않은 사람, 혹은 몸은 바쁘더라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사람만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은 독서를 별로 안 하는 것 같다. 일본을 여행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놀라는 것은 지하철에서 모두가 책

나를 만나려거든 《아리랑》을 읽어야 한다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번 찍어도> 6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박 교수에게 여기 아가씨들은 팁이 얼마냐고 물으니, 8만 원이란다. “아이고, 비싸네. 박 사장님은 나하고는 수준이 다르군요.” 김 교수가 계산서를 들여다보니 안주 한 접시에 3만 원, 노래 값 2만 원, 티시라고 해서 테이블차지(table charge)가 별도로 3만 원 등이 적혀 있었다. 보신탕에 소주 2병을 포식하고 3만 원을 내었는데, 안주 한 접시에 3만 원이라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박 교수가 거들었다. “김 사장, 팁은 각자 줍시다. 보신탕에다가 술까지 대접받았는데, 팁까지 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소?” “그러실래요? 좋아요. 미스 장은 박 사장님이 책임지세요.” 김 교수는 카드를 꺼내어 웨이터에게 주었다. 그러고 나서 김 교수는 양복 안주머니를 뒤지더니 흰 봉투를 하나 꺼내었다. 김 교수는 미스 최에게 봉투를 주면서 귀에 입을 가까이하고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미스 최, 이 봉투는 팁이 아니고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해 주어서 고맙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적지만 성의 표시로 알고 받아라.” “성의 표시라고요? 그런데 오빠, 봉투를 열어보아도 될까요?” “마음대로.” 미스 최가 봉투를 열어보니 거기에는

절개는 없어도 의리는 있는 여자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번 찍어도> 5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박 교수는 최희준의 ‘하숙생’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 등 옛날 노래를 불렀다. 최성수의 노래를 좋아하는 김 교수는 ‘남남’과 ‘해후’ 등을 불렀다. 아가씨들은 ‘쿵따리 샤바라’, ‘무기들아 잘 있거라’ 등 최신곡을 불렀다. ‘쿵따리’는 우리나라 외교관들이 국제회의에서 불러서 유명해진 노래라는데 중간의 랩은 중년 남자들이 따라 하기가 힘들었다. 김 교수는 특히 후렴 부분이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려웠다. 쿵따리 샤바라 빠빠빠?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은 신곡이 나오면 울산까지 승용차를 타고 갈 때 녹음테이프를 틀고서 배운다고 한다. 정 회장은 후렴 부분을 ‘굴다리 삽으로 파파파’라고 바꾸어 부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데, 오빠, 저 아가씨를 어떻게 생각해요?” “누구? 박 사장님 파트너? 네가 모르는 아가씨인가?” “몰라요. 그렇지만 어쩌면 저렇게 예의가 없어요?” “무슨 말이야?” “보세요. 화장도 안 하고 그저 집에서 입는 블라우스를 걸치고 나왔잖아요?” “그게 어때서?” “그래도 이런 자리에 나오려면 기본적인 예의라는 것이 있잖아요.” “듣고 보니 그러네.” 김 교수는 아가씨에게 호감이 갔다. 팁을 벌기 위하

세상에는 못생긴 사람도 모두 다 필요한 존재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번 찍어도>4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이쯤 되면 대개의 아가씨는 넘어가기 마련이다. 자기를 예쁘다는데 싫어할 아가씨가 어디 있을까? 고향, 나이, 성씨, 코, 입, 눈, 등등 모든 것이 다 예쁘다니 그것이 빈말인 줄 알면서도 아가씨들은 일단 이 남자에게 호감이 느끼고 대하는 것이다. 한참 떠들면서 술을 먹다가 김 교수가 지방 방송을 끄라고 하더니 썰렁한 퀴즈를 냈다. “여러분, 인연과 연인의 차이를 압니까? 옷깃이 스치면 인연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연인은 무엇이 스치나요?” “입술!” “정답은 아닙니다.” “그러면 뭘까?” “정답은 속옷입니다. 속옷이 스치면 연인이 됩니다.” “말이 되네요, 하하하.” 김 교수가 술집에 가서 쉽게 인기를 끄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를 많이 알기 때문이다. 구세대 사람들이 익숙한 고금소총 이야기는 물론, 과거에 유행했던 참새 씨리즈, 그리고 요즘 신세대 사이에 인기인 만득이 시리즈. 그리고 술자리에서 안줏감으로 빠질 수 없는 갖가지 Y담 등등 김 교수의 이야기보따리 속에는 온갖 종류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다. 술자리의 분위기에 따라서 적절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기술을 김 교수는 가지고 있었다. 몇 차례 사람들이 재미

너는 다 예쁘다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번 찍어도> 3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김 교수가 옆에 앉은 아가씨를 보니 눈이 약간 풀려 있다. 술 냄새가 약간 났다. 아마도 다른 방에 있다가 들어온 모양이었다. 김 교수도 지금 2차지만 아가씨도 2차인 모양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키는 작고 몸의 윤곽이 S 라인은 아니어도 얼굴이 동글동글한 모습이 귀여웠다. 머리는 약간 붉은 빛이 돌게 염색했으며, 입술에 빨간색 연지를 진하게 바른 것이 술에 취한 남자의 시선을 자극했다. 옷은 까만 블라우스에 아주 짧은 검은 치마를 입었다. 허벅지살이 다 드러나 보였다. 가슴이 많이 파진 옷은 아니어도 젖가슴은 봉긋해서 술에 취해 게슴츠레해진 눈에는 예쁘게만 보였다. “미스 최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오빠.” 아가씨는 처음부터 오빠라고 불렀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아가씨는 고향이 어디인가?” 김 교수는 처음부터 고향을 물었다. “전남 승주군이에요.” “그래? 나는 승주군 아가씨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더라. 승주군 아가씨를 꼭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아침 신문에서 본 ‘오늘의 운세’가 좋더니 내가 너를 만날 운명이었나 보다.” “정말이에요?” “그럼! 승주군이 고향인 아가씨가 예쁘다고 강남 술집에서 소문이 났지.”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