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이팝 나무, 그 하얀 허기 오월의 뙤약볕이 가지 끝에 걸리면메마른 나무는 기어이 꽃을 터뜨린다.푸른 잎사귀 사이사이로고봉밥처럼 소복이 쌓인 하얀 이팝. 어느 배고픈 시절의 어머니가자식 입에 넣어주지 못한 쌀밥이저리도 눈부시게 피어난 것인가. 바람이 불 때마다 쏟아지는 꽃비는누군가의 든든한 한 끼가 되고 싶은 간절함이다. 길가에 늘어선 나무들이 밥상을 차린다.눈 시리게 하얀 꽃송이들 위로오월의 하늘이 뜸을 들이며 내려앉는다.저 풍성한 꽃 무더기가 다 지고 나면우리 마음의 허기도 조금은 가라앉을 것 같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닫은 채 제 안의 마침표만 벼리는 세상, 슬픔은 공명(共鳴)되지 못해 비린 소음으로 흩어지고 기쁨은 맞장구 없는 독백이 되어 차갑게 식어간다. "그랬구나"라는 낮은 닻 하나 내리지 못해 서로의 진심이 유령처럼 부유하는 정적의 도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유려한 문장이 아니라 타인의 숨 가쁜 괄호 속으로 기꺼이 젖어 들수 있는 온기의 언어다. 이제 메마른 입술을 열어 잊힌 이름들을 불러내보자. 끊어진 서사를 잇는 가교가 되어 "그렇지", "암, 그렇구말고"라며 서로의 등에 다정한 곁불을 지피자. 서툰 춤사위 위로 "잘한다", "얼씨구"라는 눈부신 추임새를 던져 고립된 섬들을 하나로 묶는 화음이 된다면, 시린 여백뿐이던 우리의 계절도 비로소 타인의 심장 소리로 박동하는 축제가 되리라. 글 이윤옥, 그림 이무성 화백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바늘구멍 틈새로 황소바람 들이치니흙벽 사이 한기가 칼날처럼 매섭구나윗목 숭늉 사발은 이미 하얗게 얼었는데 낡은 이불깃 끌어당겨 시린 몸 녹여본다. 글 이윤옥, 그림 이무성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