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하늘은 맑고 바람도 없으니 아침부터 배곳 안은 더운 느낌입니다. 찬바람틀(에어컨)을 틀기는 좀 그렇고 바람틀이 있으면 돌리면 되겠는데 없어서 아쉽습니다. 요즘 땅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알려드리고 있는데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땅켜'입니다. '땅켜'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으면 '알갱이의 크기ㆍ색ㆍ성분 따위가 서로 달라서 위아래의 퇴적암과 구분되는 퇴적암체'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많은 분들이 알고 쓰는 지층(地層)과 비슷한 말이라고 알려줍니다. '먼지가 켜켜이 쌓였다'는 말은 듣거나 보신 적이 있으실 것이고 더러 쓰시기도 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켜'는 '포개어진 물건의 하나하나의 층'을 뜻하는 말입니다. '땅'이 '켜'를 이루고 있으니 '땅켜'인 것입니다. 그런데 옛날 어른들이 배웠던 책이나 요즘 아이들이 배우는 책이나 모두 '지층'이라는 말이 나오지 '땅켜'라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지층'과 '땅켜'가 비슷한 말이라는 것도 알려주지 않지요. 그러니 '땅켜'라는 말을 듣기도 보기도 어려운 것이고 그러니 나날살이에 쓸 일은 더 없어졌습니다. 한 때 잃었던 나라를 되찾고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우리말 도로 찾기' 였고 그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다시 아침 산책길에 뻐꾸기 소리가 들린다. 뻐꾸기가 내는 소리는 우리 한글이 가장 잘 표기할 수 있다는데 중국 한자어로 뻐꾸기 울음소리 ‘뻐꾹’을 형상화한 의성어 '벌곡(伐谷)'이라고 하거나 '포곡(布穀)포곡(布穀)' 한다지만 우리 귀에는 분명히 '뻐꾹뻐꾹'이라고 들린다. 이 뻐꾸기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은, 그동안 이미 지난달 와서 가끔 울어주었지만, 귀담아듣지 못한 것은 숲 바깥세상에서 벌어지던 정치적 회오리에 대해 우리들이 전혀 무관심하지 못했던 때문이 아닌가? 어찌 됐든 이제 정치판에 그동안 전쟁 같은 격전이 끝나고 세상이 조용해지고 있기에 비로소 그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런저런 연유를 넘어서서. 우리 아파트 단지 아래쪽에서 먼저 시작하다가 나중에 숲길 중반에까지 와서 울어주는 뻐꾹새가 우리 부부는 반가운 것이다. 어제는 그냥 흔히 하는 '뻐꾹 뻐꾹'이 아니라 '뻐뻐꾹 뻐꾹'을 연달아 내곤 해서 이들이 춘정을 나누고 있는 것인가 생각이 돨 정도였다. 뻐꾸기는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소리는 명확한데, 저녁때 이 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영국의 시인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1770~18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그리움 바이칼 오논 리아오 숭가리 (빛) 샤먼의 고향 호수속 알혼섬 (심) 불한산에서 반기는 세르게 (돌) 물빛 하늘빛 푸른 물결소리 (달) ... 25.6.7. 불한시사 합작시 우리 민족은 바이칼에서 비롯되어, 선사시대에 몽골의 오논 강역과 북만주의 숭가리 강역을 아우르며 남만주의 리아오 강역을 중심으로 위대한 홍산문명을 일으킨 듯하다. 하늘에서 빛을 타고 내려온 사람들이라 환한 얼굴로 눈부신 땅에 삶을 개척하여 한(환한)민족 또는 배달(밝달, 밝은 들)겨레라고 불렸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까맣게 잊힌 반만년 앞서의 영욕이 치밀한 과학의 지혜를 빌어 어느덧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비록 속 좁은 중국인들이 동북공정을 한다면서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있지만, 세계의 고고학계는 눈을 떼지 않고 있다. 불한시사의 시벗들은 오래전에 두루 답사하면서 감동에 휩싸여 주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동안 유전자(DNA)에 스며있던 역사의 기억이 현장심리를 파고들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특히 시베리아 샤먼의 성지로 불리는 바이칼의 알혼섬은 코리(Khori)족 또는 브리야트족의 고향으로, 원주민은 고구려의 조상인 북부여족과 연관이 있다고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더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어제 한낮에는 수레 안에서 찬바람을 틀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을 만큼 뜨겁기도 했습니다. 뜨거워진 길에서 그리고 그 위에 늘어선 수레 위로 피어오르는 아지랭이가 숨씨(공기)를 더 데우고 있었지요. 시들해진 호박잎을 보며 이런 날이 이어지면 도랑물도 마르겠다 싶었습니다. 흔히 이런 도랑물, 시냇물, 바다와 같이 땅위에 있는 물을 싸잡아서 '지표수(地表水)'라고 하는데 토박이말로 '땅윗물'이라고 합니다. '땅위에 있는 물'이라는 뜻만 놓고 생각하면 '땅윗물'도 맞는데 이 말과 맞서는 말인 '지하수(地下水)를 놓고 생각하면 좀 생각해 볼 말입니다. '지하수(地下水)'는 말집(사전)에 '땅속의 토사ㆍ암석 따위의 빈틈을 채우고 있는 물'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이를 한 마디로 줄이면 '땅속물'이라고 할 만합니다. '지하(地下)'와 맞서는 말이 '지상(地上)'이 맞다면 '지하수(地下水)'의 맞선말은 '지상수(地上水)'라고 해야 되는데 '지표수(地表水)'라고 한 까닭도 있지 않을까요? '지상'은 땅의 겉뿐만 아니라 그 위까지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상수(地上水)'보다 '지표수(地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정조(正祖). ‘바를 정(正)’자를 쓴 묘호에서 보듯이 정조는 ‘바른생활 임금’이었다. 정조가 남긴 글이나 생각을 보면 늘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빈틈없이 살려 했던 ‘반듯함’이 느껴진다. 끊임없는 자기 수양과 극기(克己)가 없으면 감당하지 못하는 막중한 군주의 자리를, 마치 군주를 위해 태어난 사람인 양 소화해 냈던 임금이 정조였다. 정조의 말과 생각을 담은 정장권이 쓴 이 책, 《정조의 말》은 규장각 신하들이 기록한 정조 어록집인 《일득록》을 지은이 정창권이 풀이해 쓴 책이다. 《정조처럼 소통하라》라는 책을 낸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출판사에서 제안을 받고 《일득록》을 읽으며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줄 만한 대목을 가려 뽑았다. 《일득록》은 정조의 문집인 《홍재전서》의 161권부터 178권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문학 5권과 정사 5권, 인물 3권, 훈어 3권 등 모두 18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평소 가까운 거리에서 정조를 보좌하던 규장각 신하들이 보고 들은 정조의 언행을 기록한 것으로, 정조가 자신의 언행을 반성하고 깨우치기 위해 편찬하도록 명했다. 《일득록》에서 보이는 정조의 모습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부지런했다. 정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가 외교적인 발언을 하였다. “우리가 사장님 부자 되시라고 확실하게 밀어 드리겠습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부자 되면 한턱낼게요.” 미스 K가 응답했다. “제가 파스타 밸리 홍보 이사를 맡으면 어떨까요?” K 교수가 엉뚱하게 제안했다. “좋아요. 홍보 좀 많이 해 주세요.” 미스 K가 반색하면서 말했다. “그러면 나는 영업 이사 자리를 주세요.” 경영학 전공인 ㅊ 교수가 끼어들었다. “맞아요. 영업도 매우 중요하지요. 잘 부탁합니다.” 미스 K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나는 감사를 맡겠습니다.” ㅈ 교수도 질세라 한 자리를 차지했다. “감사합니다. 감사님!” 미스 K가 재치 있게 받아넘겼다. K 교수가 화제를 돌리며 의미심장하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K리조트에서 혼자 살려면 심심하지 않아요?” “조금은 그래요. 10층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참 좋은데, 때로는 심심하기도 해요. 그래서 남들처럼 연애도 하고 싶고...” 뭐라고? K 교수는 분명히 들었다. “남들처럼 연애도 하고 싶다” 이 여자는 분명히 혼자 사는 이혼녀임에 틀림이 없다. 결혼 생활이 순탄하다면 절대로 이렇게 발언할 수가 없을 것이다. “와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가을이 되면 많은 식물이 열매를 맺습니다. 식물들은 씨앗을 보냄에 있어 때론 바람에 의하여, 때론 동물에 의지하여, 꼬투리 터짐의 힘으로 씨앗을 되도록 멀리 보내려 안간힘을 쓰지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씨앗이 머무는 곳은 노력보다는 우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씨앗은 땅을 잘 만나야 하고 땅은 씨앗을 잘 만나야 합니다. 자갈밭에 떨어진 씨앗은 뿌리를 내릴 수 없고 비옥한 땅에 떨어진 씨앗은 뿌리를 못 내릴 이유가 없으니까요. 인생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만남입니다. 곧 산다는 것은 만난다는 것이지요. 어떤 이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살아보니 그놈이 다 그놈이더라."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요. 인생에서 만남은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우연한 만남이든 섭리적(攝理的) 만남이든 만남은 중요합니다. 인생의 변화는 만남을 통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몰랐던 세상을 배우고, 또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힘든 시기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소중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뜻밖의 경쟁 상대를 만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만남은 우리의 삶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로키산맥 정상 부근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자작나무는 무릎을 꿇은 상태로 엎드려 산다고 한다. 가까스로 싹이 트고부터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지악스러운 찬서리와 거친 비바람을 맞받으며 이겨내려면, 무릎 꿇고 엎드린 모습으로 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악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 자작나무를 베어내 바이올린을 제작한다. 세상의 어떤 나무보다 공명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김주영의 <아라리 난장>에서) 싹이 트고부터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찬 서리와 거친 비바람을 맞받으며 꿋꿋이 살았던 한 소년공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는 기적이 어제 새벽에 일어났다. 나는 그날만큼은 해돋이를 보아야겠다고 며칠 전부터 마음먹고 있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그날 서울의 해는 5시 12분에 뜬다고 했다. 자칫 놓칠세라 새벽 2시 무렵부터 침대에서 뒤척인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퍼뜩 깨어나 시간을 보는 일을 반복한다.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이미 황홀한 해가 솟았다 사라졌다 한다. 몰록 시상(?)이 떠오른다. 해가 뜬다. 날마다 뜨는 해가 일천 년 만에 뜬다. 새해 봄에는 야산에서 따온 찻잎으로 차를 만들어 마신다. 늦게 발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열대지방에 두 나라가 있습니다. 싱가포르와 캄보디아지요. 싱카포르는 도시국가로 밭 한뙈기 없고 인구밀집형 도시국가입니다. 잘 살기 어려운 나라였지요. 그런데 이제는 1인당 국민소득이 9만달러가 넘는 세계 5위의 부국입니다. 대신 캄보디아는 땅덩어리가 넓고 3모작이 가능하며 앙크로와트라는 매우 훌륭한 관광자원이 존재하기에 못살기가 참으로 어려운 나라입니다. 그런데 1인당 국민소득은 3천달러로 세계 최빈국에 해당합니다. 그렇게 두 나라가 극단적이 된 까닭이 무엇일까요? 그건 싱가포르에는 훌륭한 정치가가 있었고 캄보디아는 그렇지 못한 이유가 큽니다. 이광요는 싱가포르를 중계무역을 통해 세계의 정상으로 우뚝 서게 했고 캄보디아는 정치인들이 국부를 외국으로 빼돌려 자신의 주머니 채우기에 바쁩니다. 그러니 정치인을 잘 뽑는 것은 국운을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먼 옛날, 중국에 요(堯) 임금이 선정을 베풀어 온 지도 어느덧 50년이 지난 어느날 남루한 옷을 입고 민정(民情)을 살펴보러 나갑니다. 그 때 한 노인이 '배를 두드리고[鼓腹]' 발로 '땅을 구르며[擊壤]'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죠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소나무가 우거진 기분좋은 언덕배기,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호수, 어린 소나무와 호두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숲 속의 작은 빈터, 군데군데 녹은 얼음, 거무스레하고 물기에 젖어있는 호수. 우리가 상상하고 가보고 싶은 숲을 28살의 청년 데이비드 소로우(1817~1862)는 이렇게 묘사했다. 월든이란 호숫가에 들어가 살면서 묘사한 숲의 이야기다. 이 청년이 기록한 미국 동부 숲의 이야기는 단순한 숲 생활의 기록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경외와 감사, 찬미이며 동시에 우리가 사는 삶의 방식에 대한 통렬한 반성,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었다. 우리가 숲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 그런 숲에 가고싶어하는 마음을 일깨워준 것이 이 책이었다. 소로우가 묘사한 숲이 우리나라에도 있을까? 기후가 다르고 지형이 다르니 같은 숲이야 있겠는가만은 어릴 때부터 크낙새가 운다는 광릉의 숲이 아마도 소로우가 묘사한 숲의 이미지로 우리 가슴에 들어와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이 광릉 숲에 가보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을 것이지만 막상 거기가 어딘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몰라 못 가본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