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말복이 지나면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지만 11일의 날씨는 찌는듯하여 가로수의 녹음마저 더위에 지친 듯 꼼짝도 안하고, 관상대에 의하면 이날 최고기온은 33도나 되어 예전보다 약간 높은 편. 길가를 지나는 살수차의 포말도 한결 가을을 재촉하는 듯이 이글이글한 아스팔트 위를 적셔주고 있다.” 이는 동아일보 4293년(1960년) 8월 12일 치 기사 내용입니다. 오늘은 더위가 한고비로 치닫는다는 말복입니다. 장마가 끝나고 입추와 말복 무렵이 되면 날씨가 좋아 햇볕이 내리쬐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벼가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다는 말이 전해집니다. 그래서 “말복 나락 크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라고 하여 귀가 밝은 개는 벼가 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 땡볕도 지나쳐서 아예 벼가 타들어가기에 농민들이 애가 탄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겨레는 복날을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 하여 “더위를 꺾는 날”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예부터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하여 더울 때 뜨거운 것을 먹었지요. 여름이 되면 사람 몸은 밖의 높은 기온 때문에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으려고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1940년 4월 20일 동아일보를 보면 “내일이 곡우, 씨나락은 당것는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인다. “내일이 곡우이니 농가에는 씨나락을 당글 때이다. 누른 개나리와 붉은 진달래에 봄빛이 무르녹을 대로 무르녹았는데...”라고 곡우 즈음의 정경을 묘사한다. 오늘은 24절기의 여섯째. 봄의 마지막 절기로, 곡우(穀雨)다. 곡우란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 하여 붙여진 말인데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같은 속담이 전한다. 예전엔 곡우 무렵에 못자리할 준비로 볍씨를 담그는데 볍씨를 담은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둔다. 밖에 나가 부정한 일을 당했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잡 앞에 와서 불을 놓아 악귀를 몰아낸 다음에 집안에 들어오고, 들어와서도 볍씨를 볼 수 없게 하였다.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게 되면 싹이 트지 않고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또 이날은 부부가 잠자리를 함께 하지 않는데 땅의 신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곡우 때엔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른다. 곡우 물이 많은 나무로는 주로 산 다래, 자작나무, 박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다섯 번째로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을 지닌 “청명(淸明)”이며, 내일은 설날, 단오, 한가위와 함께 4대 명절의 하나로 지냈던 한식(寒食)입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청명조(淸明條)의 기록을 보면, 이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치며, 임금은 이 불을 정승과 판서를 비롯한 문무백관 그리고 360 고을의 수령에게 나누어줍니다. 이를 ‘사화(賜火)’라 하는데 수령들은 한식날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주지요.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寒食)이라고 했습니다. 농사력으로는 청명 무렵에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시작합니다. 청명은 농사력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하나로 날씨와 관련된 믿음이 많지요. 청명이나 한식에 날씨가 좋으면 그 해 농사가 잘 되고 좋지 않으면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점쳤습니다. 바닷가에서는 청명과 한식에 날씨가 좋으면 어종이 많아져서 어획량이 증가한다고 하여 날씨가 좋기를 바랐습니다. 이에 견주어 경남 사천에서는 청명의 날씨가 좀 어두워야 그 해 농작물에 풍년이 들고, 너무 맑으면 농사에 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보름달처럼 떠오르고 싶어라 당신의 눈물로 나의 손을 씻고 가끔씩 나의 창문을 두드리는 허전한 나뭇잎의 마음을 잡고 싶어라 새순은 돋아나는데 아장아장 봄볕이 걸어오는데 당신이 그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살고 싶어라“ 위는 원재훈 시인의 시 <춘분> 일부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넷째 춘분(春分)이지요. 봄이 열리는 춘분, 새싹이 돋아나고 아장아장 봄볕이 걸어옵니다. 당신이 그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살고 싶은 날입니다. 이날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해가 진 뒤에도 얼마간은 빛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낮이 좀 더 길게 느껴지지요. 춘분은 겨우내 밥을 두 끼만 먹던 것을 세 끼를 먹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지금이야 끼니 걱정을 덜고 살지만 먹거리가 모자라던 예전엔 아침과 저녁 두 번의 밥 먹기가 고작이었지요. 보통은 음력 9월부터 이듬해 정월까지는 아침저녁 두 끼만 먹고, 2월부터 8월까지는 점심까지 세끼를 먹었습니다. 낮 길이가 짧은 탓도 있지만 일하지 않는 겨울엔 두 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춘분이 지나면 농번기가 닥쳐오기 때문에 일꾼들의 배를 주리게 할 수는 없었지요. 옛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음력정월이 되고 경칩(驚蟄)시절이 가차우니 이번에는 맹꽁이타령이나 좀 하자. 박춘재(朴春載)의 맹꽁이 타령에는 아랫녁 맹꽁이 웃녁 맹꽁이, 삼청동장원서 다리 밋헤서 빨내하는 과부 맹꽁이 훈련원 오간수 구멍에서 집신작을 타고 안저 한숨 쉬는 홀아비 맹꽁이 남대문 박연못골에(蓮池洞) 나막신 신은 맹꽁...! 등 여러 가지의 맹꽁이가 잇더니 요새에 서울 신문계에는 안맹꽁이와 정맹꽁이가 잇는데 공교하게도 두 맹꽁이가 서로 건너다보는 집에서 일을 보게 되엿다.” 이는 일제강점기 잡지 《별건곤》 제48호 (1932년 02월 01일)에 있는 “호외(號外)의 호외(號外)”라는 기사 일부입니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셋째 “경칩(驚蟄)”입니다. 원래 이름은 중국 역사서 《한서(漢書)》에 보면 열 계(啓) 자와 겨울잠을 자는 벌레 칩(蟄) 자를 써서 계칩(啓蟄)이라고 되었었는데 뒤에 한(漢) 무제(武帝)의 이름인 계(啓)를 피하여 대신 놀랠 경(驚)자를 써서 경칩(驚蟄)이라 하였습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겨울잠 자던 동물은 음력 정월에 활동하기 시작하는데, 절기로는 경칩에 해당한다.”고 하여 경칩 무렵에는 개구리, 맹꽁이 등 겨울잠
[우리문화신문=이윤경 기자] 어제 삼일절도 그렇고 오늘 정월대보름날도 날씨가 무척 맑다. 서울과 달리 미세먼지가 적어서 그런지 공기도 산뜻하다. 무엇보다도 하늘이 맑고 깨끗해 마음까지 밝아지는 듯하다.오늘 밤에 떠오르는 정월보름달은 그야말로 크고 깨끗할 듯하다. 벌써 부터 기대된다. 어제는 장롱 속 태극기를 꺼내 달고 99년전 선열들의 '피맺힌 구국 정신'을 되새겨 보았다. 그리고 오후에는 지난해 말려두었던 텃밭에서 거둬 말려둔피마자, 가지, 애호박 등을 물에 불려 보름 나물을 무쳤다. 아침에는 팥, 검은콩, 수수, 조, 찹쌀, 밤, 검은 쌀 등을 넣어 오곡밥을 지었다. 요즈음은 잡곡이 좋다하여 거의 모든 집에서 365일 잡곡밥을 먹는 집이 많지만 특별히 우리 식구들은 잡곡을 좋아한다. 평소 보다찹쌀을 듬뿍 넣고 지어서인지 찰진 밥에 나물이 더 맛있다. 맛난 밥상을 물리고호두와 땅콩으로 부럼도 깼다. 올 한해도 몸에 병없이 온 가족이 무탈하게 지내길 비는 마음이 들어서인지 정월대보름의 의미가 더욱 새로운 아침이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스물셋째인 소한(小寒)이다. 원래 절기상으로 보면 대한(大寒)이 가장 추운 때지만 실제는 소한이 한해 가운데 가장 추운데 절기의 기준이 중국 화북지방에 맞춰졌기 다른 것이다. 그래서 이때 전해지는 속담을 보면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없다.” 같은 것들이 있다. 이때쯤이면 추위가 절정에 달했다. 아침에 세수하고 방에 들어가려고 문고리를 당기면 손에 문고리가 짝 달라붙어 손이 찢어지는 듯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뿐만 아니다. 저녁에 구들장이 설설 끓을 정도로 아궁이에 불을 때두었지만 새벽이면 구들장이 싸늘하게 식는다. 그러면 문틈으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에 몸을 새우처럼 웅크리고 자게 된다. 이때 일어나 보면 자리끼로 떠다 놓은 물사발이 꽁꽁 얼어있고 윗목에 있던 걸레는 돌덩이처럼 굳어있었다. 그렇게 추운 겨울. 지금이야 난방이 잘돼 어려움이 적지만 예전 사람들은 어떻게 견뎠을까? 조선시대 선비들은 동지가 되면 <구구소한도>를 그린다.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에서 구구(九九)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스물두째이며 명절로 지내기도 했던 ‘동지(冬至)’입니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곧 ‘작은설’이라 하였는데 ‘해’의 부활이라는 큰 뜻을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대접하는 것이지요. 이런 생각은 오늘날에도 여전해서 ‘동지첨치(冬至添齒)’라 하여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동지는 날씨가 춥고 밤이 길어 호랑이가 교미한다고 하여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부릅니다. 동지의 특별한 풍속을 보면 다가오는 새해를 잘 계획하라는 뜻으로 달력을 선물하는데 더위를 잘 견디라는 뜻으로 부채를 선물하는 단오 풍속과 함께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동지의 또 다른 풍속에는 며느리들이 시어머니나 시할머니에게 버선을 지어 선물하는 “동지헌말(冬至獻襪)”이란 아름다운 풍속도 있었습니다. 이날 새 버선을 신고 길어지는 해 그림자를 밟으면 수명이 길어진다고도 믿었지요. 그런데 이날 가장 보편적으로 지내는 풍속은 팥죽을 쑤어 먹는 일일 것입니다. 특히 지방에 따라서는 동지에 팥죽을 쑤어 솔가지에 적셔 집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시월은 초겨울 되니 입동 소설 절기로다 /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소리 높이 난다 / 듣거라 아이들아 농사일 다했구나 (중간줄임) 방고래 청소하고 바람벽 매흙 바르기 / 창호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 수숫대로 울타리 치고 외양간에 거적 치고 / 깍짓동 묶어세우고 땔나무 쌓아 두소.” 농가월령가 10월령에 나오는 노래입니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스무째로 첫눈이 내린다고 하는 “소설(小雪)”입니다. 소설 무렵 아직 따뜻한 햇살이 비치므로 “소춘(小春)”이라고도 부르지만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날씨가 많이 추워집니다. 따라서 곧 한겨울에 들 것이므로 서둘러 문에 문풍지도 바르고, 외양간에 거적 치고, 땔나무도 해놓습니다. 또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말랭이나 호박을 썰어 말리기도 하며 목화를 따서 이불을 손보기도 하지요. 또 겨우내 소먹이로 쓸 볏짚도 모아두면서 미처 해놓지 못한 겨울준비를 마저 합니다. 이때 감이 많이 나는 마을에서는 줄줄이 감을 깎아 매달아 곶감을 만드느라 처마 밑이 온통 붉은빛으로 출렁이기도 하지요. 한편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