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표준국어대사전》은 ‘겨레’를 “같은 핏줄을 이어받은 민족”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같은 핏줄을 이어받은’을 ‘민족’ 앞에 끌어다 놓은 것은 참으로 헛된 짓이다. 같은 핏줄을 이어받지 않은 것이라면 애초에 ‘민족’이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표준국어대사전》은 알밤 같은 토박이말 ‘겨레’를 개똥 같은 한자말 ‘민족’으로 바꾸어 놓았을 뿐이다. 또 ‘민족’을 찾아보면 “일정한 지역에서 오랜 세월 동안 공동생활을 하면서 언어와 문화상의 공통성에 기초하여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 집단”이라고 해 놓았다. 온통 한자말투성이어서 여느 사람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이것을 그대로 토박이말로 뒤쳐 보면, ‘한곳에 오래도록 함께 살면서 같은 말과 삶으로 이루어진 동아리’가 된다. 얼마나 쉽고 또렷한가! 국어사전이 ‘겨레’를 ‘민족’이라 하니까 사람들이 우리말 ‘겨레’는 버리고 남의 말 ‘민족’만 쓰면서, 남녘 한국에서는 ‘한민족’이라 하고 북녘 조선에서는 ‘조선민족’이라 한다. 같은 겨레이면서 저마다 다른 반쪽을 도려내 버리고 남은 반쪽인 저만을 끌어안는 이름을 만들어 부르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남이나 북이나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우리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회보에 실리는 다른 글들과 마찬가지로 신정숙 선생님이 쓴 <적색과 아이보리>도 아주 재미있게 읽고 여러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빛깔을 뜻하는 우리말이 한자말과 서양말에 밀려서 아주 자리를 내놓고 말았으니 어쩌면 좋겠느냐 하는 걱정이었지요. 우리 겨레가 스스로 만들어 쓰는 토박이말이 중국말에 일천오백 년, 일본말에 일백 년, 서양말에 팔십 년을 짓 밟혀 많이도 죽었지요. 그렇게 죽어 버린 우리말을 갈래에 따라 살펴보면 좋은 공부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말의 주검(시체)들을 어루만지며 서럽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우리 겨레의 삶을 뉘우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내가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신 선생님이 '반물'이라는 낱말의 참뜻을 몰라서 애태운 것 때문입니다. 국어사전들이 '반물'을 올림말로 싣지도 않았으니 어디서 참뜻을 알아보겠습니까? 애를 태운 끝에 찾아낸 것이 반물은 '암키와색'이라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암키와든 수키와든 빛깔이야 다를 게 없으니, “반물색이라 하기보다 '기와색'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그랬지요? 그런데 그건 우리네 국어사전들이 모두 엉터리라서 그렇게 되었어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요즈음 기사나 글을 보면 기자나 교수, 작가 같은 지식인들이 국어를 배웠나? 싶을 정도로 엉터리로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하면 될 것을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불구하고”라고 씁니다. 여기서 ‘불구하고’는 일본말에서 가져온 것으로, 없으면 더 명확한 글이 되는데도 쓸데없이 붙이고 있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에 위치하고 있다.”라고 씁니다. 하지만 여기서 ‘위치’는 뱀을 그리고서 있지도 않은 발을 그려 넣는 ‘사족(蛇足)’이 됩니다. 그저 “~에 있다.”라고 하면 되지요. 한 기관이 보내온 보도자료를 보면 “이외에도, 거주하다, 개최하다, 외부, 전했다, 게시한다, 휴관한다”와 같이 버릇처럼 한자말을 씁니다. 이는 “이 밖에도, 살다, 열다, 바깥, 말했다, 올린다. 쉰다”처럼 바꿔 쓸 수 있는 우리말이 있는데도 외면 합니다. 특히 ‘전한다’는 다른 사람 말을 옮길 때 써야 함에도 직접할 때 써서 잘못된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많은 사람이 잘못 쓰는 말에 ‘너무’도 있습니다. ‘너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정해진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라고 풀이하여 부정적인 상황을 꾸며주는 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국어원(원장 직무대행 윤성천)은 ‘간편결제, 고독사, 고령 사회, 김말이, 꾸질꾸질, 늦밤, 대리기사, 모바일, 미세 먼지, 분양권, 시도지사, 융복합, 일그리다, 잔치국수, 장기자랑, 전세난, 청약 통장, 충전소, 카드값, 컴퓨터 그래픽, 토론방, 통편집, 팔자주름, 확진자’ 등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거나 어휘 체계상 빠져 있던 표제어 620개를 새로 발굴하여 2024년 12월 27일 자로 《표준국어대사전》에 추가하였다. 이번 표제어 추가는 지난 5월 31일에 이어 올해 두 번째이다. 국립국어원은 올해 표제어 추가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약 1,500건)와 용례(약 5,000건) 등 우리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들도 추가한 바 있는데, 앞으로도 해마다 새로운 올림말을 발굴하여 사전에 올릴 예정이며, 기존 올림말들에 대해서도 사전 이용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여 더욱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일환, 아래 박물관)은 개관 10돌을 맞아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해 한글박물관만의 차별화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10종 개발을 추진한다. 올해 시범운영과 전문가의 점검을 거쳐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외국인, 어린이 등 주 고객층에 특화된 교육 콘텐츠 개발 한글박물관은 2014년 개관 이후 유아, 어른, 외국인 등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을 운영해 왔으나, 한류 확산으로 인한 외국인들의 한국문화 콘텐츠 관심 증대 등 수요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2024년 한글 콘텐츠 기반 문화예술 융합교육 프로그램 개발 (’24.6~11.)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새로 개발 중인 교육 프로그램 <아! 한글, 오! 예술>은 한글 교육 콘텐츠 수요가 높은 유아(3종), 초등학생(2종), 외국인(5종)에 초점을 맞췄다. 언어문자 습득 초보 단계의 유아, 내적 언어 형성 시기의 초등학생, 한글 학습 및 다양한 한글문화 체험을 희망하는 국내외 외국인들이 한글박물관 교육의 주된 수요층이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기존의 교육 콘텐츠가 한글 캘리그래피 체험, 목판인쇄 체험, 한글문학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널리 알린 '한글맞춤법통일안'의 올바른 적용을 위한 표준어의 제정을 위해 조선어학회는 자주 쓰는 낱말 9,547개를 골랐고 1934년 온 나라 대표 40명으로 ‘조선어표준어사정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이를 통해서 조선어학회(지금의 한글학회)가 1936년 10월 28일 한글반포 490회 기림날에 표준어 낱말모음집 《조선어표준말모음》을 펴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말은 곳에 따라 다르고 신분에 따라 달라서, 이러한 말 가운데서 어느 하나를 가리어 표준말로 제정하지 않고서는 모처럼 규정한 맞춤법을 따를 수 없었지요. 본보기를 들면, ‘줍다[拾]’라는 말이 ㄱ이라는 곳에서는 ‘줍다, 줍고, 주워’로 쓰고, ㄴ이라는 곳에서는 ‘줏다, 줏고, 줏어’로, ㄷ이라는 곳에서는 ‘줏다, 줏고, 주어’와 같이 달리 쓰였습니다. 따라서 이 세 갈래의 말 가운데서 어느 하나를 표준말로 정하고, 이 표준말을 배움말 또는 공용어로 쓸 수 있게 하며, 이에 따라 맞춤법의 규정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었지요. 그래서 펴낸 《조선어표준말모음》은 본문 122쪽, 찾아보기(색인) 117쪽 안팎으로 표준어 6,231개, 줄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 파랗다 :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새싹과 같이 밝고 선명하게 푸르다. · 푸르다 :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풀의 빛깔과 같이 밝고 선명하다. - 《표준국어대사전》 ‘파랗다’와 ‘푸르다’가 헷갈린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1924년에 나온 윤극영의 노래 <반달>은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하고 나간다. 이때 벌써 하늘을 ‘푸르다’라고 했다는 소리다. 그래서 《표준국어대사전》도 ‘파랗다’를 곧장 ‘푸르다’라고 풀이한 것이다. 또 ‘푸르다’는 ‘파랗다’를 풀이한 그 소리를 거의 그대로 옮겨 놓고 있음을 알겠다. 그러나 ‘파랗다’의 풀이에서는 ‘맑은 가을 하늘’까지만 맞다. 바다도 ‘깊은 바다’는 아니고 얕은 바다라야 ‘파랗다’라고 할 수 있다. 깊은 바다라면 ‘새파랗다’ 아니면 ‘시퍼렇다’라고 해야 한다. ‘푸르다’의 풀이에서는 ‘풀의 빛깔과 같이’만 맞다. 그래서 ‘파랗다’의 풀이에 ‘새싹과 같이’는 ‘푸르다’ 쪽으로 옮겨 써야 하고, 마찬가지로 ‘푸르다’의 풀이에 쓰인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는 ‘파랗다’ 쪽에서만 써야 마땅한 것이다. 알다시피 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일환, 아래 한글박물관)이 개관 10돌을 기려 만든 온라인 강연 <궁금한글> 10편을 10월 23일부터 12월 25일까지 매주 수요일 한 편씩 국립한글박물관 공식 유튜브(https://www. youtube.com/국립한글박물관)에 올린다. 온라인 강연 <궁금한 글?>, <궁금 한글!> 대공개 2024년 개관 10돌을 맞이해 <화요 한글문화강좌>의 이름을 관내 직원 공모와 투표를 거쳐 <궁금한글>로 바꾸고, <궁금한글>의 초성인 ‘ㄱㄱㅎㄱ’을 활용한 상징기호 등도 디자인했다. 올해 <궁금한글>은 ‘한글과 자연ㆍ환경ㆍ 지역어’를 주제로 한 10편의 영상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기획했다. <궁금한글 : 열 가지 이야기>에 담긴 내용은? 첫 번째 강연은 권오준 생태동화 작가가 들려주는 ‘자연과 동심, 한글로 담다’로, 작가의 생태 철학과 새 이름에 담긴 한글의 아름다움 등을 소개하며 청중들과 함께 소통하는 현장 강연으로 열었다. 회차별로 강연자의 활동 분야와 강연 주제에 따라 진행 방식을 조금씩 달리하며 특색 있게 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진주박물관(관장 장용준) 유튜브 콘텐츠 화력조선의 짧은 영상 ‘[전 국민 필수 교양] 1분 만에 익히는 현자총통 발사 절차’가 10월 8일 공개 이후 9일 만에 86만 조회수(2024. 10. 17. 기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또한 곧 100만 회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9월 3일부터 공개한 ‘화력조선’ 시즌5는 이전 시즌과 달리 본편과 함께 1분 미만의 짧은 영상도 제작하며 시청자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2020년부터 시작한 ‘화력조선’의 이번 시즌은 국립진주박물관이 2023년 펴낸 《조선무기 조사연구 보고서Ⅱ: 대형 화약무기》를 바탕으로 주제를 골랐다. 또한 최신 경향을 반영하여 짧은 영상에 유머와 교육적 요소를 결합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영상은 ‘100발 토론’, ‘천자총통·현자총통·완구 발사 절차’로 본편 모두 5편, 짧은 영상 모두 3편이다. 특히 ‘[전 국민 필수 교양] 1분 만에 익히는 현자총통 발사 절차’는 군사 동호인(일명 밀리터리 덕후)들 사이에서 “과거로 돌아갈 것을 대비해 총통의 발사 절차를 익혀야 한다”라며 큰 호응을 받았다. 시청자는 댓글에 마치 조선의 포병으로 근무하는 듯한 상황극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세종특별자치시(시장 최민호)가 외래어 이름을 붙인 시설인 '복합커뮤니티센터'를 '행복누림터'로 바꿈다. 세종시는 시청 전 부서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제578돌 한글날 경축식에서 발표한 관내 외래어 시설 이름들의 우리말 개선계획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김하균 행정부시장은 지난 9일 열린 경축식에서 ▲복합커뮤니티센터, 로컬푸드가공지원센터 ▲도도리파크 ▲직장맘지원센터 ▲여성플라자 ▲세종형 쉐어하우스 ▲전의게스트하우스 ▲세종묘목플랫폼 등 8개 이름을 다듬은 우리말 개선계획을 발표했다. 복합커뮤니티센터의 새 이름인 '행복누림터'는 한글학회(회장 김주원), 한글문화연대(대표 이건범), 세종시 한글사랑위원회(위원장 김슬옹) 등의 추천과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탄생했다. 행복누림터는 '행정과 복지를 누리는 장소'라는 뜻 말고도 있는 그대로 '행복을 누리는 장소'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 간결하면서도 폭넓게 쓸 수 있는 이름으로 평가됐다. 로컬푸드가공지원센터는 '우리농산물가공지원센터', 도도리파크는 '도도리공원', 직장맘지원센터는 '직장여성지원센터'로 바뀐다. 또 여성플라자는 '여성활동지원본부', 세종형 쉐어하우스는 '세종형 공유주택', 전의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