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나는 누구인가>를 쓰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해보니 돈, 명예, 여자, 섹스, 마약, 술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탐했던 것 던져버리고 그냥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사람 -허홍구 시 ‘이장희’ 시 가운데서 -가수 내게 백내장 수술을 해준 특별한 의사 수술을 하기 직전 내가 들었던 그의 기도소리 수술 전 의사의 특별한 기도의 체험은 감동이었고 눈보다 먼저 마음이 환하게 밝아져 왔다 –허홍구 시 ‘이재용’ 시 가운데서 -안과의사 빛이 통하지 않는 곳은 캄캄한 암흑의 세상이다 바람마저 통하지 않으면 숨막히는 감옥같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반목과 불신으로 이어지고 노사가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사회는 행복하다 그 소통의 도구는 정직한 마음이며 말과 글이다 뭔지도 모르고 남 따라 흉내 내는 의식은 가짜다 스님들만 아는 어려운 불교의식을 한글로 풀어써서 누구나 쉽게 알아듣고 통할 수 있도록 이끄는 스님 - 허홍구 시 ‘법현스님’ 가운데서 – 태고종 열린선원 원장 두메산골마을에 작은 교회 젊은 목사님이다 홀로 살아가는 노인이 많은 산골마을의 교회 20여명 신도들에게 알림글을 돌렸단다 보일러나 냉장고 등 전기제품이 고장나거나 텔레비전이 안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땅은 저마다 이름이 있다.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그 뜻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을지라도, 저마다 이름이 있고 사연이 있다. 꽃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 꽃은 비로소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곳도 이름에 얽힌 사연을 알고 나면 더없이 가깝고 정겹게 느껴지는 법이다. 이 책, 《그래서 이런 지명이 생겼대요》는 서울뿐만 아니라 강원ㆍ경기ㆍ충청 등 각 지방에 흩어져 있는 땅이름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친절하고도 정겹게 풀어주는 책이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의 지명에 얽힌 유래도 함께 소개해 다 읽을 때쯤이면 세계로 눈을 넓힐 수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지명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다섯 개를 뽑아보았다. #1. 장승배기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경기도 화성(지금의 수원)으로 이장한 뒤, 11년 동안 12차례나 찾아갔을 정도로 효성이 지극했다. 그러나 지금도 가깝지 않은 수원을 그 당시 가려면 꽤 먼 길을 움직여야 했다. 현륭원으로 행차하던 정조는 커다란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서 잠시 쉬게 되었는데, 여기는 민가도 없고 사람도 드물어 귀신이 나올 것처럼 음침했다. 그래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알 밤 - 유가형 공기가 꼬들꼬들 마르니 고추잠자리 군무에 가을하늘 노을이 빨갛게 군불 지핀다. 고슴도치들이 밤나무에 주저리 주저리 떨어질듯 무겁게 붙어있고 지금 고슴도치의 해산 준비로 분주하다 하얗게 자궁문이 열리나 보다 호동그렇게 놀란 감나무 수백 개의 등불이 일제히 켜졌다 임박한가 보다 외마디 소리에 나는 눈을 짝 감았다 툭! 툭! 일란성 세쌍둥이다! 바닥에 검붉은 가을빛이 쏟아진다 저 해산의 황홀함이라니... “어디선가 밤꽃 향기가 물씬 난다. / 강렬한 생명의 냄새 / 나도 모르게 불쑥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났다“ 한 시인은 밤꽃의 향기를 이렇게 노래한다. 6월이 되면 벌들을 유혹하는 밤꽃의 향기가 물씬 나고 그 향기는 생명의 향기란다. 그런데 그 향기에 견주면 그 열매는 그 어떤 동물도 쉽게 범할 수 없다. 밤송이는 날카로운 가시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과실이 오히려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동물들을 유혹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것은 다른 과실들은 그 안에 씨앗을 품고 있어서 동물들이 먹고 뱉은 씨앗이 자신의 또 다른 과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은 달콤한 향기도 나지 않을뿐더러 심지어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이번 책은 산악계 원로이신 이용대 전 코오롱등산학교 교장님이 쓰신 수필집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산정한담(山頂閑談)》은 산악계 원로가 지나온 산악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쓴 글들입니다. 그래서 책 표지의 부제에는 ‘산 위에 올라 인생을 돌아본다’라고 되어 있네요. 선생은 책을 여는 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등산을 시작한 지 어느덧 반세기가 흘렀다. 혈기 넘치던 젊은 날 나의 산은 위험한 짓거리와 마주하는 치기로 가득했다. 여러 차례의 추락으로 죽지 않을 정도의 부상을 입기도 했지만, 내면에서 솟구치는 산을 향한 열정을 꺾지 못한 채 오늘도 산에 오르고 있다. (가운데 줄임) 이번 글의 내용 대부분은 산과 사람의 이야기와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 알피니즘의 정체성, 산악인들의 사사로운 일상과 그들의 등산 활동이 배경이며, 이전 저서에서 못다 한 이야기이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주변 산사람들과 부담 없이 나누는 산정한담(山頂閑談)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삶의 터전마저 산기슭으로 옮겨와 둥지를 마련한 지 40년, 아직도 강북에 사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지만, 산의 품에서 떠날 수 없는 것이 내 고집이다. 그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검계! 이름만 봐도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가? 오늘날의 조직폭력배와 유사한 검계는 도성 안팎의 사람들을 벌벌 떨게 만든 조선 후기의 비밀 폭력조직으로, 양반 세력가의 자제들도 많이 가담해 온갖 나쁜 일을 저지르곤 했지만, 그 누구도 쉽사리 손을 대지 못했다. 그러나 포도대장 장붕익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장붕익은 26살 때 무과에 급제한 뒤 조선 영조 때, 오늘날의 경찰청장 격인 포도대장으로 활약하며 검계를 일망타진했다. 그는 전조선 후기 유명한 포도대장 집안이었던 인동 장씨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기운이 넘치고, 작은 일에 얽매이거나 남에게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 장하현은 숙종 때, 장붕익은 영조 때, 손자 장지항은 영ㆍ정조 때 각각 포도대장을 지냈으니 가히 포도대장 명문가라 할 만했다. 이 책 《포도대장 장붕익 검계를 소탕하다》은 장붕익이 1725년~1735년 포도대장으로 있던 시절, 포도청에서 실제로 벌어졌거나 일어났을 법한 사건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재구성한 책이다. 장 대장의 참모 격인 김 종사관, 특별 대원인 이 포교와 팔봉, 남이, 막동이 등이 등장해 각종 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이 흥미롭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其四(기사) 士本四民之一也(사본사민지일야) 사(士)도 본래 사민 가운데 하나일 뿐 初非貴賤相懸者(초비귀천상현자) 처음부터 귀천이 서로 두드러진 것은 아니었네 眼無丁字有虗名(안무정자유허명)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헛된 이름의 선비 있어 眞賈農工役於假(진가농공역어가) 참된 농공상(農工商)이 가짜에 부림을 받네 이 시는 조선 후기 시ㆍ서ㆍ화 삼절(三絶)로 일컬어진 문신ㆍ화가이며, 서예가인 자하(紫霞) 신위(申緯)가 1820년 나이 52살에 춘천부사(春川府使)에서 물러나 경기도 시흥의 자하산장(紫霞山莊)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현실세계에 대한 인식을 노래한 것 가운데 한 수다. 신위는 초계문신으로 발탁될 만큼 촉망받았다. 초계문신은 37살 이하의 당하관(정3품 아래의 벼슬아치) 가운데 젊고 재능 있는 문신들을 의정부에서 뽑아 규장각에 위탁 교육하고, 40살이 되면 졸업시키는 인재를 양성하던 제도다. 신위는 1815년 곡산부사로 나갔을 때 피폐한 농촌의 현실을 확인하고 농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하여 조정에 세금을 탕감해달라는 탄원을 하였으며, 1818년에 춘천부사로 나갔을 때는 그 지방 토호들의 횡포를 막기 위하여 맞서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산골작이 오막사리 나즌굴뚝엔 몽긔몽긔 웨인내굴 대낮에솟나 감자를 굽는게지 총각애들이 깜박깜박 검은눈이 뫃여앉아서 입술이 꺼머케 숱을바르고 넷 이야기 한커리에 감자하아식 산골작이 오막사리 나즌굴뚝엔 살낭살낭 솟아나네 감자굼는내 - 윤동주 ‘굴뚝’ 1936년 가을- 이는 윤동주(1917-1945) 시인이 만 19살 때 쓴 시로 산골짜기 오막살이에서 친구들과 감자를 구워 먹는 모습이 흑백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굴뚝>을 비롯하여 <고향집>, <오줌싸게 지도>, <애기의 새벽>, <이런날>, <무얼 먹구 사나>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윤동주 시인의 시 스무 편과 간도 지역의 당시 사진 200여 장을 곁들인 책 《동주의 시절》(간도사진관 시리즈 1권, 도서출판 토향)이 출간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신간 《동주의 시절》에 소개되고 있는 사진은 류은규 사진작가가, 글은 도다 이쿠코 작가가 쓴 것으로 어제(29일), 이 작가들을 만나러 인천관동갤러리를 찾았다. 류은규, 도다 이쿠코 씨는 부부 작가로 이들은 1993년부터 중국 헤이룽장성 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삼국지》, 《서유기》, 《수호전》과 함께 중국 4대 기서로 손꼽히는 《금병매》(전 10권)가 문예춘추사에서 국내 처음 완역본으로 펴냈다. 음란과 인정(人情) 사이에서 인간 운명의 정곡을 찌르는 ‘천하제일기서’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한 금병매는 4대 기서 가운데서도 은밀하고도 기이한 서사가 매혹적임을 의미한다. 다른 3대 기서가 영웅호한이나 초인적인 인간의 삶을 그려낸 것과 달리, 금병매는 평범한 인간의 욕망과 날것의 삶을 세태 속에 녹여내는 현실 드라마다. 작가 소소생은 당시 사회에 만연해 있던 부패와 인간의 모순, 도덕의 타락 등 사회의 추악하고 어두운 면모를 들춰내고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작품에 담았다. 소설이 바로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면, ‘시대를 비추는 거울’로서 소설의 역할, 그 진수가 《금병매》인 것이다. 너무도 생생한 인물 묘사는 물론 당시 명나라 시대 중국의 참모습을 그야말로 제대로 반영하며 탁월한 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당시 부패한 정치인의 적나라한 성생활을 풍자한 것으로 금병매는 출간된 이후 청대에는 민간의 풍속을 해치는 음서로 낙인찍혀 출판ㆍ유포가 금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금병매가 단순히 ‘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옛 그림.’ 어쩐지 근엄하기도 하고, 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뭔가 공부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옛 그림’은 한동안 내가 선뜻 다가가기 힘든 대상이었다. 이런저런 그림을 자주 접하면서도, 그리고 심지어 우리나라 ‘옛 그림’을 심심찮게 보면서도, 묘하게 낯설고 어려운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이렇게 막연하고 조금은 부담스러웠던 ‘옛 그림’은, 이 책을 계기로 계속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되었다. 처음에는 진중한 느낌 때문에 다가가기가 망설여져도 막상 대화해보면 잘 통하는 친구처럼, 옛 그림에 담긴 오묘한 맛과 신묘한 뜻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이 책,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는 뒷면에 있는 소개 문구 그대로, ‘다정한 입담으로 청중을 사로잡은 미술평론가 손철주의 강연집’이다. 그가 강의했던 내용이 네 장으로 정리되어 네 번의 특강을 듣는 기분이다. 지은이는 ‘이야기에 담긴 연희성은 역시 말로 해야 흥이 돋는다. 글로 단장하려 하니 제스처만 남고 교감이 날아간 느낌이다. 귀에 남을 이야기가 얼마나 될지 걱정스럽다.’라며 겸양을 보이지만, 귀에 착착 감기는 강의 덕분에 책장을 덮을 때까지 몰입할 수 있다. 책의 1장에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 수는 전체 인구의 5.1%를 차지한다. 국민 20명 중 1명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왜 우리의 일터에서는 장애인을 보기 어려울까? 『나는 휴먼』은 장애인 인권운동가 주디 휴먼의 자서전이다. 생후 18개월에 겪은 소아마비로 장애를 갖게 된 주디는 교육과 취업 현장에서 분리와 배제를 경험한다. 휠체어를 탄다는 이유로 ‘화재 위험 요인’이라며 유치원 입학이 거부되었고, 장애를 이유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며 교사 면허를 받을 수 없었다. 사회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무리의 일원이 되거나, 세상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주디 휴먼은 장애인에 대한 이러한 ‘분리와 배제’에 맞서 싸웠다. 뉴욕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교사 면허를 취득했고, ‘재활법 504조’ 서명을 이끌었으며, 1990년 미국장애인법을 제정하기까지 투쟁의 최전선에 섰다. 주디 휴먼의 이야기는 장애가 의료적으로 ‘고쳐서’ 해결해야 할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의 문제라는 것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장애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