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경자년(庚子年)은 참으로 피곤하기 짝이 없는 한해였다. 쥐띠해가 저물어가는 마당에 쥐가 옮긴 전염병으로 알려진 중세 유럽의 흑사병(페스트)이 떠오른다. 인류 역사상 큰 재앙이었던 흑사병은 1347년부터 1351년 사이, 약 3년 동안 2천만 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냈다. 올해 유행한 ‘코로나19’도 인류를 위협하고 있어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 고통이 끝은 어디인가? 일본도 올 한해 코로나19로 올림픽마저 연기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 맞이하는 연말이라 예년과 같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연말 분위기라고 하면 시메카자리(금줄, 注連飾り)를 빼놓을 수 없다. 시메카자리는 연말에 집 대문에 걸어두는 장식으로 짚을 꼬아 만든 줄에 흰 종이를 끼워 만드는데 요즈음은 편의점 따위에서 손쉽게 살 수 있다. 이러한 장식은 농사의 신(稻作信仰)을 받드는 의식에서 유래한 것인데 풍년을 기원하고 나쁜 액운을 멀리하려는 뜻으로 신도(神道)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도 있고 한편으로는 일본의 나라신(國神)인 천조대신(天照大神)과 관련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시메카자리는 전염병 같은 액운을 막아준다는 믿음이 있는 만큼 새해 신축년(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김동석 교수가 창단한 <한국음악무용예술단(Korean Classical Music and Dance Company)>이 L.A 지역의 다문화 이해 프로그램에 참가, 초 중등학교에서 한국음악과 춤에 관한 강의를 해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처럼 작게 보이는 노력들이 모이고 쌓여, 미국민을 비롯한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문화의 강국”임을 심어 온 것이라 하겠다. 글쓴이가 김동석 교수를 만났을 때, 그는 어느 중학교 공연 수업에 나를 초대해 현장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처음에 그는 <Korea>의 spelling을 알고 있는 학생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질문한다. 약 1/3 정도가 손을 든다. 이어서 한국은 어느 대륙에 위치하고, 인구수, 수도를 소개한 다음, 간단하게 역사와 한국인들이 즐기는 전통음악과 무용을 소개했다. 한국의 전통악기들, 예를 들어 장고를 소개한다면, 실제의 장고를 들어 올려 생긴 모양새를 보여주면서 설명한다. 오른손으로는 장고채를 잡는 법과, 치는 형태, 왼손으로 북편을 울리는 시범을 보이며 소리빛깔의 차이를 느끼게 해 준 것이다. 그리고 나면 무용수가 직접 장고를 메고 나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힘겨웠던 경자년(庚子年) 쥐띠 해는 서서히 저물어 가고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가 슬슬 다가오고 있다. 소띠 해를 앞두고 일본 기후현 다카야마시(岐阜県 高山市)에서는 이 지역 전통공예품인 ‘황소상’을 만들기 바쁘다. 특히 다카야마에서 만드는 전통공예품을 ‘이치이잇토보리(一位一刀彫)’라고 하는데 여기서 ‘이치이(一位)’란 주목나무를 말하며, ‘잇토보리(一刀彫)’란 나무를 깎아내는 조각법을 말하며 약간 거친 듯이 깎아 질박한 느낌을 주는 조각법을 일컫는다. 주목나무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고 할 만큼 견고하고 은은한 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죽은 자를 위한 최고급 관의 재료로 쓰이기도 하지만 공예품 재료로도 널리 쓰인다. 주목나무는 시간이 지나면 붉은빛을 띠어 조각품이 더욱 생동감을 느끼게 해주는데 그래서인지 ‘황소상’에 딱 맞는 재료다. 다카야마시 히다지역(飛騨地域)에서는 1843년에 창업한 츠다조각(津田彫刻)집이 유명한데 이곳은 현재 6대째인 츠다 스케토모(津田亮友, 73) 형제가 목공예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작업할 때에는 40개의 조각칼을 사용해 누워있는 소의 모습이나 서 있는 소의 모습을 조각하는데 크기가 큰 작품은 하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매주 화요일, 독자들을 만나 온 <서한범의 한국음악이야기>가 지난주로 500회를 맞게 되었다. 두서없는 이야기였음에도 독자들로부터 격려와 응원에 힘입어 여기까지 왔다는 점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앞에서는 “한국정부의 지원 약속, 지켜지지 않아 실망”이라는 제목의 <한국민속보존단체>의 탄생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미국 연방 정부로부터의 운영자급을 받아 10여 명, 다음 해에는 20여 명의 생활비가 지급되었다는 이야기, 동 단체는 각급 학교를 방문, 한국과 미국의 동맹 관계, 한국의 역사, 한국의 전통음악과 춤의 실연, 때로는 지역의 불우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도 해 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어서 미 공화당의 새로운 정책으로 인해 이 직업훈련 프로그램은 끝나게 되어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중, 1980년 3월, 한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게 되었을 때, 단원들은 대대적으로 환영 연주를 하였다는 이야기, 대통령을 수행하던 당시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과 상의해서 매년 30만 달러의 기금을 보내 주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김동석 교수가 <한국음악무용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구마모토에 조선의 뛰어난 제지술을 전한 이는 경춘(慶春, 일본발음 케이슌)과 도경(道慶, 일본발음 도케이) 형제다. 이들 형제는 정유재란 때 포로로 끌려갔지만 뛰어난 제지기술을 갖고 있어 일본에서도 귀한 존재로 대우받았다. 경춘과 도경의 이름은 일본의 제지 관련 역사책이나 논문 등에서 ’바이블(성서)’처럼 인용되고 있다. 한국에서 전통종이(한지)의 고장이라고 하면 전주를 꼽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경우는 어디를 꼽을까? 그곳이 바로 경춘과 도경 형제가 조선에서 건너가 살았던 구마모토다. 경춘과 도경 형제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조선을 침략해왔던 장수 가등청정(加藤淸正, 가토 기요마사)에 의해 일본에 건너왔다. 이들은 다른 조선인 9명과 함께 구마모토로 건너가 당시 뛰어난 한지(韓紙) 기술을 전한다. 당시 에도시대(1602-1868)에 들어서면서부터 일본에서는 종이의 수요가 크게 늘어났으나 질 좋은 종이를 보급해줄 공급처가 부족하던 때였다. 따라서 이들 형제의 제지기술을 전수한 구마모토에서는 번(藩, 에도시대 봉건영주가 다스리던 영역)의 주 수입원으로 제지기술이 급부상했다. 영주들은 형제를 특별장인(御紙漉役)으로 임명하여 이들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매주 화요일, 독자들을 만나 온 국악속풀이가 이번 주로 500회를 맞게 되었다. 당시 <신한국문화신문>이란 이름의 인터넷 신문을 발간하고 있던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이윤옥 시인, 이무성 화백 등, 3인은 나를 만난 자리에서 “국악 듣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 “국악감상이나 이해에 가까이 접근하려 해도 쉽지 않다는 점”, “그들을 위해 쉽게 안내하는 글을 신문에 써 주었으면 한다는 점” 등을 청해 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요청이 매우 현실적이며 진지했기에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당시 나는 몸담고 있던 대학에서 정년퇴임을 하여 다소 시간 여유는 있게 되었던 차였고, 이러한 기회에 인터넷 신문을 통해서 독자들과 만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판단해서 긍정적으로 대답한 것이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주 1회, A4 2장에 국악 관련 이야기들을 생각나는 대로 써보는 작업은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때그때, 생각나는 이야기, 또는 발표 공연이나 연주회, 학술모임, 등등, 국악 행사와 관련하여 보고 느낀 점 등을 중심으로 적어보기로 한 것이다. 지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구마모토현(熊本県) 야마가시시(山鹿市)에 있는 코헤이지(康平寺)는 지금 노란 은행잎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마치 흰눈이 지붕 위에도 절 경내에도 소복하게 쌓인 것처럼 노란 은행잎이 절 경내와 지붕에 소복하게 싸여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절경이다. 야마가시(山鹿市)는 구마모토현 북부 내륙부에 자리하며 구마모토시에서 북쪽으로 약 30km, 후쿠오카시에서 남남동쪽으로 약 90km 거리에 있다. 아무래도 남쪽 지방이라 은행잎도 단풍도 북쪽보다 늦다. 12월 중순까지 단풍을 즐기니 말이다. 코헤이지(康平寺)는 1058년 창건된 절로 천년고찰이다. 이 절은 현지 주민으로 구성된 ‘관리조합원 34명’이 절 경내를 비롯하여 본당 청소를 맡아 하고 있는데 특별히 단풍철에는 은행나무에서 떨어지는 은행잎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쌓이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은행잎이 소복하게 쌓인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전국에서 사진가들이 이 무렵만 되면 몰려든다. 이곳을 찾은 사카이 신이치로 씨(31)는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이 치유된다.”라며 은행잎이 쌓이는 계절에는 어김없이 이 절을 찾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도 백양사의 단풍이라든지 용문사의 은행나무와 같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미국은 많은 민족이 모여 사는 다민족 사회이어서 각 소수민족의 문화를 존중하고 키워 감으로써 미국문화의 다양성이 미국의 국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 미국악원 정기연주회에는 이동엽 외 13명이 궁중악무와 민속악무를 발표하였는데, 윌셔이벨 극장 1,200석 좌석이 교포와 외국인들로 만석이어서 이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였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한국인 민속보존단체의 탄생 이야기를 소개한다. 1977년 1월의 일이다. 미주의 국악인들이 어떻게 하면 전공분야를 살려가며 미국에서 생활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 오던 김동석은 고민 끝에 로스앤젤레스시 커미셔너로 있던 이천용 씨를 통해서 당시 지역사회의 유색인종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있는 CCDS(Community Care Development Service)의 회장을 소개받게 되었다. 그를 통해서 <한국민속보존단체>-(Korean-American Ethnic Heritage Group)라는 단체의 이름으로 미국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직업 보장 프로그램의 하나인 CETA 기금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참고로 이 CCDS는 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시월은 초겨울 되니 입동 소설 절기로다 /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소리 높이 난다 / 듣거라 아이들아 농사일 다했구나 (중간줄임) 방고래 청소하고 바람벽 매흙 바르기 / 창호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 수숫대로 울타리 치고 외양간에 거적 치고 / 깍짓동 묶어세우고 땔나무 쌓아 두소.” 농가월령가 10월령에 나오는 노래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스무째로 첫눈이 내린다고 하는 “소설(小雪)”이다. 소설 무렵 아직 따뜻한 햇볕이 내리쪼이므로 “소춘(小春)”이라고도 부르지만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날씨가 제법 추워진다. 또 소설에 날씨가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 된다고 믿었다. 대개 소설 무렵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날씨도 추워지는데 이때 부는 바람을 손돌바람, 추위를 손돌추위라고 하며, 뱃사람들은 소설 무렵에는 배를 잘 띄우지 않는다. 이는 고려시대에 '손돌'이라는 사공이 배를 몰던 중 갑자기 풍랑이 일어 배가 흔들리자, 사공이 고의로 배를 흔든 것이라 하여 배에 타고 있던 임금이 사공의 목을 베었다는 강화(江華) 지역의 전설에서 유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따로 결혼해서 출산하든, 미혼으로 출산하든 괜찮다는 생각이지만, 부모가 자기만족을 위해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마치 애완동물 감각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도 한 인간이고 아이가 컸을 때 자신의 뿌리가 궁금해도 익명의 제공자이니 찾을 길이 없다는 것을 아이가 안다면? 하는 생각을 하니 복잡한 기분이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가 사춘기부터 청년기, 정체성 형성기에 고통, 고민,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는 것을 아십니까? 이건 양부모나, 입양과는 달라요. 완전히 어른 이기심이에요. 사유리 씨가 훌륭하다는 말을 쉽게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출산만을 위해서 서둘러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정말 이해된다. 애는 간절히 원하지만, 남편이 집안일도 절반씩 해주고 성격도 취미도 맞고 같이 있어서 힘들지 않고 시댁도 착한 상대를 찾는 일은 귀찮다. 아버지가 불륜으로 집을 나가 편모슬하에서 자랐지만 불편없이 행복하게 자랐다. 부모님이 함께 있어도 고통스러운 사람이 있으므로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에 대해 함부로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무척 아이를 갖고 싶지만 미혼이다. 하지만 어디의 누군지 모르는 사람과의 아이를 내 욕심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