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봄이 한결 더 가까워짐을 느끼는 가운데 반가운 기별이 들려왔습니다. 우리 손으로 만든 한국형 전투기 KF-21 첫 번째 비행기가 세상에 나왔다는 기별이었습니다. 경남 사천에서 열린 행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전투기가 처음 나온 것을 함께 기뻐했고, 앞으로 우리 기술을 더 키워 세계로 나아가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이 기별을 들으며 떠올린 우리말이 바로 ‘우뚝하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우뚝하다’를 두 가지 뜻으로 풀이합니다. 하나는 '높이 솟아 눈에 잘 띄는 상태다'이고, 다른 하나는 '남보다 뛰어나다'입니다. 먼저 난 털보다 나중 난 뿔이 더 우뚝하다는 옛말처럼, 뒤에 시작했어도 더 크게 자라 돋보일 때 우뚝하다고 합니다. 또 한때 어려움을 겪었더라도 다시 일어나 남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일 때도 우뚝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뚝하다는 높이 서고 뛰어나 당당한 모습을 함께 담은 말입니다. 우리의 한국형 전투기 이야기도 이런 우뚝함과 잘 어울립니다. 다른 나라 기술에만 기대지 않고 우리 손으로 전투기를 만들었다는 것은 나라의 기술을 우뚝하게 세우는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연구하고 애쓴 끝에 첫 양산 전투기가 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세상이 편리해질수록 안전에 대한 걱정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바람으로 전기를 만드는 풍력발전기가 늘어나고 있지만, 오래된 발전기에서 불이 나고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불이 나서 많은 분들이 희생되었다는 기별도 들으셨을 겁니다. 실시간 점검 장비와 소방 설비, 제도까지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말도 함께 전해졌습니다. 이 기별을 들으며 떠올린 우리말이 바로 ‘살피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살피다’를 두루 보아 자세히 알아본다는 뜻으로 풀이합니다. 겉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속까지 꼼꼼히 들여다보고, 잘못된 곳이 없는지 알아차리는 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위험을 미리 알아차리기 위해 자세히 보는 것도 살피는 일이고,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살뜰히 챙기는 것도 살피는 일입니다. 한마디로 관심을 가지고 꼼꼼히 살펴 안전하고 바르게 하려는 마음을 담은 말입니다. 이번 기별에 나온 풍력발전기 이야기에도 이 살핌이 꼭 있어야 했습니다. 오래된 발전기를 그냥 두지 않고 자주 살펴야 하고, 불이 날 수 있는 곳을 미리 점검해야 하며, 사고가 나면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장비와 제도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일터에서 일하는 모습도 달라지고, 농사를 짓는 방법도 달라지고, 기계와 사람이 함께 일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런 때에 나라가 새로운 기술을 스스로 갖추고 앞으로를 준비한다는 기별을 들으니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이 기별을 들으며 떠올린 우리말이 바로 '든든하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든든하다'를 여러 가지 뜻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을 믿을 수 있어서 마음이 두렵지 않은 상태를 말하기도 하고, 물건이나 몸이 실하고 단단한 상태를 말하기도 하며, 생각과 뜻이 흔들리지 않고 굳센 모습도 가리킵니다. 또 밥을 충분히 먹어 허전하지 않을 때도 든든하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믿을 수 있고, 알차고, 단단하고, 마음이 놓이는 상태를 이르는 말입니다. 이번 뉴스에 나온 기술 이야기도 이런 든든함과 닮아 있습니다. 나라가 새로운 기술을 스스로 만들고 공장과 농사에 쓰려고 한다는 것은 앞날을 미리 준비하는 일입니다. 밧줄을 든든하게 묶어 두어야 물건이 흔들리지 않듯이, 기술과 산업을 단단히 세워 두어야 나라의 미래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소식을 들으면 앞으로가 조금 더 든든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광화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거리가 밝아졌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로 길이 붐비고, 가게마다 손님이 늘고, 서울 곳곳에 웃음이 번졌다고 합니다. 노래를 들으러 모인 사람들이 도시의 기운까지 살려 놓은 셈입니다. 이 모습을 보며 생각난 우리말이 있습니다. 바로 '북돋우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북돋우다를 '기운이나 정신 따위를 더욱 높여 주다'라고 풀이합니다. 쉽게 말하면 힘이 나게 해 주고, 마음이 더 잘 움직이게 밀어 주는 일입니다. 그리고 '북돋움'은 '북돋우다'에서 나온 이름씨꼴로, 그렇게 힘을 나게 해 주는 그 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북돋우는 일을 자주 합니다. 동무가 힘들어할 때 괜찮다고 말해 주는 것도 북돋우는 일이고, 아이가 잘했을 때 칭찬해 주는 것도 북돋우는 일입니다. 누군가의 등을 살짝 두드리며 잘하고 있다고 말해 주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기운은 살아납니다. 이번 공연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래를 들으러 모인 사람들 덕분에 거리가 살아나고, 가게에 손님이 늘고, 도시가 밝아졌습니다. 공연이 사람의 마음을 북돋우고, 그 마음이 다시 경제와 도시를 북돋운 것입니다. 사람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아침 공기는 아직 차가운데 햇살은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길가의 나무들도 어느새 연둣빛 기운을 품고 있고, 들판에서는 작은 풀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겨울과 봄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때에 우리는 한 가지 이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바로 오늘을 가리키는 춘분입니다. 이 춘분을 토박이말바라기에서는 더 따뜻하게 ‘온봄’이라고 다듬어 쓰고 있습니다. 온봄은 ‘온’과 ‘봄’이 만난 말입니다. 여기서 ‘온’은 전부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온봄은 말 그대로 철이 온통 봄으로 가득 차는 때를 가리킵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이 날을 지나면서, 세상은 조금씩 봄 쪽으로 기울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3월을 두고 ‘온봄달’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름만 들어도 봄이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 전해집니다. 이 무렵의 봄은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닙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고, 바람도 문득 차갑게 불어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분명한 변화가 있습니다. 해가 조금 더 오래 머물고, 햇살이 한층 밝아지고, 나무와 풀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봄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아도, 세상은 이미 온봄을 향해 가고 있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무슨 대단한 말을 하지 않아도 괜히 믿음이 가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말을 잘해도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가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그 물음 앞에서 떠오르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바로 '미쁘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미쁘다'를 '믿음성이 있다'고 풀이합니다. 쉽게 말하면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미쁘다는 그냥 믿는다는 말보다 조금 더 따뜻한 느낌이 있습니다. 까닭을 하나하나 따지지 않아도 괜히 마음이 가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믿음입니다. 우리는 흔히 '신뢰'나 '믿음'이라는 말을 씁니다. 하지만 '미쁘다'라는 말에는 사람의 태도와 마음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약속을 잘 지키는 모습, 작은 일도 정성껏 하는 태도,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마음, 이런 것들이 쌓이면 어느새 우리는 그 사람을 두고 저 사람 참 미쁘다라고 말하게 됩니다. '미쁘다'는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크게 잘 보이려고 애쓴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날마다의 작은 행동들이 쌓여서 만들어집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자기 일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집앞 뜰에 있는 모과나무를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하루 사이 눈에 띄게 자라 있었습니다. 가지마다 난 잎들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는데, 그 잎을 손끝으로 살짝 스치자 사르르 닿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그 때 떠오른 말이 바로 ‘보드레하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보드레하다’를 '꽤 보드라운 느낌이 있다'라고 풀이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말은 ‘꽤’입니다. 아주 물러 흐물거리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부드러워서 기분 좋게 느껴지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보드레하다’라고 하면 단순히 만져지는 감촉을 넘어서,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알맞은 부드러움이 함께 떠오릅니다. 우리는 흔히 ‘부드럽다’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보드레하다’에는 그보다 한결 더 살결 같은 따뜻함과 살가움이 담겨 있습니다. 너무 세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여리지도 않은, 딱 좋은 느낌. 봄날 갓 돋아난 잎사귀가 바로 그런 모습입니다. 지금 막 나온 잎을 보면, 아직은 바람에도 살짝 흔들리고 햇볕에도 조심스레 몸을 맡깁니다. 그렇지만 그 잎은 단지 여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첫걸음을 내딛고 있는 중입니다. 그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집앞 뜰에 있는 모과나무가 며칠 사이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겨우내 마른 뼈처럼 앙상하던 가지 끝에 아기 손톱보다 작은 연둣빛 잎사귀들이 올망졸망 돋아난 것이지요. 그 보드라운 잎들이 차가운 바람에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면서도 기특한 마음이 앞섭니다. 사람들은 흔히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만을 떠올리지만, 참일 이 무렵에 부는 바람은 이제 막 기지개를 켠 저 여린 잎사귀들조차 샘을 내며 매섭게 몰아치곤 합니다. '잎샘'은 봄에 잎이 나올 무렵에 찾아오는 추위를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꽃샘'이나 '꽃샘추위'와 짝을 이루는 말로, 이 둘을 한데 묶어 '꽃샘잎샘'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옛 어른들은 이 무렵 추위가 얼마나 매서웠던지 "꽃샘잎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하셨지요. 이는 변덕스러운 봄날의 추위가 한겨울 못지않게 매서우니 마음 놓지 말라는 가르침이자, 새 생명이 돋아나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자연의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모과나무의 여린 잎이 잎샘을 견디며 짙은 풀빛으로 익어가듯, 우리 삶도 무언가 자라날 때마다 시린 바람을 맞기 마련입니다. 새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얽히고설킨 나날의 시끄러운 소리를 뒤로하고 깊은 골짜에 들어서면,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물소리가 마음을 먼저 씻어내립니다. 느긋하게 흐르던 물줄기가 갑자기 좁아지거나 얕아지는 곳, 그곳에서 물은 비로소 제 목소리를 드높이며 하얗게 부서집니다. 우리는 흔히 어려움 없고 즐거운 삶만을 바라지만, 정작 우리 얼이 가장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는 때는 삶의 바닥이 드러나거나 거친 돌멩이를 만났을 때일지도 모릅니다. 거침없이 흐르다 부딪히고 깨지면서도 끝까지 멈추지 않는 그 힘찬 물결을 마주하며, 사람들은 모두 삶을 배우곤 합니다. '여울'은 강이나 바다의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서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을 뜻하는 토박이말입니다. 깊은 곳에서는 고요하고 흐름을 어림하기 어렵던 물이, 여울을 만나면 갑자기 빨리 흐르며 거칠게 소용돌이칩니다. 이때 물은 바닥의 돌멩이와 끊임없이 부딪히며 하얀 거품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산소를 머금어 더욱 맑고 깨끗해집니다. 곧, 여울은 물에게 있어서는 어려운 곳이자 스스로를 맑히고 생명력을 되찾는 힘이 넘치는 탈바꿈의 장소입니다. 이 말은 그저 땅모양의 특징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걸림돌을 만났을 때 비로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창가에 앉아 저무는 해를 바라보다 보면, 문득 아끼던 기억들이 바다 끝 너머로 몸을 숨기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바로 어제 일처럼 뚜렷했던 얼굴들이 시간의 먼지에 쌓여 모습만 남은 채 흔들리는 모습은, 마치 멀리서 깜빡이는 등대 불빛을 닮았습니다. 잡으려 하면 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그 아스라한 그림자들을 붙잡아두고 싶어 우리는 마음의 눈을 가늘게 뜨곤 합니다. 바쁜 나날에 가려져 잊고 지냈던 마음속 풍경들이 이토록 위태롭게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마음 한구석을 아리게 만듭니다. '가물거리다'는 '불꽃이나 빛 같은 것이 꺼질 듯 말 듯 자꾸 약하게 흔들리다' 또는 '정신이나 기억이 흐릿해지다'라는 뜻을 지닌 우리말입니다. 이 말의 말밑을 생각해보면 작고 여린 움직임을 나타내는 '가물'에 같은 움직임이 되풀이된다는 뜻의 '-거리다'가 붙어서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단순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으려고 마지막까지 힘을 다해 깜빡이는 생명의 힘이 담긴 표현이기도 합니다. 빛이 완전히 꺼지기 전의 그 간절한 깜빡임, 혹은 잠들기 바로 직전 꿈결 같은 상태를 이보다 더 섬세하게 나타낼 낱말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