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부랴부랴’와 ‘부랴사랴’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겨울 초입에서는 이른 추위가 닥쳐서 부랴부랴 김장들을 재촉하고…….” - 한수산, 《부초》 “부랴사랴 외부대신 집으로 달려가는 교자가 있었다.” - 유주현, 《대한제국》 ‘부랴부랴’와 ‘부랴사랴’는 생김새가 아주 닮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거의 같은 뜻으로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두 낱말의 뜻풀이를 아주 같은 것으로 해 놓았다. · 부랴부랴 : 매우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 · 부랴사랴 : 매우 부산하고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 《표준국어대사전》 보다시피 그림씨 ‘부산하고’를 더 넣고 빼고 했을 뿐이니, 사람들은 그것이 어떻게 다른지 알 도리가 없다. 외국인이라면 이런 뜻풀이 정도로 알고 그냥 써도 탓할 수 없겠지만, 우리 겨레라면 이들 두 낱말을 같은 것쯤으로 알고 써서는 안 된다. 선조들이 값진 삶으로 가꾸어 물려주신 이들 두 낱말은 저마다 지닌 뜻넓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부랴부랴’는 느낌씨(감탄사) 낱말 ‘불이야!’가 겹쳐서 이루어진 어찌씨(부사) 낱말이다. “불이야! 불이야!” 하던 것이 줄어서 “불야! 불야!” 하게 되었는데, 오늘날 맞춤법이 소리 나는 대로 적기로 해서 ‘부랴부랴’가 되었다. 이렇게 바
- 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 2024-05-10 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