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국성(韓國性)의 원형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기와를 주제로 평생 작업을 하고 있는 기와 사진가 원춘호. 와공이었던 부친의 숨결을 이어받아 긴 호흡으로 기와를 담고 있다. 서울의 5대 궁궐을 비롯해 사찰, 서원 등 기와가 있는 곳이면 전국을 다니며 전통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인 모던함으로 해석한 '천년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 발표하는 '검은 꽃, 이고 지고'는 기와의 해체와 수리 복원을 비롯하여 기와가 있는 소소한 풍경 등을 아카이브적인 시각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전이다. 숭례문 복원시 기와 장인인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이근복 번와장(翻瓦匠)과 인연을 맺고 문화재 작업을 함께 해 오고 있다. 숭례문, 경복궁 계조당, 향원정, 진남관, 종묘, 경운궁 아재당 등등... 어쩌면 일·이백 년에 한 번뿐인 소중한 순간들이 원춘호의 손을 통해 역사의 기록들로 후세에 전해지고 있는 셈이다. 영남대학교 철학과 최재목 교수는 "원춘호작가는 한국인의 오랜 생활문화에 살아있는 기와의 생로병사, 그 숨결을 기억하고 기념해주는 우리나라 유일의 예술가이다" 라고 말했다. 기와와 대나무 등 한국적인 소재에 천착하고 있는 원춘호는 그동안 &l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개항 초기 20대 초에 인천으로 건너와 40여 년을 이곳에서 지냈고, 지금도 인천에 잠들고 있는 여성, ‘하나 글래버 베넷'. 해방 후 ‘나비부인의 딸’로 오인당한 그녀 삶의 진상, 인천 영국영사관 건물의 구조 등 베일에 가려져 왔던 역사의 진실이 밝혀지는 전시회가 막을 올린다.(아래 줄임)” 이는 2주 전쯤 인천관동갤러리 도다 이쿠코 관장으로부터 받은 ‘전시회 안내’ 보도자료 글 가운데 일부다. 인천관동갤러리에서는 다른 갤러리들과는 달리 역사성 있는 사진전이라든가 문화, 문학, 민속을 아우르는 전시를 자주 열고 있는 곳이라 종종 취재했지만, 솔직히 이번에 보내온 <인천 영국영사관과 하나 글래버 베넷 전(展, The Incheon British Consulate and Hana Glover Bennett)>이라는 보도자료는 몇 번을 읽어봐도 전시 내용의 의미 파악이 안 되는 데다가 전시 주제로 내세운 영국인 여성 ‘하나 글래버 베넷’과 개항기 인천의 ‘영국영사관 건물’에 대해 솔직히 말하자면 별 흥미를 못 느꼈다. 전시 개막식 날짜로 알려 온 25일(일요일) 낮 3시는 마침 청탁받은 원고 마감까지 겹쳐 내심, 이번 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개항 초기 20대 초에 인천으로 건너와 40여 년을 이곳에서 지냈고, 지금도 인천에 잠들고 있는 여성, 하나 글래버 베넷. 광복 뒤 ‘나비부인의 딸’로 오인당한 그녀 삶의 진상, 인천 영국영사관 건물의 구조 등, 베일에 가려져 왔던 역사의 진실이 밝혀질 전시회가 있어 눈길을 끈다. 나가사키 역사문화박물관에서 보존되어 왔던 글래버 가문 앨범, 영국 국립공문서관에서 발굴한 자료 등 우리가 처음 접해보는 귀중한 자료를 통해 보는 개항 초기 인천의 생활, 그리고 영국영사관의 모습. 남다른 집념을 가진 나가사키 연구자들의 발표로 인천과 나가사키의 인연이 새로운 마당을 연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되자 인천과 일본 나가사키를 잇는 항로가 개통되었고, 바다를 건너 인천 외국인거류지에 정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1897년 나가사키에서 배를 탄 사람들 사이에 20대 초반의 젊은 하나 글래버 베넷의 모습이 있었다. 하나는 일본에서 활약하는 영국계 상인 토마스 글래버를 아버지로, 일본 여성 아와지야 츠루를 어머니로 둔 여성이다. 하나는 친정집인 나가사키 글래버 저택에서 홈링거상회 직원인 영국인 월터 베넷과 화촉을 밝히고 나서 남편의 근무지인 인천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국가의 탄압과 비극의 역사가 준 상처와 아픔으로 살아온 칠십여년 세월, 사회의 망각과 침묵의 긴긴 시간이 그들에게 더 큰 형벌이었다."를 주제로한 제주4.3사건의 희생자들의 삶을 추적한 사진작가 이규철의 '나, 죄어수다' 전시회가 오는 10월 13일부터 인천관동갤러리(인천시 중구 신포로 31번길 38)에서 열린다. 지금도 아물지 않은 4.3의 상처 제주 4.3사건은 1947년 3월 1일에서 1954년 9월 21일 제주도에서 일어난 도민 봉기에 대응한 미군정과 한국 정부로 인한 대규모 학살 사건을 말한다. 해방 직후의 사회적인 혼란과 극심한 식량부족, 경제 불황 등으로 불만이 쌓인 제주도민들의 봉기는 공산주의자의 지시로 인한 ‘폭동’으로 규정 받아 치열한 ‘진압’을 당했다. 당시 바닷가 마을에서 중산간으로 도망간 사람들은 모두 ‘빨갱이’라 취급 당했는데, 그저 살기 위해 도망가다가 사상범으로 간주되어 체포되었던 자도 많았다. 사상범은 서대문형무소, 여성들은 전주형무소, 기타 목포, 대구, 순천, 여수, 마산, 대전 등지로 분산 수용되었고, 인천에는 20살 이하 청소년들 250여 명이 수용되었다. 6.25가 발발하자 각 지역 형무소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금 인천의 관동갤러리(관장 도다 이쿠코)에서는 아주 소중한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아주 소중한 사진전’은 간도사진관 시리즈 제2권으로 펴낸 《기억의 기록》(2023.5)에 실린 사진 중심으로 마련한 <간도사진관 기억의 기록> 전으로 어제(16일)는 이와 관련한 특별 강연이 열려 사진전과 함께 ‘간도지역’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느끼게 했다.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낮 3시부터 진행된 어제 강연의 첫 꼭지는 ‘간도(만주)에서 활약한 여성독립운동가를 아시나요?’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이윤옥)였고 이어서 두 번째 꼭지는 ‘옛 사진과의 만남으로 이어진 간도사진관 작업’이라는 주제로 (류은규 사진작가) 강연이 이어졌다. 첫 번째 강연인 ‘간도에서 활약한 여성독립운동가를 아시나요?’에서는 여자 안중근으로 알려진 남자현(1962 대통령장),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이었던 이상룡 선생의 손부(孫婦)인 허은(2018 애족장), 우당 이회영 선생의 부인인 이은숙(2018 애족장), 만주의 어머니 정현숙(1995 애족장) 지사 등을 중심으로 펼쳐나갔다. 풍찬노숙(風餐露宿, 바람막이도 없는 한데서 밥을 먹고 지붕도 없는 노천에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간도는 일찍이 민족교육의 요람이었다. 일제가 한반도를 병탄하면서 민족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교육자들이 간도로 건너가 잇따라 학교를 설립했다. 시인 윤동주의 외숙부인 규암(圭巖) 김약연 선생도 그중 한 분이다. 1900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두만강을 건너 북간도에 정착하여 명동학교를 세우면서 많은 제자를 교육했다. 1960~1980년대 아직 사진기가 흔하지 않았을 시절, 사람들은 사진관을 찾아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사들은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합성, 채색, 배경 그림, 패널 등 다양한 방법을 구사해 촬영했다. 중국인민해방군이 양쯔강을 건너 난징에 있던 국민당 정부를 함락시켰던 ‘장강 전역’을 흉내 낸 ‘도강 기념’사진 패널은 1950~1960년대 사회주의 혁명 시기, 용맹하고 혁명적인 사진으로 인기가 높았다. 옛 기념사진은 그 당시 시대 상황을 잘 나타내고 있다. 사진전시가 진행 되는 가운데 9월 16일(토) 15시부터는 아주 특별한 특강 2건도 마련돼 있다. 하나는 여성독립운동가를 찾아 글을 쓰는 작가 이윤옥 강사의 <간도에서 활약한 여성독립운동가를 아시나요?>와 사진작가 류은규 강사의 <옛 사진과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이번에 전시한 그림은 모두 65점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준비한 것이지요. 전시를 염두에 두고 인천관동갤러리에 사전 답사 겸 지난여름에 왔었습니다. 크지 않고 아담한 전시 공간을 둘러보면서 갤러리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그림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그린 그림이 이번 작품들입니다. 네 벽면에 ‘사계(四季)’와 어울리는 그림을 걸고 제목을 ‘사계(四季)’라 붙인 것도 1년 전의 구상입니다.” 어제(16일) 낮 3시에 인천관동갤러리(관장 도다 이쿠코)에서 만난 작가 나카가와 세이라(中河 星良) 씨는 시원한 물빛 유카타 차림으로 전시장 안내를 하면서 이렇게 운을 뗐다. 전시 구성을 보면 1층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미지를 살린 소형 작품 48점(수작업) 이 전시 되고 있으며 며 2층에는 모두 17점의 중형 작품 (컴퓨터그래픽 작업)이 전시되고 있다. 이 가운데 고전을 주제로 한 작품은 모두 18점이다. “일본의 고대 문학작품 속에는 유달리 사계(四季) 의식이 진하게 배어있습니다. <만엽집(万葉集)>의 사계가 그러하고 <고금화가집(古今和歌集)>, <침초자(枕草子)>, <원씨물어(源氏物語)&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신포동 비좁은 골목길 / 낯선 벽에서 만난 문장 씨앗되고 한 장 사진 조각보처럼 이어 / 살아 있는 이야기로 초대한다 침묵하며 잊혀진 기억 / 쌓인 추억들 녹슨 태엽 돌리듯 / 천천히 풀어본다. 회색빛 묵향 퍼지는 보물 3호 / 가족 앨범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던지 (가운데 줄임) 오늘도 사라져 가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인생이 꽃이라면 / 지금도 피고 진다. -화도진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진으로 기록하는 아카이빙> 수강생 강주희 씨의 시- 정말 그랬다. 신포동 비좁은 골목길을 지나 인천관동갤러리로 걸어가면서 나는 이날 개막하는 아주 특별한 사진 전시회 작품을 떠올리며 기대감에 한껏 들떴다. 어제(23일, 금요일) 아침 10시, 인천관동갤러리(대표 도다 이쿠코)에서는 아주 특별한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사진전’이 아니었기에 더욱 값진 전시였다. 인천시 중구에 있는 인천광역시교육청 화도진도서관(관장 강신호, 아래 화도진도서관)에서는 지난 4월 14일부터 <길 위의 인문학> 강좌로 '오래된 미래, 함께 만드는 새로운 과거'라는 주제의 강좌를 실시해왔다. 이 강좌에서는 개인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분칠한 이미지가 보편인 시대를 살고 있다. 누구나 손쉽게 슬기말틀(스마트폰)으로 뽀샵(포토샵으로 사진 수정이나 합성 등을 하는 일) 처리를 할 수 있는 시대이다 보니 ‘원본’에 대한 상상이 불가능하다. 뽀샵 처리가 일반인들의 일이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사실 사진작가들의 세계에서도 보이지 않게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어쩌면 그조차도 예술 행위(?)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건 착각이었는지 모른다. 어제(5월 1일), 인천관동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태양의 파편> 전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갤러리의 오래된 건물 이층 나무 계단을 오르자마자 펼쳐진 흑백 알몸 사진이 압도적이다. 그것은 흔히 우리가 상상하는 몸매가 매끄러운(?) 알몸이 아니다. 그룹으로 때론 혼자서 등쪽을 보이고 서거나 앉아 있는 모습이 주는 이미지가 매우 독특하고 강렬했다. 흔히 볼 수 없는 사진이기에 한 장 한 장의 사진 앞에서 머뭇거리는 기자에게 관장인 도다 이쿠코 씨는 오현미 큐레이터의 말을 빌어, “김상덕 작가는 쉽게 수정할 수 없고 상당한 양의 장비가 들어 찍기도 어려운 콜로디온 방식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포운장(抱雲莊)은 서예가 다나카 유운(田中佑雲, 1957-2018) 씨가 일본 도치기현 도치기시에 있는 자택에 마련한 작은 서예교실 이름이다. 마흔여덟에 시작한 한글 공부 이후 그는 예순한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13년 동안을 신들린 듯 ‘한글 서예 작품’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예순둘의 나이를 코앞에 둔 12월 13일(2018년), 구름을 감싸 안은 집 ‘포운장(抱雲莊)’에서 조용히 삶을 마감했다. 한글을 사랑하고(한글 서예), 한국인을 사랑하고(윤동주 시인 등), 한국을 사랑(인생 말년을 한국으로 이주해 살기를 꿈꿨던) 일본인 서예가 고 다나카 유운 씨의 4주기를 맞아 어제(25일) 낮 3시, 인천관동갤러리(관장 도다 이쿠코)에서는 <구름의 길, 바람의 길 –윤동주를 사랑한 서예가 다나카 유운 작품전> 전시회 개막식 겸 조촐한 추모회가 있었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한글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운명이라고 해야 좋을 이 한 편의 시와의 만남은 이후 나의 붓글씨 세계를 더욱더 풍요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다나카 유운 씨는 한국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이날 개막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