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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나, 죄어수다” 이규철 사진전

인천관동갤러리, 10월 13일~ 11월 12일까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국가의 탄압과 비극의 역사가 준 상처와 아픔으로 살아온 칠십여년 세월, 사회의 망각과 침묵의 긴긴 시간이 그들에게 더 큰 형벌이었다."를 주제로한 제주4.3사건의 희생자들의 삶을 추적한 사진작가 이규철의  '나, 죄어수다' 전시회가 오는 10월 13일부터 인천관동갤러리(인천시 중구 신포로 31번길 38)에서 열린다.

 

지금도 아물지 않은 4.3의 상처

 

제주 4.3사건은 1947년 3월 1일에서 1954년 9월 21일 제주도에서 일어난 도민 봉기에 대응한 미군정과 한국 정부로 인한 대규모 학살 사건을 말한다. 해방 직후의 사회적인 혼란과 극심한 식량부족, 경제 불황 등으로 불만이 쌓인 제주도민들의 봉기는 공산주의자의 지시로 인한 ‘폭동’으로 규정 받아 치열한 ‘진압’을 당했다.

 

당시 바닷가 마을에서 중산간으로 도망간 사람들은 모두 ‘빨갱이’라 취급 당했는데, 그저 살기 위해 도망가다가 사상범으로 간주되어 체포되었던 자도 많았다. 사상범은 서대문형무소, 여성들은 전주형무소, 기타 목포, 대구, 순천, 여수, 마산, 대전 등지로 분산 수용되었고, 인천에는 20살 이하 청소년들 250여 명이 수용되었다.

 

6.25가 발발하자 각 지역 형무소에서는 4.3 수형자들 취급에 고민하다가 대전형무소의 경우 모두 ‘반동분자’라 해서 총살하였고, 고문으로 인한 사상자도 많아 그 당시 사망자와 실종자 수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인천에서는 갑작스러운 북한군 남하로 인해 급히 퇴각한 국군이 4.3 수형인을 그대로 놔두었는데, 인민군이 와서 형무소 문을 열어주고 따라올 것이냐, 고향으로 갈 것이냐를 물었다고 한다. 고향으로 가는 길도 막막한 청년 중에는 인민군을 따라 개성으로 가서 군사훈련을 받은 뒤 인민군이 되어 다시 남하했고, 그 후에 지리산 등지에서 빨치산 활동을 한 자도 있었고,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갇힌 자도 있었다.

 

무고한 죄로 갇혔던 수형인들은 그 후 ‘반공주의’ 사회에서 ‘빨간 딱지’와 ‘연좌제’가 두려워 자식들한테도 자신의 억울함을 이야기 못 하고 침묵을 지켜왔다.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처음으로 4.3 진상규명특별법이 제정되었고,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처음으로 공식사죄를 했지만, 무고하게 갇혔던 수형인들의 문제 제기는 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 당해왔다.

 

2019년 처음으로 18명이 재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것을 계기로 잇따른 소송으로 현재까지 천여 명이 무죄판결을 받고 나라에서 보상받은 바 있다. 너무나 늦은 명예 회복, 지금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희생자들 이야기, 그리고 아무 보상도 못 받아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풀어주지 못한 한. 4.3 사건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있고, 인천 수형자들의 상처는 지금도 아물지 않고 있다.

 

 

 

<작가 노트>

 

제주지방법원 201 법정. (2019년)

판사가 청구인에게 최후 진술을 청한다. 98살의 청구인은 "나, 죄어수다" 하고 크게 소리쳤다. 이 땅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조국에 외치는 71년(2019년) 묵은 한이었다. 어지러운 세태, 혼란스러운 시대에 그저 살려고, 살아남으려고 산으로 올라간 것이 죄였다. 당시 그들은 겨우 16살~25살이었다.

 

제주 4.3사건은 제주도민의 10퍼센트인 3만 명이 희생되는 인권 유린의 참사였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수많은 제주도민 가운데 18명의 노령 청구인들은 2017년 4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였다. 제주 중산간을 다루는 사진 작업을 하면서 수형인의 육성을 듣기 위해 법정을 찾았다. 자식들에게도 말할 수도 없었던 개인사, 오랜 세월 한 맺힌 억울함, 그리고 이제야 세상에 나오는 떨리는 목소리.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법정에서 증언되고 있었다. 서럽고 억울한 그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 사진으로 이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가능할까?

 

시간은 노령의 수형인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 평균나이 90살인 그들은 말한다. "조금만 더 빨리 재판이 열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꼬...", "나는 죄가 없다." 그 말을 하고 싶었다고 외친다. 국가의 탄압과 비극의 역사가 준 상처와 아픔으로 살아온 71년 세월. 사회의 망각과 침묵의 긴긴 시간이 그들에게 더 큰 형벌이었다.

 

4·3 도민연대는 수형인들과 함께 형무소 순례ㆍ사실 채록ㆍ재심청구ㆍ4.3 지역 탐방 등을 하며 수형인들의 조력자가 되어 주었다. 가족이 되었고 치유의 역할을 기꺼이 했다. 도민연대의 존중과 배려, 공감과 노력에 감사드린다. 나는 제주의 풍광과 아름다움을 보았지만, 그 속의 그림자를 보지 못했다. ‘육지것’ 사진가는 그들의 아픔과 한에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다.

 

군사재판과 일반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전국 15개 형무소에 수감된 수형인은 각각 2,530명과 200여 명 등 모두 2,700명이 넘는다.  인천형무소(19살 이하 소년들의 복형장소)에 있던 250여 명의 4·3수형인 들은 수원 방향으로 피난 갔다가 인민군에 끌려가거나 국군에 체포됐고 상당수는 행방불명되었다. 폭력과 야만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는 이분들을 기억해야 한다.  - 2023년 10월 이규철

 

<작가 약력>

1969년 전북 진안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람

1994년 중앙대 사진학과 졸업

현재 AZA스튜디오를 운영 (2001년~)

https://www.facebook.com/kyuchel.lee?ref=bookmarks

https://www.instagram.com/lee_kyuchel/

 

<개인전>

2022. 제주 4.3 수형인 ‘2350’ 서울 KP갤러리

2019. 4월 “나, 죄 어수다” 제주43평화기념관

2018. 7월 ‘설리구진’ 라이카갤러리(청담동)

2017. 3월 아지아 류가헌갤러리-이규철 콜렉션전(청운동)

2015. 3월 ‘땅의 소리’ 브레송갤러리(충무로)

2014. 11월 ‘굿-징소리’ space22(강남)

2009. 2월 ‘사진가 이규철을 만나다’ 포스갤러리(종로)

2007. 8월 ‘달빛, 소금에 머물다’ 갤러리룩스 초대전(인사동)

2002. 11월 ‘군인, 841의 휴가’ 스페이스 사진갤러리(충무로)

010-3773-0759, Lkc917@hanmail.net 이규철

 

< 전시안내>

전시명     : “나, 죄어수다” 이규철 사진展

전시 기간 : 10월13일(금)~11월12일(일)10:00~18:00 (금토일만 개관)

전시 장소 : 인천관동갤러리 (인천시 중구 신포로 31번길 38) // 전화 032-766-8660

 

*작가와의 만남 : 10월 28일(토), 11월 12일(일) 오후 2시부터 인천관동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