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선인들의 말이 묵향처럼 퍼지는 날 아낙들은 눅눅한 옷을 볕에 말리고 선비는 그늘에서 책을 말리는 처서 위는 김영수 시인의 <처서> 일부분입니다. 내일은 열넷째 절기 처서(處暑)입니다. 말뜻으로 본다면 멈출 '처(處)'에 더울 '서(暑)'를 써서 '더위가 그친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리고 "처서가 지나면 모기입도 삐뚤어진다"라는 말이 있어서 이제 푸른 가을하늘이 저 멀리 다가올 듯합니다. 이 처서 때의 세시풍속 가운데 가장 큰 일은 포쇄(曝曬)라고 해서 뭔가를 바람이나 햇볕에 말리는 것입니다. 나라에서는 사고(史庫)에 포쇄별관이란 벼슬아치를 보내서 눅눅해지기 쉬운 왕조실록을 말리도록 했습니다. 또한 선비들 역시 여름철 동안 눅눅해진 책을 말리고, 부녀자들은 옷장 속의 옷과 이불을 말립니다. 책의 경우 포쇄하는 방법은 우선 거풍(擧風) 곧 바람을 쐬고 아직 남은 땡볕으로 포쇄(曝)를 하지요. 때에 따라서는 음건(陰乾) 곧 그늘에 말리기도 하는데 “건들 칠월 어정 팔월”이라는 말처럼 잠시 한가한 처서 때 농촌에서는 고추를 말리는 풍경이 수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의 다섯 번째 청명(淸明)이고, 내일은 설날ㆍ단오ㆍ한가위와 함께 4대 명절인 한식입니다. 청명과 한식은 하루 차이거나 같은 날이어서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날 성묘(省墓)를 합니다. 옛날에는 한 해에 네 번, 그러니까 봄에는 청명, 여름에는 중원(中元, 7월 15일), 가을에는 한가위, 겨울에는 동지에 성묘했습니다. 《동국세시기》에 보면 청명(淸明) 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칩니다. 임금은 이 불을 정승, 판서, 문무백관 3백60 고을의 수령에게 나누어주는데 이를 ‘사화(賜火)’라 했습니다. 수령들은 한식(寒食)날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주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寒食)이라고 한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온 백성이 한 불을 씀으로써 같은 운명체로서 국가 의식을 다졌습니다. 꺼지기 쉬운 불이어서 습기나 바람에 강한 불씨통(장화통-藏火筒)에 담아 팔도로 불을 보냈는데 그 불씨통은 뱀이나 닭껍질로 만든 주머니로 보온력이 강한 은행이나 목화씨앗 태운 재에 묻어 운반했지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셋째 경칩(驚蟄)입니다. 이 무렵이 되면 대동강물이 풀린다고 하여 완연한 봄을 느끼게 되는데 풀과 나무에 싹이 돋아나고 겨울잠 자던 벌레들도 땅속에서 나온다고 믿었습니다. 이날 농촌에서는 산이나 논의 물이 괸 곳을 찾아다니며, 몸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면서 개구리(또는 도롱뇽, 두꺼비) 알을 건져다 먹지요. 또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하여 벽에 흙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하며, 빈대가 없어진다고 하여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합니다. 또 이때 고로쇠나무(단풍나무, 어름넝쿨)를 베어 그 나무물[水液]을 마시는데, 위장병이나 속병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임금이 농사의 본을 보이는 적전(籍田)을 경칩이 지난 돼지날(亥日, 해일)에 선농제(先農祭)와 함께 행하도록 하였으며, 경칩 뒤에는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禁令)을 내리기도 했지요. 《성종실록》에 우수에는 삼밭을 갈고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에는 올벼를 심는다고 하였듯이, 우수와 경칩은 새싹이 돋는 것을 반겨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지요. 경칩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수 무렵 여린 살 차가와 선뜻 다가서지 못해 동구 밖 서 있었습니다. 몇날 며칠 헤살대던 바람 지나는 마을마다 무작정 풋정 풀어놓고 입춘 지나 저끝 마라도로부터 북상해 갔습니다. 버들강아지 산수유 제가끔 제 몫으로 이 나라 산야에서 야무지게 봄물 오를쯤 이젠 옛이야기로 남은 허기진 유년의 봄날이 흑백 필름 거꾸로 돌아 모두 한꺼번에 살아옵니다. 우수 무렵 위는 김경실 시인의 시 <우수 무렵>입니다. 시인은 우수가 되니 “얼여린 살 차가와 선뜻 다가서지 못해 동구 밖 서 있었습니다.”라고 노래합니다. 오늘은 24절기 둘째인 우수(雨水)입니다. 우수는 말 그대로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뜻인데 이때가 되면 추운 북쪽지방의 대동강물도 풀린다고 했지요. 아직 추위가 남아있지만, 저 멀리 산모퉁이에는 마파람(남풍:南風)이 향긋한 봄내음을 안고 달려오고 있을 겁니다. 예부터 우수 때 나누는 인사에 "꽃샘잎샘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있으며 "꽃샘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도 있지요. 이 꽃샘추위를 한자말로는 꽃 피는 것을 샘하여 아양을 떤다는 뜻을 담은 말로 ‘화투
[우리문화신문=안승열 명리학도] 음력이 농사력으로 적합하지 않아서. 일찍이 황허강 유역의 농민 집단은 태양력의 일종이며 농사에 편리한 “절기의 역법”을 사용하게 된다. 이 역법은 일 년, 365.24 일을 춘분 추분을 분기점으로 24절(節:마디)로 나눈다. 한 절의 평균 일수가 15.22일 임을 참고하여 절의 실제 일수는 15일이나 16일로 하였다. 하나의 절은 같은 기(氣)가 지속된다는 뜻으로 절기라고 불렀고 그 절기에 해야 할 농사일을 연상시키는 이름을 주어졌다. 절기는 태양력이라 같은 이름의 절기는 매년 기후까지 유사하였음으로 농사일에 적합한 역법이 되었다. 절기는 일정한 기간을 말하는 것이니 시작하는 시점이 있을 것이다. 이 시점을 절입 시점 또는 절입이라고 한다. 어느 절입이든 그때의 태양을 기준으로 한 지구의 천문상 위치는 매년 일정하다. 다만 해 뜨는 시각이 지표면의 경도에 따라 달라진다. 즉, 태양을 기준한 천문 상 지구 위치가 같은 때라도 지구표면의 경도에 따라 절입 시점이 달라지는 것이다. 또한 일년이 365.242196일이니 같은 경도라 해도 모든 절입은 매년 대략 6시간 가량 늦어진다. 이런 식으로 하루가 달라지면 일년을 366일로 하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동지 팥죽 - 전병윤 동지는 눈보라와 함께 몰아쳐 온다 눈이 쌓여 오도 가도 못한 사람들이 굶어 죽어서 못된 짓 하는 역귀(鬼)가 되었다. 그는 피를 보면 바들바들 떤다. 그래서 피 대신 팥죽을 쑤어 집안 곳곳에 뿌리면서 악귀를 쫓는다. 집과 나라 안에 재앙이 없도록 해 달라시던 할머니는 "사색당파싸움, 임진왜란, 동학란도 역귀의 작란이다"고 하셨다. 그래 삼팔선의 철조망, 이스라엘이나 이라크의 전쟁도 역귀의 작란이 틀림 없겠다 이제 그만, 역귀 없는 세상을 위해서 한솔 푸지직푸지직 끓어오르는 평화의 팥죽을 쑤어야겠다. 오늘은 24절기의 스물둘째 절기 ‘동지(冬至)’로 명절로 지내기도 했던 날이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곧 ‘작은설’이라 하였는데 하지로부터 차츰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여 동짓날에 이른 다음 차츰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그 때문에 옛사람들은 이날을 해가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잔치를 벌여 태양신에게 제사를 올렸다. 그래서 동지를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대접했다.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데 원래 팥죽은 붉은색으로 귀신을 쫓는다는 뜻이 들어있다. 동짓날 팥죽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의 스물둘째 절기 ‘동지(冬至)’로 명절로 지내기도 했던 날입니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곧 ‘작은설’이라 하였는데 하지로부터 차츰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여 동짓날에 이른 다음 차츰 낮이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이날을 해가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잔치를 벌여 태양신에게 제사를 올렸습니다. 그래서 동지를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대접했지요.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데 원래 팥죽은 붉은색으로 귀신을 쫓는다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동짓날 팥죽을 쑨 유래는 중국 형초(荊楚, 지금의 후베이ㆍ후난 지방)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나옵니다. ‘공공씨’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 죽어서 돌림병 귀신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평상시에 팥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돌림병 귀신을 쫓으려 동짓날 팥죽을 쑤어 악귀를 쫓았다고 합니다. 전병윤 시인은 <동지 팥죽>이란 시에서 “눈이 쌓여 오도 가도 못한 사람들이 굶어 죽어서 못된 짓 하는 역귀(鬼)가 되었다. 그는 피를 보면 바들바들 떤다. 그래서 피 대신 팥죽을 쑤어 집안 곳곳에 뿌리면서
[우리문화신문=안승열 명리학도] 역법(曆法)은 “태양, 달 등 천체의 주기적 운동을 기준으로 ”시간의 흐름(연월일시)이나 절기를 표기하는 법”을 말한다. 역법에 따라 그 것들을 표기한 책을 달력, 역서, 책력(冊曆) 또는 calendar라고 한다. 명리학은 천체의 운동이 천기의 실체이고 천기가 시간을 흐르게 하며 우주를 오행의 기운으로 채워준다고 관념하였다. 그리고 이 오행의 기운이 인간 개체의 출생시 작용하여 주어진 운명을 그 개체의 인생사에 길흉화복으로 예정한다고 관념하였다. 근세 조선 말기까지 사용한 종래의 역서는 음력이 기본인 달력에 양력의 일종인 ”절기의 역법“을 덧입힌 것이다. 아래에서 우선 역법의 기본인 음력과 양력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고 다음 절에서는 절기의 역법을 살펴보고 이후 위에 언급한 종래의 역서에 대해서 알아보자. 음력과 양력 달력이란 단어를 통상 역법을 서술한 책의 의미로 쓰고 있으나, 정확한 뜻은 달의 위상변화를 따르는 태음력(太陰曆)을 말한다. 음력은 달의 삭망주기인 29.53일 기준으로 한 달을 29일이나 30일로 정한 점이 양력과 다르다. 이로 인해 약 365 일인 일 년이 12개월이나 윤달이 추가되어 13개월이 되기도 한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입 동 - 이덕규 곡식 한 톨이라도 축내면 그만큼 사람이 굶는다 가을걷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빈손으로 떠난 오직 사람 아닌 것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아홉째 절기 입동(立冬)으로 이날부터 '겨울(冬)에 들어섭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10월부터 정월까지의 풍속으로 궁궐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임금에게 우유를 만들어 바치고, 기로소(耆老所)에서도 나이 많은 신하들에게 우유를 마시게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임금이나 나이 많은 벼슬아치들에게 우유를 주었다고 하는데 이제 임금이 아니어도 우유를 맘껏 마실 수 있는 우리는 행복한 처지일 것입니다. 이런 궁궐의 풍습처럼 민간에서도 ‘치계미(雉鷄米)’라고 하는 아름다운 풍속도 있는데 이는 입동 등에 나이 든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데 이때는 아무리 살림이 어려운 집이라도 치계미를 위해 곡식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도랑탕 잔치로 대신했지요. 입동 무렵 도랑을 파면 누렇게 살이 찐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는데 이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하고는 이를 ‘도랑탕 잔치’라고 했다고 합니다.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아침마다 산을 오르는 일이 하루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일과 가운데 하나인데 요즘 하루하루 초록이 녹색으로 짙어지면서 그 푸르름을 보면 온종일 컴퓨터다, 손말틀(휴대폰)이다, 책이다, 무언가를 읽느라고 피곤해진 두 눈에 시원한 청량제를 받는 듯 상쾌하다. 나뭇잎이 무성해지면서 그 사이로 새들이 예전보다 더 자주 나오고 노래도 부른다. 꿩도 나와서 인사를 하고 한동안 못 보던 뻐꾸기가 아파트 근처까지 날아와 길게 우는 소리로 귀도 흥겨워졌다. 청설모는 아예 사람이 다가가도 떠날줄을 모른다. 며칠 전부터 부쩍 날도 더워져 어느덧 초여름인데 가만히 보니 24절기 상으로 소만(小滿)을 지났음을 알겠다. 우리가 추운 겨울에는 봄이 오니 안 오니 하면서 입춘과 우수 경칩을 열심히 찾곤 하였는데 그만 봄이 오고 나면 24절기를 잘 찾지 않으니 소만이라고 하니 뭔가 갑자기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 이름 같은 생경함이 있는 것 같다. 절기상으로 보면 소만(小滿)은 입하(立夏)와 망종(芒種) 사이에 온다는 정도는 알지만, 이 말의 뜻은 무엇이며,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잘 모르고 산다.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