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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음모의 장 7회

[한국문화신문 = 유광남 작가] 사태가 급박한지라 유성룡은 선조의 진노가 담겨 있음을 알면서도 반대 의견을 꺼내 놓았다. 이에 힘을 얻은 병조의 신임 수장 이덕형이 목청을 높였다.

“전하, 영상의 말씀이 옳은 줄 아옵니다. 전시에는 장수를 문초하는 법이 아니온 데, 하물며 수군을 폐하는 조치는 어떤 사료에도 찾아볼 수 없는, 명백히 잘못된 처방이 될 것이옵니다. 엎드려 바라옵니다. 명나라 장수의 품의(稟議)를 고려하지 마옵소서.”

이번에는 좌의정 육두성이 병조판서와 영의정의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상감마마의 혜안을 신들이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니 그 죄가 참으로 무겁나이다. 이제 수군의 참패로 사기가 엉망인데 보다 새롭게 일신하고자 하는 계기가 필요한 법이 아니옵니까? 수군의 보직을 변경하여 육군으로 편입하는 것이 매우 지당한 줄 아뢰옵니다.”

“좌의정의 말씀이 백 번 마땅한 줄 아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선조의 판단대로 신하들은 양분되어 각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수군폐지는 사실상 선조 역시도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소득이었다. 바다를 수호하는 영웅으로의 이순신은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진작 이런 방안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선조는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역시 세상은 하나를 잃으면 다른 하나를 얻게 된단 말이야. 공평해. 암 공평 하고말고.’

 

   
 
유성룡은 어전회의가 선조의 의도대로 흘러가자 우선 발 등의 불을 끄고 봐야만 했다. 서애 유성룡은 비상수단을 강구했다.

“상감마마, 수군폐지에 대한 결정을 잠시 유보하심이 좋을 듯하옵니다. 명나라 장수의 의도가 과연 명나라 황제의 뜻과 일치하는지의 확인이 필요할 듯싶습니다.”

“으음, 그런가?”

“이런 일은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옵니다.”

과연 명나라 황제를 들먹인 효과는 있었다. 선조로서는 대국 명나라가 최우선이었다. 만일 조선의 수군폐지가 명나라 황제의 의도에 거슬린다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일이었다. 역시 정치적 식견이 풍부한 서애답게 새로운 국면으로 어전회의를 이끌었다.

“그러하옵니다. 장수 마귀의 사견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확인 후에 논의하여도 될 것입니다.”

“상감마마, 조선은 삼면이 바다이오니 수군의 폐지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중신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선조는 한 발 양보의 모습을 보여줬다. 공연히 무리하게 일을 확대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어차피 자신이 정해 놓은 방식을 피해 갈 방법은 어느 누구에게도 없었다.

“좋습니다. 명나라 측에 확인한 연후에 다시 논의 하도록 합시다.”

어전의 대신들이 일제히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였다.

“성은이 망극 하나이다.”

어전회의에 참석했던 문무백관들이 물러나자 선조는 유성룡과 육두성을 지목했다.

“영상과 좌상은 잠시 머물러 주시오.”

동인의 대표적 인물 유성룡과 서인을 주도하는 육두성, 양 당의 수뇌들을 선조가 남게 한 것이다. 선조의 의중을 짐작할 수 없는 유성룡은 심호흡을 길게 하며 마음의 채비를 단단히 하였다.

“영상!”

“하문을 기다리고 있나이다. 전하.”

선조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변하였다. 이것은 뭔가 트집을 잡고 싶을 때의 선조 특유의 버릇이었다.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용한 직후의 조치라서 반대 하시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