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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음모의 장 8회

[한국문화신문 = 유광남 작가]  선조는 직설적으로 어심을 드러냈다. 서애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일단 입 밖으로 내뱉어진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는 법. 주의에 주의를 기울여 만전을 기해야 했다. 서애 유성룡은 현자(賢者)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했다.

“반드시 그러한 내용이 아니옵니다. 명나라의 마귀는 본래 육전의 장수이므로 수군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을 것입니다. 또한 조선 수군은 고려 때부터 왜구를 대상으로 해상의 명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임진년에는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습니다. 비록 이번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를 하였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원균장군이었고 통제사 이순신은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사옵니다.”

선조가 날카롭게 반문했다.

“그래서 이순신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요?”

“그러하옵니다. 참혹한 수군의 현실이지만 우리 조선 수군을 통설하는 전방의 장수에게 수군폐지에 대한 견해를 물으시어 의당 참고하심이 옳은 줄 아옵니다.”

육두성의 코가 벌렁거렸다. 흥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영상은 이순신을 편애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오! 일개 장수의 변론을 듣고 어전의 방침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요? 그것이 얼마나 무례한 도발인지 영상은 이해를 못하고 계시는군.”

“육두성대감, 대감은 벌써 잊으셨소? 임진년에 우리가 당했던 치욕을 말이요? 일본의 군대가 한양을 짓밟고 있을 때 오직 이순신의 함대만이 바다에서 승리를 안겨줬다는 사실을.”

좌의정 육두성이 일신을 바르르 떨었다.

 

   
 
“그건 과거의 전공이 아니오? 12척의 배로 어떻게 오 백 척에 가까운 일본의 수군에게 저항할 수 있겠소? 그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외다. 어쩌면 이순신 역시 수군의 폐지를 강력히 원할지도 모르지 않소.”

서애 유성룡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이순신도 사람인지라 살 길을 찾아서 행동할 수도 있겠지요. 일전에 백의종군의 신분으로 이 사람을 방문했던 것처럼.”

좌의정 육두성도 항간에 떠돌고 있는 이순신의 청탁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었다.

“사람이고 짐승이고 간에 궁지에 몰리게 되면 자신의 살 길을 모색하는 법이요.”

선조는 그들의 치열한 다툼을 즐기는 시선이었다.

“어쩌면 이순신도 반길 수도 있다는 말인가?”

“뻔히 수군으로의 가능성이 없는 것이니 그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좌의정 육두성의 의견에 서애는 담담히 동조하였다. 공연히 화근을 자초할 필요는 없는 법이었다.

“하오니 통제사 이순신의 수군 방침에 대하여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고 사료되옵니다.”

선조는 다소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재상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모습이었다.

“그럽시다.”

“또한 명나라 황제의 심중도 헤아려야 할 것이옵니다.”

“그것은 장수 마귀에게 바로 확인하도록 합시다. 어느 분이 그 일을 담당해 주시겠소?”

육두성은 얼른 서애 유성룡을 건너다보았다.

“명나라와 언어적 소통이 가능한 영상이 적임자 아니겠습니까. 물론 신이 역관을 대동하고 명나라 장수 마귀와 대면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