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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2권" 음모의 장 11회

[한국문화신문 = 유광남 작가] 선조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것은 왜 김충선, 그 자가 여진으로 떠나갔느냐는 것이다. 어떤 목적을 지니고.”

강두명이 은근한 어조를 던지며 선조의 용안을 살폈다.

“혹시 망명(亡命)을 요청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는지요.”

“망명이라고? 누가 말인가?”

강두명은 직설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들이지요. 이순신과 김충선!”

“그런가?”

강두명은 의혹을 떠올리고 있는 선조에게 자신의 견해를 떠벌렸다.

“아니라면 딱히 다른 정황이 보이지 않습니다. 백의종군 신분이 된 이순신은 자신이 처한 위기를 누구보다도 잘 간파하고 있을 겁니다. 김충선 역시 무모하게 이순신 구하기에 뛰어들어서 전하의 진노를 사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을 터이고요. 그들이 이 조선에서 살아갈 생존의 길은 사실 막막할 것입니다. 따라서 여진이나 왜적을 떠올리게 된 것이지요. 명나라 역시 조선의 상국이니 그들이 망명할 장소로는 마땅치 않을 것입니다.”

“여진으로의 망명을 타진하기 위해서 김충선이 먼저 떠나간 것이다?”

“그러하옵니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추측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정국에는 변화가 심하였다. 우선 이순신은 원균의 칠천량 대패로 인하여 조선 수군의 통제사로 다시 기용되었다. 물론 조선의 수군폐지라는 선조의 계략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망명을 획책 한다는 증좌(證左)라도 있는 것인가?”

“전하께서 이전 어전회의에 공표하시지 않았사옵니까. 이순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으시겠노라고! 이순신은 조선에 희망이 없음을 이미 간파 했을 것이옵니다. 그는 절대 아둔한 장수가 아닙니다. 임진년에 수군의 책임자로 그가 세운 공적(功績)만 보더라도 짐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수군장수로의 능력이 입증 되어 있으니 여진(女眞)이나 왜국(倭國)에서는 마다할 리가 없을 겁니다.”

선조는 고개를 강하게 흔들며 부정했다.

“이순신이 그와 같지는 않다.”

“하오시면......?”

“아마 그대와 같다면 망명을 결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강두명은 왕과의 대화가 전혀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에 긴장감이 엄습했다. 왕의 대사로 미루어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이순신은 쉽게 변절하지 않을 인물로 여기고 있으며 자신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배신을 할 위인으로 판단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가슴이 뜨끔해지는 강두명이었다. ‘왕 노릇을 오래하는 데에는 연유가 있구나. 노련하고 교활한 너구리같다.’ 강두명이 내심 선조에 대하여 야유를 퍼붓고 있을 때 선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이순신과 김충선은 그리 단순한 위인들이 아닐 것이다.”

단순하지 않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제 사헌부 지평 강두명은 몸을 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순신에 대한 선조의 애증이 강두명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그 이상에 있지 않은가.

“그것이 아니라면 김충선의 여진 행로는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이것을 납득할 수 있는가? 내 손으로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신임해놓고, 과인은 어째서 수군 폐지를 단행 하려 하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