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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2" 음모의 장 12회

[한국문화신문 = 유광남 작가] 실로 해괴한 일이 아닌가. 이순신에 대한 선조의 변덕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지평 강두명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가 선조의 따가운 눈총을 느끼면서 천천히 자신의 소신을 이어나갔다.

“이순신에 대하여 이중적 감정을 지니고 계신 것이옵니다.”

“이중적 감정이라?”

“예. 그의 무용(武勇)에 대하여 높은 평가를 지니고 계시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미운 것입니다. 싫은 것입니다”

“어째서 그런가?”

“이순신은 백성과 군사들에게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과인이 시기한다는 것이냐?”

선조는 무감동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찌 들어보면 아예 관심이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은 듣는 사람들의 착각이었다. 선조의 눈빛은 맹수의 잔인함으로 표독스럽게 번뜩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강두명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그것을 마주치지는 않았다.

 

   
 
“감히 임금과 신하를 어찌 비교할 수 있겠나이까. 시기란 말은 적절하지 않고, 다만 그것은 이순신이 애초에 자초하여 자신을 겸허(謙虛)하게 돌보지 못함이 아닐까 사료되옵니다.”

“이순신이 잘난 척을 하긴 했지.”

“그러하옵니다. 스스로 망친 것으로 누구를 탓할 수 있겠사옵니까. 몇 번의 승리로 인한 교만(驕慢)이 결국 왕의 부름과 어명을 거역하게 하였습니다. 그가 상감마마의 불신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백의종군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강두명이 선조를 두둔하고 나섰다. 그러나 왕은 고개를 저었다.

“사실 이 모든 원인은 이순신에게 있지 않다.”

강두명은 입술이 바싹 타올라 오는 것을 느꼈다.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 것이옵니까?”

선조의 입가에 처연한 미소 한 줄기가 스쳐갔다.

“과인에게 존재한다.”

강두명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해갔다. 무엇이라 답변을 해야 하는데 머릿속이 텅 비어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설마 선조가 이런 고백을 뱉어 낼 줄은 상상도 못한 탓이었다. 사악한 강두명의 가슴으로 선조가 지니고 있는 절망의 흔적들이 애처롭게 파고들었다. 강두명도 절실한 아픔을 처음으로 느끼었다.

“끄으흑... 끄윽.”

선조는 강두명을 물러가게 한 후 울었다. 텅 비어있는 어전의 용상을 부여잡고 서럽게 흐느꼈다. 누가 왕의 고독을 알아주겠는가. 왕권을 유지하기 위한 발버둥에 선조 이연 자신조차 비굴하여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더럽구나! 치욕스럽구나! 졸렬하구나!”

선조는 수군통제사 이순신에 대한 자신의 행위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신하를 질투하여 모함해서 죽이려 하고, 이제는 수군폐지로 그가 활동할 수 있는 바다를 가로 막으려는 것이 얼마나 위태롭고 어리석은 짓인지 선조는 잘 알고 있었다.

“적막하다. 이 모든 것이 아아, 외롭구나!”

선조의 고뇌(苦惱)가 어전에 가득 흘러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