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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음모의 장 17회

[한국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그럴 수가 있단 말이요?” 

곽재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변에 어느 누구에게도 이런 강경한 발언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물론입니다. 조선 함대는 일본으로 진격합니다.” 

정도령의 신념어린 목청이 그렇게 아름답게 들릴 줄은 몰랐다. 홍의장군 곽재우는 눈물이 울컥 솟구쳤다. 이순신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원균 또한 의기가 다르지 않았다. 

“장군의 의병들이 필요 합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일본 영토를 쓸어 봅시다!” 

곽재우는 의식도 하지 않았는데 목청이 미리 반응했다.

“내가 앞장서리다!” 

일본군의 침략으로 조선 전체가 망가지고 피폐 되었으며 수많은 백성들이 죽음을 당하였다. 부모를 잃은 고아들의 서러움이 천지에 널려졌고, 자식 잃은 부모들의 애절한 한이 하늘 끝까지 통곡으로 이어졌다. 전쟁의 참상은 필설로 설명할 수 없는 잔인함의 극치였다. 일본의 침략 야욕으로 인한 조선의 일대 비극을 되돌려줄 수 있다니! 곽재우는 소름 끼치는 흥분감에 빠져 들었다.  

“그런데 정녕 그럴 수 있는 겁니까?” 

이번에는 원균이 다소 떨리는 음성으로 물어왔다. 그의 커다란 눈에서는 의혹과 더불어 기대에 가득 찬 열망의 광채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정도령은 그때 단호했다.

“우린 일본을 정복(征服)할 수 있습니다.”


   
 

* * *
 

김충선은 소스라쳐 놀라며 눈을 떴다. 꿈을 꾸었다. 장예지가 손길을 잡아끌어서 어디론가 한없이 갔다. 안개 너머로 수국(水菊)이 만발한 꽃밭의 한가운데였다. 산더미처럼 거대한 수국의 덩어리가 놓여있었다. 향기는 없었지만 색깔은 아주 고왔다. 그런데 한 순간 수국의 동산이 사라지면서 무덤 하나가 솟아올랐다.  

- 익호장군 김덕령 지묘 -  

김충선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깨어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불길한 꿈인가? 장예지의 신변에 어떤 일이라도 발생한 것인가? 김충선은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을 듯싶었다. 품안에 항상 넣고 다니는 단총(短銃)을 만져서 확인하고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새벽 공기가 상쾌하게 밀려들었다.  

‘오늘은 단판을 지어야겠다.’ 

여진에 온지도 수개월이 지났다. 김충선은 여진의 칸 누르하치의 신임을 받을만한 임무를 완수하였다. 전쟁을 앞 둔 예허부족을 상대로 항복을 받아낸 것이다.  

“이런 괴물 같은 놈!” 

누르하치는 김충선을 가리켜 그렇게 감탄했다. 이제 하나 남아있는 하다부족은 정중하게 건주여진의 칸에게 사신을 보내어 부족 사이 화의가 이루어질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누르하치는 그 요구를 받아드렸다. 마지막 통합이 이루어지게 되면 당연히 일패공주와의 혼사도 진행 될 것이며, 그것은 건주여진에서의 김충선 위치가 확고하게 구축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까다롭게 굴던 홍타이시도 이제는 김충선을 친형 이상으로 따르고 좋아했다. 장자인 패륵은 김충선에게 조총에 대한 기술을 완벽히 습득하고 스승으로 섬겼다. 김충선은 마치 누르하치의 오랜 가족처럼 지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충선의 마음은 조선의 이순신을 향해서 매일 매일 달리고 있었다.  

“남아있는 것은 칸의 결정뿐이다.”